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3. 31
文 정부 시행한 조치 단계적 완화 및 해제 필요…지나치게 복잡해진 주택 관련 세금도 단순화해야
대통령선거 이후 나타날 많은 변화 가운데 가장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주택과 부동산 부문이다. 선거 과정에서 양당 모두 규제를 대폭 폐지하고, 시장 기능 정상화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공급에 대해서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3기 신도시의 신속한 추진 및 1기 신도시 재건축 촉진 등으로 거의 유사했다.
하지만 현재의 금융 및 주택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실제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은 최소한 올해 말까지 계속될 것이 분명하며, 이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LTV 완화의 경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최상위권 가계부채 비율을 고려하면 대폭적인 완화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주택 가격 급등이 지속되면서 각종 대출 역시 증가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 2021년 12월20일 서울 송파구 공인중개사무소에 부동산 상담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주택 가격 재급등 가능성 여전
현재의 주택시장과 제도가 왜곡돼 있다는 진단에 대해서는 대다수 사람이 동의한다. 가격 상승을 제어하기 위해 15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서는 담보대출을 허용하지 않고,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20%의 추가적인 양도세율 적용을 통해 이익 실현을 막고 있다. 추가로 주택을 구매하려 할 경우 최대 12.8%의 취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공시지가 현실화율이 단계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부담은 더 커졌다. 이러한 조치를 통해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거래는 대폭적으로 줄어들었고 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하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정상적인 것이 아니며 지속될 수 없다는 데 문제점이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난 5년간 시행됐던 각종 조치를 단계적으로 해제하거나 완화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다시 주택 가격 급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와 폐지가 아닌 단계적인 조치를 실시해 실수요자 부담을 줄여주면서 시장 정상화를 도모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순서와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지나치게 복잡해진 주택 관련 세금을 단순화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여줘야 하는 것이다. 주택에 부과되는 세금은 기본적으로 지방세가 돼야 한다는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행정구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각종 행정편의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에 필요한 비용을 지역 주민들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비용 부담을 능력에 따라 부과하기 위해 소유 재산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과 경험에 따라 재산세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지방세로 징수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종부세는 재산세와 통합해 징수하는 것이 타당하다. 현재 종부세가 담당하고 있는 지역 간 불균형 완화를 위한 재원의 경우 양도세 등 국세를 활용하도록 하는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
취득세의 경우도 1주택에 대해서는 주택 가액과 관계없이 정률로 부과하도록 하고, 종전 주택을 매각하고 갈아타기를 하는 경우 차액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것이 타당하다. 합리적인 주택 구매와 이동을 권장한다면 단계적 이동에 따른 부담을 경감시켜줘야 하는 것이다. 다주택 구매 시에도 구매한 주택이 전·월세 임대용으로 활용됨을 고려하면 취득세를 굳이 중과할 필요는 없다. 임차인에 대한 거주기간 보장과 임대료 상승 제한 등의 조치에 동의할 경우 다주택자의 임대용 주택에 대한 취득세는 1주택과 동일하게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국가나 지자체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을 인정하고, 민간 부문의 역할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양도세의 경우 1주택은 현재 일정 금액을 넘어서는 주택을 매도할 때 발생하는 양도차액에 대해 과세하고 있는데 이 경우 주택을 넓혀 가거나 좋은 주택으로의 이주는 힘들어진다. 더 나은 거주 여건으로의 이동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하고 1주택 양도차액에 대해서는 더 고가의 주택으로 갈아탈 경우 과세를 이연해 주고 최종 단계에서의 합산 손익에 대해서만 상계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다주택자의 경우 자신이 거주하는 1주택을 별도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대해서는 1주택과 동일한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주택 양도차액의 경우 무조건적인 중과가 아닌 보유기간 및 임대 여부 등을 고려해 세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하며, 단기적으로는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양도세 중과 규정을 배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주택 공급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데 비해 대출 등 금융 여건 완화와 심리 호전은 단기간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수요 증가를 기존 주택의 거래를 통해 해결함으로써 내 집 마련 및 1주택자의 갈아타기를 지원하면서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러한 조치들을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최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은 주택 매도에 따른 양도세 중과 대신 일반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다주택 보유에 따른 부담으로 인해 주택을 매도하려는 흐름을 촉진시킴으로써 시장에 물량이 공급되도록 해 1주택자의 이동을 지원해야 한다.
▲ 서울의 한 은행 앞에 부동산 자금 대출 관련 현수막이 붙어있다. / ⓒ연합뉴스
세금 본연의 역할 되찾을 때
일단 다주택자 비중이 낮아진 이후에는 주택 보유에 따른 부담을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율 조정 및 종부세와 재산세 통합 등을 통해 단기간에 급등한 주택 보유 부담을 낮춰주고, 보유 주택 수가 아닌 보유한 전체 주택 가액을 기준으로 재산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취득세도 취득 차액에 대해서만 부과하는 등의 방식으로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지난 몇 년 동안 정부는 주택 가격 하락을 위해 거의 모든 세제를 동원했다. 하지만 주택 가격 하락이라는 목표 달성엔 실패했다. 세금은 국가와 사회를 운영하기 위한 합리적 재원 역할을 해야지 그 이상의 목표를 단기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운영될 경우 부작용이 매우 크다는 것을 우리 사회는 실감할 수 있었다. 거대한 사회적 실험을 통해 얻어진 교훈을 토대로 신속하게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주택은 가계가 보유할 수 있는 최대의 자산이면서 동시에 생활을 위한 필수적 대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주택에 대한 과도한 세부담은 결국 사회 전체적으로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최준영 /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출처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