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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하느님의 명칭
여기에서 잠깐 이야기를 중단하고 ‘하느님’의 명칭에 대해 정리하고 넘어가자. 앞으로 자주 나오면서도 여러 이름으로 나오게 되어 우리를 헛갈리게 하는 것이 명칭이기 때문이다. 우선 전제되어야 할 것은 구약성서가 한 사람에 의해, 하나의 책으로 정리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구약은 마치 생명체와 같아 여러 구전과 다른 민족의 전설, 당시의 역사 등을 토대로 수세기에 걸쳐 반복하여 필사하는 과정을 거쳐서 형성되었는데, 성서학자들은 그 기본이 되는 전승 자료를 통상 4종류로 분류하고 있다.
• J전승(야훼Yahweh 전승) :
가장 오래된 자료. 기원전 9세기경 이스라엘 왕국 분리 후에 남 유다왕국에서 엮어진 것으로 추정. 이 자료에서 하느님을 ‘야훼’라 일관되게 부르는데, 고대 희랍어를 독일어로 옮긴 '야훼Jahwe(영어 Yahweh)‘의 첫 글자 J를 따 학자들이 붙인 이름. 야훼를 의인화하여 기록한 것이 특징임.
• E전승(엘로힘Elohim 전승) :
하느님의 호칭을 주로 당시 가나안 지역의 신 중 가장 위대하게 여겨진 ‘엘로힘Elohim(신들)’이라고 표현하면서 영적 존재로 표현함. 단수는 엘El'. 이스라엘 왕국 분리 후에 북 이스라엘왕국에서 엮어진 것으로 추정. 창세기 12장 아브라함 이야기부터 시작. 여성 판관 드보라 이야기를 산문체로 묘사.
• D전승(신명기Deuteronomy 전승) :
기원전 700-600년경에 엮은 자료. 북 이스라엘 멸망 후, 남의 유다왕국에서 종교쇄신 차원으로 엮은 것으로 추정. 신명기의 대부분이 이 자료에 있음. 구약성서의 주요 역사서인 여호수아기, 판관기, 룻기, 사무엘기, 열왕기 등이 포함됨. 이 자료에서 모세가 제시한 토라 율법들은 이전의 율법을 개정한 것임.
• P전승(사제Priest 전승) :
유대왕국이 멸망하고 바빌론유수를 경험했던 유대 사제司祭들이 기원전 550-500년경에 엮은 것으로 추정. 고대 유대인 제사장의 의식과 의무를 다룬 레위기가 고스란히 기록된 자료.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읽고 있는 구약성서는 여러 세대, 여러 지역에서 엮어진 자료를 모아 집대성한 것이다. 그 후로도 인쇄술이 발명되지 않았던 관계로 필사본으로 전승되는 과정에서 숱하게 많은 자료가 첨가되고 삭제되었을 것이며, 필요에 따라 또는 오류 발견 과정에서 성서의 많은 부분이 훼손되거나 수정되었다고 보는 게 옳다. 실례로 모세5경은 기원전 400년 무렵이 되어서야 완성되었다. 그리스에서 소크라테스가 사형을 받은 해가 기원전 399년이다.
한 마디로 구약성서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신앙과 단편적인 역사에 율법과 노래, 잠언 등이 결합된 이스라엘 민족문학의 정수이다, 부근인 근동지방(수메르, 메소포타미아, 바빌로니아, 이집트, 가나안지역 등)의 여러 민족의 전승과 역사, 신 그리고 그리스로마 신화까지 필요할 때마다 적절하게 첨가하고 삭제하면서 살아 움직이던 그 시대 이스라엘인들의 종교관과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다만 이렇게 여러 지역의 여러 자료를 첨가하다보니 성서에서는 논리의 오류가 허다하게 눈에 띈다. 역사서가 아니기 때문으로 보면 된다.
고로 역사적 사실과 과학적 근거에 의해 성서를 보는 것을 오로지 신앙심의 결여로 보는 견해는 좀 안타깝다. 중세에 그런 의문을 품었다면, 당연히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 구텐베르크에 의해 인쇄술이 보급되어 인쇄된 성서가 나온 후부터 비로소 첨가와 삭제 기능이 제한된다. 필사본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성서가 대중화됨으로써 누군가가 자의적으로 성서를 변형할 수 없게 되었으며, 구약성서에 나타나는 갖가지 오류는 신성을 모독하는 행위였기에 성서의 오류를 입에 담는 행위는 신성모독 그 자체였다. 불행하게도 암울했던 중세시대의 그러한 잔재가 지금의 기독교계에도 남아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사건이 있었다.
유대교 신학자인 제예브 헤르조그가 “성서 내용은 유대인들의 신앙에 불과한 것이지, 역사는 아니다.”라고 하자 정작 유대인들은 무덤덤했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나라의 기독교인들이 들고일어났을 정도이다. 요시 사리드란 사람이 이스라엘 교육부장관 시절에 한 말도 눈길을 끈다. “이스라엘에는 정식 역사서가 없다. 신화와 전설 그리고 외래 전승이 뒤섞인 채 역사서로 오인되어 온 민족설화집(성서)만 있을 뿐이다. 성서는 역사가 아니다. 우리 역사계의 시급한 당면은 신화의 거품을 제거하고 역사적 사실과 고고학적 근거에 입각하여 다시 역사를 쓰는 것이다.” 이처럼 구약성서가 정식 역사서가 아님을 정작 유대인들도 알고 있다. 서론이 길어져 송구스럽다. 이제 하느님의 명칭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차례이다.
우리말로 번역한 ‘하느님’ 또는 ‘하나님’이란 명칭은 ‘엘로힘Elohim’ 또는 ‘엘El', ’야훼Yahweh‘ 또는 ’여호와Jehovah(영어로 죠호우버), '아도나이Adonai', ‘주主,LORD', '구주救主,Messiah' 등 여러 이름으로 표현되고 있다.
• 엘로힘Elohim :
히브리어로 ‘신들’이라는 뜻이다. 단수는 엘El, 성서 기록 이전부터 쓰였던 표현으로 보인다. '태초에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라는 창세기 말씀에서 ‘하느님’을 ‘엘로힘’이라 표기하고 있다. 그런데 창세기 2장 11절에는 ‘여호와’로 표현하고 있으며, 동3장 22절에서는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보라, 이 사람들이 선악을 알게 되어 우리들(Elohim) 중의 하나처럼 되었다.’”라고 하여 엘로힘을 하느님을 포함한 ‘여러 신’으로 표현하였다. 엘로힘이라는 명칭은 E전승(엘로힘Elohim 전승)에서 나온 말이다. E전승은 솔로몬 왕 사후 통일왕국 이스라엘이 북이스라엘 왕국과 남유다 왕국으로 갈라진 다음에 북이스라엘에서 엮은 것이다. E전승이 쓰여 질 당시에 이스라엘인들이 머물렀던 가나안 지역에는 먼저 그 지역을 차지하고 있던 종족들이 섬기던 창조의 신 엘El, 폭풍과 농경의 신 바알Baal(주님이란 뜻) 등 여러 신들이 혼재해 있었기에, 이스라엘인들은 주변의 다신교와 대항하기 위해 메소포타미아의 천사 개념을 도입하여 신과 천사들을 총칭한 우리(엘로힘)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단수 ‘엘El’로 끝나는 히브리어 단어에는 모두 ‘신’이란 뜻이 포함되어 있다. 다니엘(신의 판관), 이스라엘(신과 맞선 사람), 벧엘(하느님의 집) 등등.
• 야훼YHWH
J전승에서 주로 야훼라고 표현했다. 보통 ‘지고至高의 존재’라는 뜻으로 번역된다. 하느님이 모세를 처음 만난 날 스스로 밝힌 이름이다. 그러나 초기에 사람들은 그 이름을 거룩히 여겨 함부로 부르지 않았다. 대신 '아도나이Adonai(주主)'라는 히브리어를 사용했다. LORD는 야훼의 영어식 번역이다. 가톨릭에서는 야훼로 오랜 동안 표현했지만, 지금은 교황청의 결정과 주교회의를 통하여 야훼 대신 ‘주’를 사용하고 있다.
• 여호와Jehovah
모음이 없는 히브리어 YHWH에 아도나이Adonai의 모음자를 합쳐 ‘여호와’라고 발음한 것을 16세기 성서학자들이 Jehovah로 표기했다. 우리나라 개신교에서는 이 이름을 주와 함께 사용하고 있다.
• 주LORD
야훼YHWH의 영어식 표기이다. 영역 성서에서 ‘Lord'는 세 가지로 사용된다. lord는 보통명사로 ’주인‘이란 말이고, ’the Lord'는 ‘신(신약에서는 예수그리스도), ’the LORD'(작은 대문자로 쓴다)는 천지를 창조하신 야훼를 뜻한다. 하느님과 예수님을 지칭할 때는 꼭 정관사 the를 붙여야 한다. ’the LORD'를 한글로 번역하면서 ‘주’라 했다. 아, 한 가지 더 있다. 영국에서는 Lord가 귀족 앞에 붙는다(예 : 퍼거슨 경卿 Lord Alex Ferguson). 판사 등 고위공직자를 부를 때는 'My Lord' 즉 '각하'라고 한다.
• 구주救主
영어로는 the Savior, the Messiah, the Redeemer로 표현한다. 구약 시편에 하느님을 ‘나의 반석이자 나의 구주’란 말이 나오는데, 재앙으로부터 인간을 구원救援해 줄 유일한 존재임을 뜻한다. 훗날 예수를 세상을 구할 구주라 여김으로써 신약에서 ‘우리 주님이자 구주’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 하느님
야훼를 우리말로 번역한 말이다. 19세기 말 선교사 존 로스 등이 성서를 국역할 때는 ‘천주天主님’이었다. 가톨릭을 천주교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느님은 순 우리말 ‘하늘님’이 ‘ㄹ탈락현상’에 의해 생성된 말이다. 보통 개신교에서는 ‘하나님’이라고 하는데, 더러 유일신을 강조한 ‘하나’에서 비롯된 호칭으로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개신교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와 세력을 뻗친 곳이 평양이었고, 그곳 사람들은 하느님을 지역 방언인 하나님으로 부름으로써 고착된 말이다. 가톨릭에서는 하느님이라 부른다. 이슬람교 한국지부에서도 ’알라Allah‘를 ’하느님‘으로 번역하고 있다.
첫댓글 주! 여호와! 잘 알고 행하겠습니다.구약은 정말 어려운것이 많아서~
아우님~ 배우고.익히고. 고마워요.
아지매, 늘 댓글 남겨주시어 고맙습니다. ^&^
Load는 짐, 부담 등의 뜻이라서 아니고 Lord 입니다. 착오 없으시기를..
아! 이런 실수를... 아재의 지적이 없었더라면... 부끄럽고 고맙습니다. 꾸벅. 그리고 회원 여러분께는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바로 고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