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깊은 곳에 에리얼이라는 물고기가 살고 있었습니다.
에리얼의 어머니와 언니들은 인간의 상체와 물고기의 꼬리를 가진 인어였지만, 에리얼은 불쌍하게도 그저 물고기로 태어났죠.
에리얼은 가족들과 함께 물 위에 머리도 내밀어보고, 언니들과 같은 아름다운 머리카락과 인간의 상체를 갖고 싶다는 생각만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가 에리얼에게 초음파를 통해 전했습니다.
"에리얼, 언니들과 함께 바깥공기 좀 마시고 올게."
에리얼은 늘 본인만 두고 육지로 나가버리는 어머니와 언니들이 미운 한편, 너무나도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자신도 몰래 따라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에리얼은 물고기로 태어났듯이 물고기로만 살아갔어야 했나 봅니다.
어머니와 언니들을 몰래 따라가다가 수면 위쪽에서 파도에 휩쓸려 길을 잃어버렸거든요.
'여기가 어디지..?'라고 생각하던 한 편, 또 한 번 파도가 밀려왔습니다.
에리얼은 바다를 벗어나 바닷가의 모래 위로 떠밀려 갔습니다.
안타깝게도 아가미로만 호흡을 할 수 있던 에리얼은 숨을 쉬지 못해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어요.
그런 그때 누군가가 에리얼을 들어 올려 바닷속으로 던지며 말했습니다.
"뭐야 이 물고기는? 죽었나? 왜 여기 있어? 에이 재수 옴 붙었네."
하지만 에리얼은 물고기였기 때문에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죠.
에리얼은 생각했습니다.
'나를 구해주다니! 저 사람과 나는 운명인 게 분명해!'
에리얼은 곧바로 남자와 함께 결혼을 하는 상상까지 했지만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본인도 말을 하긴커녕 물 밖에선 숨도 못 쉬고, 걷지도 못하는 자신이 그 남자와 이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에리얼은 바닷속의 마녀를 찾아갔습니다.
"저를 인간으로 만들어주세요! 절 살려주신 분을 만나러 가고 싶어요!"
마녀는 선뜻 알겠다고 대답하며 그러면 다시는 가족들을 보지 못할 텐데 괜찮냐고 물어봤습니다.
우리의 에리얼은 자신을 버리고 늘 육지 구경을 다녀오던 가족들 따위 신경 안 쓴다며 괜찮다고 하였습니다.
마녀는 본인의 머리카락을 잘라 에리얼에게 마법을 걸어주고 10분 뒤 사람의 모습으로 변할 것이라며 얼른 육지로 올라가라고 하였습니다.
에리얼은 본인이 언젠가 인간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으며 바닷속에서 주워두었던 원피스를 머리에 쓰고 수면 위로 헤엄쳐 갔습니다.
육지로 올라가 바깥공기를 처음 맡아본 에리얼은 너무나 기뻐 그대로 모래사장에 드러누웠습니다.
그리고는 '그 남자는 마음씨가 착한걸 보니 왕자님인 게 분명해, 얼른 왕궁으로 가 내 마음을 고백해야겠어!'
길을 묻고 묻고 또 물어 왕궁까지 찾아간 에리얼은 그 남자를 찾았습니다.
그 남자는 사실 왕자가 아닌 궁정 요리사였습니다.
에리얼을 바다에 던진 그날은 왕자가 먹고 싶어 하던 신선한 생선요리를 위해 생선을 잡으러 간 거였죠.
하지만 그 남자는 에리얼을 보고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여 바다로 던진 것이었습니다.
에리얼은 남자에게 다가가 "저는 당신이 살려주었던 물고기예요! 당신에게 한눈에 반했어요! 저와 결혼해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남자는 생각했죠.
'뭐지 이 미친 여자는?'
에리얼을 미쳤다고 생각하여 거절을 한 남자였지만, 에리얼이 선물이라며 준 진주를 보니 진주를 받고 도망갈 생각을 했습니다.
에리얼은 그 남자를 진심으로 좋아하였지만 남자가 진주를 받고 도망가는 모습을 보며 화가 났습니다.
그렇게 모래사장으로 달려가 돌을 주워 갈고닦아 날카로운 간석기를 만들어 왕궁으로 향했습니다.
밤이 되고 왕궁의 기숙사에 가서 남자를 찾아 간석기로 남자의 심장을 찌른 에리얼은 왕자가 훔쳐 도망갔던 진주를 손에 넣은 후 옆나라로 가서 진주를 팔아 행복하게 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