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번에 화제가 된 C룸살롱은 ‘강남 3대 마담’으로 꼽히는 한모 마담이 직접 경영하는 유일한 룸살롱이라고 한다. 소위 말하는 ‘제대로 된’ 1급 유흥업소라는 것이다. 업계에선 C룸살롱의 실소유주인 대마담 한씨가 이른바 ‘텐프로’라 불리는 고급업소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접대 연예인 수입의 10%를 떼기 때문에 ‘텐프로’
‘텐프로’라는 업소 별칭은 업계에서 상위 10%안에 드는 고급업소라는 의미에서 유래됐다는 설과, 접대하는 아가씨 수입의 10%를 업주가 가져가는 특유의 시스템에서 유래됐다는 두 가지 설이 있다. 강남의 마담들은 후자 쪽에 무게를 둔다. FACTOLL이 만난 한 중견 마담은 “원래 텐프로란 연예인들이 접대부로 나오는 업소를 뜻하는 말”이라며 “연예인이 접대를 했을 경우 손님으로부터 받은 돈의 10%를 소개해준 브로커에게 주는 업소 관행에서 유래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마담은 “일부 브로커는 아가씨와 손님 양쪽에서 10%씩 받는 경우도 있다”며 “10%씩 커미션을 떼기 때문에 텐프로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했다.
“바지사장은 33세 여성 최모씨”
C룸살롱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98번지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청담 4거리에서 신사역 방향을 향하는 큰길가다. 7층으로 이뤄진 이 건물에는 침구매장(1층), 레스토랑(2층) 등이 들어서 있다. C룸살롱은 지하 1층에 있다. 서류상 사장은 1979년생 여성인 최모씨로 돼 있다. 하지만 최씨는 소위 말하는 ‘바지 사장’에 불과하다는 것이 사정 당국의 분석이다. 이곳은 항간에 알려진 바와 달리 ‘회원제’ 업소가 아니다. 룸살롱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회원들만 출입하는 회원제 업소도 있긴 하지만, 회원에 가입할 경우 신분이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최근 2~3년새 회원제 업소들이 대부분 예약제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주목을 끌고 있는 C룸살롱 역시 사전 예약을 통해 손님을 받는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내부 면적은 247㎡(74평) 가량으로 5개의 룸과 작은 홀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가장 큰 방인 특실에는 외부로 통하는 비밀출구가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여성 연예인이 나와서 접대를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사장은 40대 ‘대마담’ 한모씨”
정재계의 고위층 인사들이 연예인과 술자리를 갖는다는 얘기는 어제 오늘 나온 것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2009년 3월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장자연 사건’이다. 이번에 보도된 이재현 CJ회장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C룸살롱 술자리에도 연예인이 동반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들이 하루에 수천만원짜리 술을 마셨다는 시기도 장씨 사건 직후인 2009년 6~8월로 알려졌다.
정재계 고위층 인사들과 연예인을 연결해주는 사람은 누구일까. 화류계 주변에는 몇몇 사람들의 이름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청담동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고모씨다. 업계에는 50대로 알려진 고씨가 식음료 업계의 박모 회장, 유가공업계의 김모 회장, 미디어업계의 장모 회장 등 재계 유력 인사들과 연예인을 연결시켜 준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 소문에 따르면 2009년 숨진 장자연씨를 정재계 인사들과 처음 연결시켜준 사람도 고모씨라고 한다. 연예계에 있는 진모씨가 브로커의 역할을 한다는 말도 있다. 고씨가 손님의 ‘신분’과 ‘능력’을 함께 고려해 연예인과 연결시켜주는 것과 달리, 진씨는 순전히 손님의 ‘능력’ 위주로 연예인을 연결시켜주는 점이 차이라고 한다.
“50대 고모씨, 연예계 진모씨 등이 브로커”
연예인이 고위층을 만나고 받는 금액은 정해진 바가 없다고 한다. 강남의 한 마담은 “그야말로 딜(deal)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유명해진 한 여성 연예인이 무명이던 2000년대 초중반, 룸살롱 술자리에 1시간 동안 앉아만 있다가 온 적이 있다”며 “그 연예인이 대가로 당시 돈 300만원을 받았다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루머는 말 그대로 소문일 뿐이다. 유흥업소의 한 마담은 “손님은 자신이 부른 연예인에게 약속한 금액을 직접 주기 때문에, 정확히 아가씨가 얼마를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마담은 “아가씨는 자신이 받은 금액의 10%를 업소에 내놓는 것이 관행”이라고 했다. 그는 “잘나가는 아가씨의 경우 돈이 부족해지면 손님한테 달라고 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굳이 받은 금액을 속일 필요가 없다”며 “만에 하나 거짓말을 했다가 들통나면 그날로 거래가 깨지기 때문에, 아가씨가 (손님으로부터) 받은 금액을 속이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했다.
“대마담 한달 수익 4억~5억원 이상”
룸살롱 마담과 아가씨들 사이엔 묵시적인 상납 체계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A라는 새끼마담이 5명의 아가씨를 데리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 새끼 마담은 아가씨 한 명당 일정금액을 계산해, 자기 윗선의 마담에게 총액을 ‘현금으로’ 매일 지불한다. 이 새끼마담이 아가씨 10명을 룸살롱에 내보내고 1인당 5만원의 금액을 지불하기로 했다면, 이 새끼마담을 거느리고 있는 마담은 매일 5만원x10명=50만원의 수익을 현금으로 거두게 된다는 얘기다. 이 마담이 이런 새끼마담을 10명 거느리고 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이 마담은 매일 500만원의 수익을 거두게 된다. 어떤 대마담이 이런 마담을 10명 거느리고 있다고 가정하면, 이 대마담은 매일 5000만원의 수익을 올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여기엔 룸살롱 접대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술값, 안주값, 밴드 비용이 포함되지 않는다. 이 금액은 손님이 업소에 지불하는 것으로 이와 별개로 계산된다. 아가씨나 웨이터, 또는 밴드에게 지불하는 팁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수십명의 마담(그 밑에 다시 수십명의 새끼 마담)을 거느리고 있는 대마담이 한달에 거두는 수익은 상상을 초월한다. 룸살롱의 한 마담은 대마담의 수입에 대해 “최소로 잡아도 한달에 4억~5억원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술값 만으로는 수천만원 나올 수 없어”
보도에 따르면 이재현 CJ회장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마신 술값은 하루 수천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도대체 어떻게 술을 마시기에 술값이 서민 전세금 만큼이나 나올 수 있을까. 강남의 한 마담은 “술값 만으로는 절대 그렇게 많이 나올 수 없다”고 단언했다. “최고급인 발렌타인 30년산을 마셨다고 쳐도, 병당 수백만원 이상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마담은 “술값으로 수천만원이 나왔다면, 100% 팁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텐프로에서도 ‘잘나가는’ 간판급 아가씨는 월급제로 일한다”며 “사이즈가 나오는(몸매가 좋은) 최고 수준의 아가씨들 급여는 월 3000만원 이상”이라고 말했다.
수십억원 술값, 어디서 났나
보도에 따르면 이재현 회장과 곽승준 위원장은 2009년 6~8월 사이, 이같은 술자리를 6~7회(서울신문)에서 수십차례(경향신문) 가졌다고 한다. 계산은 모두 이재현 회장이 했다고 한다. 수천만원짜리 술자리를 수십차례 가졌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 회장은 술값으로 무려 수십억원을 썼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사정 당국은 이 수십억원이 어디서 난 돈인지를 밝혀야 한다. 개인 돈이라면 모르겠지만, 만에 하나 회사돈을 사용했거나 비자금을 조성했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주주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을 사주가 가로챘다는 점에서, 배임 또는 횡령 의혹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중요한 포인트를 FACTOLL 이외에 다른 매체는 아직까지 지적하지 않고 있다. @facto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