<복음>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1,28-32
그때에 예수님께서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떤 사람에게 아들이 둘 있었는데, 맏아들에게 가서
‘얘야, 너 오늘 포도밭에 가서 일하여라.’ 하고 일렀다.
그는 ‘싫습니다.’ 하고 대답하였지만, 나중에 생각을 바꾸어 일하러 갔다.
아버지는 또 다른 아들에게 가서 같은 말을 하였다.
그는 ‘가겠습니다, 아버지!’ 하고 대답하였지만 가지는 않았다.
이 둘 가운데 누가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였느냐?”
그들이 “맏아들입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간다.
사실 요한이 너희에게 와서 의로운 길을 가르칠 때,
너희는 그를 믿지 않았지만 세리와 창녀들은 그를 믿었다.
너희는 그것을 보고도 생각을 바꾸지 않고 끝내 그를 믿지 않았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강론>
여행이 우리를 떠났다
2020년 9월 27일 연중 제26주일 가해
처음으로, 여행이 우리를 떠났습니다.
여행이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여행이 있던 일상의 소중함을.
"모든 여행의 마지막은 제자리로 돌아왔듯이, 우릴 떠난 여행도 그리고 일상도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 2020년 8월 6일 아시아나항공 광고 중에서
서로의 안전을 위해, 지역 간의 이동과 여행을 자제해 달라는 요즘, 여행은 그렇게 우리를 떠났습니다.
이번 추석에도, 고향 방문은 가급적 자제해 달라고, 집에 머물러 달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있고,
심지어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새로운 말까지 등장하고 있는 지금.
하지만 고향에 가지 않는 착한 효자들은 고향이 아니라 관광지로 떠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여행을 떠날 수 없지만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이기적인 욕심이 아니라 무시할 수 없는 우리들의 본능입니다.
인류는 먼 거리를 여행해서,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남으로써 문명을 건설해왔고,
인간의 많은 일들이 여행과 만남을 통해 서로 소통하며 이루어져 왔습니다. 여행은 우리를 더 성장시켜 주었죠.
하지만, 지금은 현실적인 제약이 분명히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이동과 여행은 급격하게 감소하여, 인류 역사상 최저 수준에 다달았습니다.
국경과 공항이 폐쇄되고, 국제선 항공기 운항은 중지되었으며, 국내 여행도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습니다.
전세계의 여행과 관광이 멈추어 서자, 1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어버렸고,
2조 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여행과 관광은 가장 큰 타격은 입은 분야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불안에 떨면서, 이대로 속수무책, 멈추어서 버릴 수 밖에 없는 걸까?
아닙니다. 우리는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잃어버려서는 안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위기보다 더 나쁜 것은 이 위기의 시간을 허비해 버리는 것입니다.
다시는 예전처럼 돌아가지 못하리라 되뇌이는 비관주의는 우리에게 해롭습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관광의 영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여행과 관광에 있어서도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준비해야 합니다.
오늘은 41번째 맞이하는 세계 관광의 날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에 선택했던 올해 2020년의 관광 주제는, "여행과 농촌 개발"이었습니다.
놀랍게도 이 주제는 허무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 상황과 맞물려서, 앞으로 관광이 나아갈 길을 잘 제시해 줍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소모적인 여행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여행, 책임 있는 여행의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시끌벅적한 관광지, 엄청난 볼거리와 놀거리들이 가득찬 불빛 찬란한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도 않고, 많이 찾아가지도 않는 작은 마을과 동네, 도심을 벗어난 여행지,
오염되지 않은 자연이 살아있고, 환경과 문화가 존중받으며, 자연과 함께 숨쉬고 살아가는 농촌의 정취가 있는 곳,
그런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이 앞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이런 농촌으로의 여행은 농촌의 경제를 뒷받침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농업에만 의지해서 얻는 저소득으로 살아가는 소외된 지역으로 향하는 여행은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여행객을 맞이할 수 있는 자연 친화적인 시설과 관광 산업에 투자가 이루어지면, 그 지역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여행객은 의식있고 검소한 자연 여행을 통해, 휴식과 함께 치유와 조화를 얻을 수 있어, 새로운 힘을 얻게 됩니다.
농촌 여행은 분명히,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서로 조화롭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삶의 속도를 늦추고, 자연과 친밀해지고, 사람과 문화를 존중하며, 균형있는 발전을 만들어나갈
새로운 여행으로의 변화가 가능하고 또 필요합니다.
실제로도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도 여기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여러분들은 어떤 관광을 했었는지를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가장 많은 사람들이 했던 여행은, 휴식이나 휴양할 수 있는 곳, 자연을 느끼고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나는 여행이었다고 응답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까? 물어봤습니다. 이때도 대답은 비슷했습니다.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곳들이 아니라, 자연이 살아있는 곳, 산과 바다, 강과 호수, 그리고 공원과 자연휴양림 같은,
휴식과 고요함, 느림과 차분함, 깨끗하고 위생적인 곳으로의 여행을 원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이게 달라진 우리들의 인식입니다. 우리들의 여행은 바뀌고 있고, 앞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좋은 쪽으로요.
오늘 복음에서 포도밭에 가서 일하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지키고 따른 아들은 결국 맏아들이었습니다.
포도밭에 가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말만 "예"라고 대답한 채, 정작 그곳으로 가지 않은 작은 아들과 달리,
힘들 것 같아서 처음에는 "싫습니다"라고 거절하기는 했지만,
그 필요를 알기 때문에 결국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꾼 맏아들이 결국은 미래를 바꾸고 세상을 바꿉니다.
우리도 이제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들의 행동도, 여행도 바꾸어야 합니다.
우리를 떠났던 여행은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모든 여행의 마지막은 제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었듯이, 우리를 떠났던 여행도 다시 우리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기 전의 나와, 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분명히 달라졌던 것처럼,
우리를 떠났던 여행이 다시 돌아온다면, 우리는 완전히 달라진 새로운 여행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래야 하구요.
우리가 앞으로 추구해야할 여행은, 지속 가능하고, 책임 있는 여행입니다.
지역 공동체와 여행객들이 함께 발전할 수 있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여행.
그런 여행을 위한 지원과 시설투자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생각을 바꾸어 그런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아멘.
첫댓글 하늘이 정말 파랗고 높고 이쁩니다..여행하기 좋은 가을날
박레지나 어르신 안부 전화드렸더니 제주도에서 따님과 잘 지내고 있다 하십니다..제주도 가고 싶다^^
피렌체에 가고 싶다 ^^
이스라엘 로마 터키 스페인 이태리 등등 성지순례라는 말로 다녀온 여행지를 자랑하며 과시하던 바로 저 입니다.
지속 가능하고 책임있는 여행
[교황의 회칙 승인을 받고 있는 성 프란치스코] 의 성화를 보고 설명을 읽으며 저의 모습을 잠시 정리해 봅니다.
O.F.S로 지녀야 할 바람직한 삶의 태도와 바뀌어진 내가 다시 떠날 여행은...
저도 가고싶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