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사랑 공대식
추석이 닥아 오는 어느 날 아침 선학산에 올랐다. 산 중간지점 체육기구가 많은 곳 러닝머신 밑 나무 데크 아래 좁은 공간에 들 고양이가 살고 있는 모양이다.
5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배낭을 메고 오더니 배낭에서 고양이 먹이를 꺼내어 준다. 네일 부터 추석연휴라서 못 온다고 그러는지 고양이 먹이를 많이 가져와 제법 큼직한 비닐 통에 넣어주고 물도 떠다 놓고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았다. 고양이 먹이를 주는 아주머니는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요즘은 반려동물이나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이 많다. 선학산을 오르다 보면 애완용 개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을 자주 본다. 산 입구에서부터 여러 곳에 현수막에 ‘개를 동반할 때는 목줄을 하고 개의 분비물은 주인이 치우셔요.’라는 글이다. 어느 날 산에서 내려오는데 어떤 여자가 개를 데리고 오다가 똥을 눈다. 주인은 휴지를 내더니 휴지로 싸고 가져 온 비닐봉지에 넣어간다. 공중위생을 잘 지키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어 길가에 개똥이 있는 것을 보면 보는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불쾌하다.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은 동물을 좋아해서 기르고 극진히 보살피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피해를 준다. 대도시 주변 아파트 울타리 넘어 ‘애견 카페’가 있고 150평의 애견 운동장이 있다. 한 아파트 주민이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공간에 개가 짖지 않도록 해 주셔요” 핸드 마이크로 애견 카페를 향해 외친다. 확성기 방송을 한 A씨는 “한 살짜리 애가 자다가 개 짖는 소리에 놀라서 잠에서 깨고 울곤 한다고 하소연 한다. 집에 있으면 스트레스 받아 일부러 외출도 한다.„ 또 어떤 주민은 개 짖는 소리와 악취가 심하고 특히 “주말에는 집이 휴식처가 아니라 지옥이 된다.„고 하소연한다.
반려 동물이나 애완견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상실감이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다. 주인은 사랑스럽고 귀여워 좋은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개 짖는 소음과 똥. 오줌에서 나는 악취, 개 털 아레르기 등 공해 요인이다.
애완견은 가정에서 상전 대접을 받는다. 매일 칫솔질에 하루가 멀다고 목욕시키고 사람도 먹기 힘든 비싼 고기를 사료로 준다.
개와 관련된 용품은 값이 비싸 적지 않은 돈이 든다. 개가 아프면 불이 나게 가축병원으로 달려가지만 연로한 부모님이 편찮으면 병원에 가시라는 겉치레의 인사만 하는 불효한 자식도 있다.
시골노인이 잘 사는 아들집에 갔다가 며느리에게 개보다 못한 대접을 받고 화가 나서 돌아오면서 아들에게 ‘3번아(아들) 잘 있거라 6번(시아버지)은 간다.’ 는 편지를 남기고 돌아왔다는 어느 시아버지의 며느리에 다한 서운한 심정을 표현한 풍자적인 말이 나왔을까?
개한테 쏟는 정성의 반이라도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께 효성을 다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중학교 다닐 때 토끼를 기른 적이 있다. 재래시장에서 암 수 한 쌍의 새끼토끼를 사왔다. 토요일 오후에 토끼집을 지어 기르니 잘 크고 흰색의 앙고라 토끼 가 성질이 순하고 털이 부드럽고 복스럽다. 몇 달 후 토끼가 새끼를 낳았다. 갓 낳은 새끼는 털이 없고 빨간 것이 쥐새끼 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하루 이틀 자라는 것을 보는 순간 새끼가 귀엽고 복스러워 안아 보기도 하고 데리고 놀기도 했다.
여름 어느 날 토끼 새끼를 밤에 구렁이가 와서 ‘찍’ 하는 소리가 나서 후레시를 들고 가 보면 큰 구렁이가 새끼를 물고 담 넘어 도망간다. 밤에 토끼집에 와 몰래 새끼를 잡아먹는 구렁이를 막는 방법은 없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토끼먹이로 싱싱한 풀을 뜯어다 준다. 겨울에는 가을에 마른풀을 준비해 두었다가 주거나 대나무 가지나 소나무 가지를 꺾어다 주면 잎만 골라 먹는다.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면 하얀 앙고라 토끼를 데리고 풀밭에 가서 같이 놀기도 했다. 토끼는 털이 부드럽고 순한 동물이다.
오래전 지인한데 도사견 새끼 한 마리 얻어 단독주택 옥상에 키우는데 퇴근해 오면 개가 무척 반가워한다. 퇴근하고 바로 옥상 개집 근처에 가면 반갑다고 기어오르고 사람에게 접근하는데 옷도 버리고 힘들었다. 도사견 먹이 감당이 안 되어 중간 크기 정도 되어 시장에 가서 팔아버렸다. 애완견이 아니어도 1년 가까이 키운 개라 정이 들었는지 팔고 오는 길이 허전하고 서운했다.
개는 주인을 배반하지 않는다. 술 취해 잠든 주인 근처에 산불이 번져 주인 목숨이 위험한 지경에 이르는 순간 근처 개울에 가서 온몸에 물을 적셔 주인근처 불을 꺼 주인을 구하고 개는 주인 옆에서 죽은 의리의 오수 개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요즘 젊은 여자들이 애완견 보듬고 다니는 것은 흔히 보는 광경이다. 애완견은 옷도 입히고 머리에는 리본도 달고 예쁘게 치장하여 보듬고 다니며 개에게 뽀뽀도 한다.
동물관련 직업으로 동물 사육사, 수의사, 동물조련사, 애완견 미용사, 기능 견 조련사 등이 있고, 반려 견 시설로는 애완견 백화점, 애완견 호텔, 애완견 납골당, 애완견 카페 등이 있으며 요즘은 반려동물 창업 아카데미도 있다. 설이나 추석에 외국여행 가거나, 고향 가면서 반려 견을 데리고 갈수 없을 때 애완 동물 호텔에 맡기는데 하루에 8만원이라니 개도 호강하는 세상이다.
애완견이 죽으면 수목장도 해주고 돌에 글도 새겨 같이 지낸 시절의 정들었던 기억을 오래 간직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사람은 오랫동안 잘 지내다가 한번 배반하거나 사이가 나빠지면 지금까지 좋았던 인연을 끊고 원수처럼 지내지만 동물은 주인을 배반하지 않는다. 사람이 동물에게 준 사랑 만큼 동물도 사람을 좋아하고 잘 따른다.
요즘은 동물 애호 단체가 많다. 한국애견 협회, 한국애견 연맹 등이 있고 동물보호 자원 봉사자 모임도 있다. 산에 가도 야생 동물 먹이가 되는 도토리 주워 가지 말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겨울에 눈이 와 야생동물 먹이가 부족하면 먹이를 주는 아름다운 광경을 본다.
개도 인간을 위해 사람이 못하는 일을 도와준다. 경찰견이 공항에서 여행객의 깊숙한 짐 속 숨겨온 마약을 찾아내는 일이나 깊은 산속에서 실종된 사람을 찾아내는 일은 개가 잘한다. 개의 발달된 후각으로 냄새를 맡아 마약을 찾아내는 것을 보면서 사람이 못하는 일은 훈련된 경찰견이 찾아낸다.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며 서로 돕고 사는 것도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