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복이 쌓인 눈이 인상적이었던 제주돌문화공원
2020년 6월 처음으로 제주에 넘어와
지금, 2022년 1월까지 정착하며 살아가고 있다.
처음엔 도망으로 넘어온 제주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곳으로 넘어온 나는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오히려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어쩌면 이 도망이 운명인 거겠지.
나와 맞는 주파수를 가진 제주.
나는 현재 이곳에서 미래를 그리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겨울이 끝나가는 제주는 지금, 여행자들은 마지막 제주의 겨울을 즐기기 위해 눈 쌓인 여행지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곳 제주돌문화공원도 그 후보군 중 예외는 아닐 것이다. 가장 추운 지역에서 가장 오랫동안 눈을 유지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이곳 제주돌문화공원에 편견 아닌 편견이 있었다. 내 기준에 촌스럽고, 투박한 이름은 딱히, 또 굳이 가야 할 여행지가 아니었고, 오히려 조금은 꺼려졌다. 왠지 80년대 90년대 감성을 유지하고 있을 것 같은 그 투박함이 나와는 결이 맞지 않기에 더 그랬을 거다. 하지만, 내 생각은 너무나도 편협했다. 단 한 번의 검색만 했더라도 이런 생각은 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이곳 제주돌문화공원은 전문적이었고, 볼거리 또한 많았으며, 무엇보다 건물의 미가 살아있는 곳이었다.
제주돌문화공원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남조로 2023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환경이라 말하는 이곳은 제주의 정체성과 향토성, 예술성을 살려 탐라의 형성 과정, 탐라의 신화와 역사, 그리고 민속문화를 시대별로 정리했다. 가장 아름다운 교육 공간을 조성해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 이것이 돌문화공원을 기획한 신념이다.
1999년 1월 북제주군(북제주군은 현재 제주시와 통합되었다.)과 舊 탐라목석원은 제주 돌문화공원 조성 사업을 위해 협약 체결을 했다. 그 결과 100만 평이 넘는 부지를 공원화하는 과정을 거쳐 2006년 6월 3일에 개원하였다.
환경의 중요성을 모토로 하는 돌문화공원은 80% 이상이 곶자왈 지대였다. 자연을 그대로 보전해 생태공원으로 물려주고자 했던 기획자는 돌, 나무, 넝쿨이 엉켜있는 곶자왈을 지형을 고스란히 유지하여 자연과 가장 친화적인 공원으로 조성하였다.
돌문화공원 관람코스
돌문화공원 관람 코스는 총 3개의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1코스부터 3코스까지 즐기고 온 나는 이곳을 이렇게 말하게 되었다. 말도 안 되는 규모의 질리지 않는 공원. 머릿속에 영감을 주는 공원. 자연과 공존하면서 예술이란 멋을 고스란히 간직한 공원이라고.
만약 이곳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모든 코스를 다녀오라 말하고 싶다. 하지만, 모든 코스를 다 경험하려면 3시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 만약 단 하나의 코스만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제1코스를 추천하고자 한다.
돌박물관 건물은 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다.
제1코스
주요 관광지
돌박물관 - 오백장군갤러리 - 어머니의 방
동선 거리 1,300m / 소요시간 1시간
돌박물관
제주돌박물관은 1989년부터 99년까지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곳이었다. 3,000평 규모의 이곳은 8m로 패어 있던 낮은 구릉을 이용해 지하 2층에는 수장고, 지하 1층에는 형성 전시관과 자연석 전시관을 만들었고, 옥상에는 야외무대를 설치하였다. 이로써 건축물이 지상으로 돌출되는 것을 최소화하였고, 주변의 빼어난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였다. 제주돌문화공원만의 특색 있는 박물관 건립을 위해 건물 외벽은 도내에서 처음으로 제주 현무암 골재를 이용한 노출 콘크리트로 만들었다.
위 두 장의 사진은 오백장군 갤러리, 밑의 사진은 어머니의 방에서 찍은 사진이다.
오백장군갤러리
2007년 1월부터 2,000여 평의 규모로 건축된 이 갤러리는 2010년 처음 개관되었다. 이곳은 상설 복합문화공간으로, 도내외 예술인들의 창작의욕을 고취시키는 한편 예술인들의 작품을 전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 오백장군갤러리는 '바다와 제주 해녀 : 서로를 살다 展'이 개최되고 있다.
어머니의 방
밭 가운데 놓은 '돌 무더기'를 제주어로 '머들'이라고 하는데, 이 '머들'의 형태로 용암 석굴을 만들어 내부엔 진귀한 용암석 하나를 설치했다. 이 용암석은 바다보다 깊고, 산보다 높은 모성애의 화신 설문대할망이 사랑하는 아들을 안고 서 있는 듯한 모습으로, 벽에 비치는 그림자를 보면 그 형상을 단박에 이해할 수 있다.
+ 누보
제1코스 위에는 카페 누보가 있다. 오백장군갤러리와 함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추운 겨울 이곳에서 먹은 커피는 잊지 못한다. 드넓은 공원을 여행하기에 알맞은 위치에 서 있는 이곳. 만약 여행을 하다 쳐지거나 지친다면, 또 추위를 피하고 싶다면 이곳 카페로 가자. 작품을 구경하며 커피를 마시는 것만큼 기분 좋은 여정도 없을 테니.
제주 동자석이 마냥 귀엽다.
제2코스
주요 관광지
제주돌문화전시관 - 돌문화 야외전시장
동선거리 970m / 소요시간 50분
이 코스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돌문화를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으며 제주의 민간신앙과 동자석을 만나볼 수 있는 코스다.
제주 동자석
동자석은 평균 1m 이하의 작은 석상을 말한다. 다공 현무암이라는 재질의 특수성과 단순하면서도 영적 분위기를 잘 살린 표현 방법은 제주 동자석만이 갖는 독특한 특징이다. 문인석과는 달리 민머리이거나 머리를 길게 땋은 모양, 쪽진 모양 등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상반신만 표현된 신체와 앞가슴에 촛대, 술병, 술잔, 꽃부채, 표주박, 홀 등의 물건들을 두 손 모아 받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죽은 사람을 위한 살아있는 사람의 지극한 정성의 징표로 보기도 한다.
제3코스
주요관광지
돌한마을
동선거리 1,080m / 소요시간 약 50분
돌한마을
제주돌문화공원 남쪽 부지는 3개의 오름과 곶자왈, 그리고 초지에 둘러싸여 있어 전통마을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는 돌이 많다. 그곳에 이 돌한마을이 있는데 이 마을은 19가구 건물 동수는 49동이 있다.
-
제주 여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겨울 여행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이곳 돌문화공원을 추천하고 싶다. 아름다운 건축물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공원은 실로 놀랍다. 만약 당신이 이곳을 여행한다면 후회 없는 선택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