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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도 금방 지나가고 있네요.
다음주면 4월의 마지막 이동장터 주간이 되는걸보니, 한해의 1/3을 이 금방 감을 체감합니다.
이동장터를 하게되면 매주마다 돌아오는 목금으로 인해 체감상 한 주가 매우 빠르게 느껴지곤 합니다.
오늘도 많은 분들에게 좋은 에너지와 물품을 잘 전달 하고 올 수 있도록 잘 준비해서 출발해봅니다.
9시 15분,
지난주 모두 여행다녀오신 마을이었습니다. 오늘은 계실지 싶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오신 어르신들. 여행은 잘 잘다녀오셨는지 여쭤봅니다.
아침인데도 햇살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항상 손님 중심으로 차를 주차하라고 말씀하셨던 뒷집 어르신, 이제는 차를 반대로 주차하라고 하십니다. 가판위로 올릴 수 있는 판이 손님에게 그늘을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오늘도 계란 하나와 라면 하나 사시는 어르신. 늘 손주가 먹을것 생각하며 물건을 사가십니다.
윗집 어르신은 다음주에도 놀러가신다고 합니다. 다니실 수 있을 때 다니면 좋겠다 싶습니다. 잘다녀오시라고 인사드렸습니다.
9시 25분,
저기서 손짓하고 계시는 어르신과 낯선 이모님. 새로 이사 오셨다고 합니다. 점빵차 보고 신기해하십니다. 사실만한 물건들 몇가지 제안해드리니 추가로 구매해주십니다. 어르신은 뒷집 총무님에게 선사해야한다며, 창고에 술 한궤짝 놔달라고 하십니다. 사실 올라오면서 총무님이 한 궤짝 창고에 놔달라고 했는데, 말씀드리니 그건 별도라고 하시며 갖다 놓으라고 하십니다.
이동네 총무님네 창고는 술 마를 날이 없습니다.
9시 50분,
오늘도 물건 챙겨서 어르신 댁으로 가봅니다. 오늘은 어르신이 우물가에 안나와계십니다. 얼마전 지역복지팀에서 어르신께서 허리 통증으로 인해 누워만 계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상태가 어떠하실지 염려하며 방문했습니다. 다행히 지난번에 장판이 뒤집혀있던 것은 온전하게 제대로 되어있었고, 어르신은 거실에서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오늘은 필요한거 없으실 것 같으니, 바로 가겠다고 말씀드리니 손짓 하시며 잘가라고 하십니다. 어르신 옆엔 드신지 얼마 안된 딸기우유 하나가 있었습니다. 식사는 하시고 주무신건지, 알 수 없지만 어르신께서 큰 불편함을 보이고 계시진 않아 바로 왔습니다. 여기 어르신 댁도 지난번엔 못봤던 것이었지만 어르신이 잘 오갈 수 있도록 집 앞 경사로와 손잡이 설치가 완료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작년에 조사하고 필요한 가정을 올해 설치하는 듯 싶었습니다.
10시,
회관 안쪽에서 어르신들이 손짓하십니다. 아침에 일자리 마치고 회관에 모여계셨나봅니다. 이번주도 문중 제사라며 필요한 것들을 사십니다.
"아그들이 다 사오긴 하는데 그래도 쪼까 나도 사야지~~" 하십니다.
술 안주거리, 손주 먹을 것들, 제사상에 올릴 것들 이것저것 조금씩 사십니다. 다 해온다 해도 어르신도 일부 함께 하고자 함이 있으시기에 그러하시리라 생각합니다.
10시 15분,
몇 주동안 뵙지 못한 어르신이 나오셨습니다. 병원에서 퇴원하셨나 싶었습니다. 오늘도 술을 사시지만, 한 병만 달라하십니다. 정말 마셔도 괜찮은지 여쭤보니
"한 병만 먹을거야. 한 병은 괜찮을거야" 하십니다. 평소 2병을 사시지만 절반으로 줄이셨다니 다행이면서도 몸이 정말 안좋으시구나 싶었습니다.
그 뒤로 또 오시는 다른 어르신. 지난번 주문한 청주 갖고 가십니다. 매장에 큰 청주가 없어서, 큰 청주 양과 같은 값으로 작은 청주 양을 맞춰 드리니 괜찮다고 하십니다. 점빵은 평소에 막걸리를 갖고 다니지만, 청주는 특정 시기에만 주문이 들어오는 제품이라 별도 주문하셔야 갖고 올 수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그러곤 우리 회관 총무님도 옆에 오시더니,
"회관에 커피 젤 큰놈으로 하나 넣어줘~" 하십니다. 그러곤 남편분 함께 오셔서 제사 물품 좀 사~ 하십니다.
4월 첫째주까지가 각 집안 문중의 시제 기간을 알고 있었는데, 4월 내내 문중 기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10시 30분,
겹벚꽃의 시즌입니다. 회관앞에 있는 3그루의 나무가 보기만해도 좋습니다. 미리 주문해주신 돼지고기 드리고 한창 찍고 있으니 어르신께선 그러십니다. "찌꽃~이라고 불러~" 하십니다. 정확히 잘 들은건진 모르겠으나 어르신들께서 부르는 다른 호칭이 있던것 같았습니다. 한창 사진찍는 모습이 보기 좋으셨는지 회관앞에 앉아 한동안 지켜보십니다. 어르신께 인사드리며 다음마을로 나섭니다.
10시 40분,
지나가는 길, 도로가에서 차가 멈춥니다.
"내 따라갈께~~~" 하시는 어르신.
집에서 나오시는길, 점빵에서 필요한 물건 주문하고 집으로 배달 해주시기 위해 따라오십니다. 늘 막걸리를 사시던 어르신이었는데, 오늘은 술과 라면 그 외에 것들을 주문하십니다. 그러곤
"이따 내려갈 때 나 만나고 가~~" 하십니다.
11시
어르신 집에 올라가니 어르신이 집 안에서 나올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지난번 외상값 갈아야지~" 하십니다.
외상장부를 확인해보니, 어르신께서 지난주에 사셨다고 하시는 물건들이 기록이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어르신께서 지난주 지나가시는길에 물건을 바로 받아가셨는데, 이동하던 중이라 제가 기록을 못했었나봅니다. 어르신께서는 물건도 보여주시면서
"이거랑 저거여~" 하십니다.
기록하지 않아도 양심적으로 제값주시고 물건 치뤄주시는 어르신이 계시니 얼마나 좋은지요~ 어르신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며 이동하였습니다.
11시 20분,
"자~~ 오늘도 물건 사야지~~ 그 혹시 맥주 있나? 캔으로 된거~~" 하시는 어르신.
"지난번에 샀어야 했는데, 없어서 내가 옆집에서 빌려먹었잔아~~" 하십니다.
요즘 한창 일할 때는 어르신들께서 캔맥주를 자주 찾으시곤 합니다. 저온저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시원하게 마시는 캔 맥주 한 잔이 그렇게 좋으신가봅니다. 어르신께서는 캔맥주 한 박스를 사시곤,
"지난번에 샀던 음료, 그게 매실이더만~~ 사이다도 좀 사야겠는데~" 하시며 두개를 섞어서 마신다고 하십니다. 특이한 제조인것 같은데, 어르신께서 드신다고 하니 그것도 함께 드립니다. 항상 물건을 많이 팔아주시는 어르신 늘 고맙습니다.
11시 40분,
오늘도 이곳 회관은 사람이 없습니다. 다들 바쁘신가봅니다. 식사하는 날도 있는 것 같은데, 아직 그 어르신께서 회복을 다 못하신가 싶었습니다. 안부 한 번 여쭤봐야겠습니다.
11시 45분,
마을길 올라가던 찰나 어르신 나오십니다. 이것저것 보시더니, 어르신께 빵을 권해드렸습니다.
"이거 몇일 일가나? 이일 뒤에 우리집 시멘 작업하는디, 인부들 줄려고~" 하십니다.
몇개 고르시더니 다 달라고 하십니다. 그러곤,
"지난번 외상값도 있지? 거 같이 하게~" 하십니다.
덕분에 이 마을 매출이 올라갔습니다.
마지막 집, 그늘막에 잠시 차 대고 있으니, 저뒤에서 부르는 소리.
"어이~~ 총각~~!"
아버님께서 2층에서 부르셨습니다.
"내가 뭐 살준 모르고 술 한짝 주게나~" 하십니다.
"마누라가 알지, 남편들이 뭘 살줄 아나? 허허 " 하시는 아버님. 그러면서도 떠나갈까봐 빨리 나오셨다고 합니다. 아버님에게는 아버님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간다고 말씀드리니,
"그래도 좀 사주는 집에서 좀 더 있고 하는게 인지상정 아니겠어? " 하시며 웃으십니다. 저도 같이 웃으며 물건드리고 넘어왔습니다.
11시 55분,
아까 들리라했던 어르신 말씀 듣고 회관에 들렸습니다. 어르신들께선 식사 준비가 한창이셨습니다.
"어이~ 자네 왔는가~ 밥 한술 뜨고 가게~" 하십니다.
"지금 나는 솔은 보약이여~~ 어서 와서 한술 뜨게나" 하십니다.
밭에서 딴 부추와 그리고 애기 상추들, 열무무침, 모기버섯 찬이 다양하진 않지만 어르신들 손맛이 엄청났습니다. 맛있게 잘먹었는지 회장님이 직접 손에 싸서 한 입주시는 쌈. 것도 받아먹고 이것도 받아먹고 하다보니 혼자서 밥 두그릇을 다먹네요. 회관에서 주시는 식사는 최고의 밥입니다. 어르신들께 밥 잘먹었다고 오전 일과를 마쳐봅니다.
1시 30분,
지난번 삼양라면 한 박스 사셨던 어르신, 번들 하나 부족해서 못드렸던것 집에 놓고 갑니다.
마당서 주차하고 있는 동안 옆집에서 나오신 어르신.
"나 회관 가기 귀찮아서 여 있었네~ 부탄 가스 한 박스 주게나~" 하십니다. 그러곤 52,000원이에요 말씀드리니 어르신께선 5천원짜리를 주십니다. 그러곤 다른 것들 사시길래 5천원임을 말씀드리니
"아이고 참.. 내가 깜박했네~~" 하시며 5만원짜리 지폐를 주십니다. 그러곤,
"나 이제 돈 없어~~ 알아서 하게~ 남는 돈은 깍아주던가~" 하십니다. 어르신께는 알겠다고 말씀드리며 조합원으로 가입되어있는 어르신의 잔여 포인트를 확인하고 처리하고자 했습니다. 가끔 대화가 왔다갔다 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어르신들의 신체나이를 고려하여 대화를 더 잘 해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떠날 찰나, 뒷집 어르신 오셔서
"막걸리 있는가?" 하십니다. 매주마다 막걸리 4병을 집에 두고 가라하셨던 어르신이었는데 소리 듣고 나오셨나봅니다.
어르신께선 소주를 자주 드시다가 최근엔 막걸리로 바꾸셨다고 하십니다. 어르신들께서는 소주보단 막걸리가 그래도 몸에 조금 더 낫다고 생각을 하신듯 싶었습니다.
13시 45분,
우리 어르신들 두부 공략 나섰습니다.
"김치찌개에 넣어먹으면 맛난게~" 하시며 두부 4모 사시는 한 어르신, 그걸보시곤 또 또옆에서 두 모, 또 뒤에서 한 모, 한 번에 거의 1판 가까이 나갔습니다. 다른 분이 사면 나도 하나 사야겠다는 그런 마음이 동하셨는지, 이곳은 올 때마다 늘 이렇게 사주시니 감사하지요. 오늘은 평소보다 늦게와서 어르신들하고 많은 이야기를 못나누고 바로 나서봅니다.
14시,
문이 잠겨있는 어르신댁, 평상시 처럼 담을 타 넘고 냉장고에 우유 하나 두고 옵니다. 남아있는 우유는 반절 안되는 양. 어르신께서 드시는 우유 양 체크하며 둡니다.
14시 10분,
요양보호사분께서 미리 주무하신 물건을 납품하러 올라갔습니다. 마루에 신발도 보이지 않고 불러도 대답이 없습니다. 안계시는가 싶었습니다. 돼지고기도 있었는데 어찌하나 싶어, 내부 연락드리니 "집에 계실텐데....." 하십니다. 그래서 내려왔다 다시 올라가서 두둘겨봅니다. 막 두드리니 그제서야 들리는 어르신 목소리. 요양보호사분께서 챙겨주셨다는 말에 감사하십니다. 볼 때마다 기력이 없어서 늘 걱정이었던 어르신이지만, 요양보호사분께서 식사를 따로 챙겨주시니 다행이다 싶습니다.
14시 20분,
잎새주 댓병 2개를 드리던 중 윗집 어르신 오셔서 콩나물 하나 달라고 하십니다.
어르신께 공병 많이 모으셨어요? 라고 여쭤보니
"술도 갈지 않으면서 공병 주지 말라고해서 내놨더니 금새 가주가대~" 하십니다.
제가 말씀을 괜히 그렇게 드렸나 싶으면서도 어쩔수 없다 싶습니다. 자식들이 술을 사와서 공병을 놓고가면 그 공병을 저희에게 주시는데, 그걸로 필요한 물품을 바꾸시곤 합니다. 이 과정이 사실 저희에게는 적자요소라 많이 늘어서는 안됩니다. 정말 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르신분들은 해드리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지속적으로 말씀을 드리곤 합니다.
'술이 아니더라도, 다른 것들이라도 물건을 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공병으로 생필품만 사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은 장날 나가서 물건을 사오시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점빵은 무료로 혹은 대체로만 이용하시려고 하시다보니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선택은 고객의 몫이지만, 동락점빵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를 잘 이뤄내기 위해서는 동락점빵의 매출도 올라가야한다는 점을 생각해야합니다.
어르신께서도 체념하시고 그렇게 처리하시니 다행이다 싶습니다.
14시 30분,
회관에 잠시 있다가 올라가려고 하니 집 앞에서 나오시는 어르신. 그 사이 옆집, 옆옆집도 함께 옵니다. 사실 매출이 많이 없던 곳이었지만, 조합원 간담회 이후 조합원 어르신들께서 점빵차 오는 시간 체크하시고 물건을 많이 사주시려고 합니다.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이 마을의 매출. 반가운 반응과 소식이었습니다.
14시 50분,
평소보다 훨씬 늦은 시간. 시정에서 앉아 계씨는 동네 어르신들과 이모님들. 오시자마자 필요한것들을 주섬주섬 담으십니다.
"어? 오늘 평소보다 좀 많이 사네?" 하십니다. 어르신들에 비해 젊은 분들은 간식류를 많이 사시곤 합니다.
쫀디기, 과자, 소세지, 참치 등 연령대에 따라 평소 구매하는 품목들이 다릅니다.
"혹시 제로 콜라도 있어요?"
점빵 다니며 처음 요청 받는 제로콜라. 어르신들에겐 생소합니다. 매장에는 비치해뒀지만, 점빵차엔 없던 그 콜라. 다음주에 꼭 갖고오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던 찰나, 뒷집에서 오신 어르신. 미리 주문하신 물건들 체크하십니다.
"왔어~~" 하시며 주변 분들에게 말씀해주십니다.
"우리 애기 아빠 열심히 사는데, 많이 팔아줘야지~~ 어서들 더 사주게~" 하십니다.
늘 점빵의 매출을 걱정해주시는 어르신. 동네에 청년이 와서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하는 그 마음을 열심히 응원해주시는 어르신이었습니다. 그런 어르신 덕분에 힘 얻고 갑니다.
15시 10분,
다음 마을로 가는 순간, 도로가 공사하고 있었습니다. 조금 돌아서 간 마을.
"어르신, 도로 공사를 하고 있던데요~?" 하니,
"점빵차 잘 오라고 공사 하나보네~~" 하십니다.
점빵차를 환영하고 기다려주는 어르신들이 곳곳에 계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떠날떄도
"항시 조심하고~~ 안전 운전해~~~" 하시는 어르신.
점빵차는 모든 어르신들의 응원을 받고 달리고 있습니다.
15시 40분,
마무리하러 들어가던 길. 동네에선 흔하게 보는 꿩입니다. 잠시 보러 뛰어가던 사이,
어르쪽에선 까투리가 날라갑니다. 꿩과 까투리가 좋은 시간 보내려는 찰나, 인간의 호기심 때문에 방해한건 아닌지,
슬쩍 다시 돌아옵니다.
15시 50분,
오늘 유난히 조금 더 바빴다고 느꼈던 하루였습니다.
온 마을에서 함께 해주신 덕분에 가는 곳곳마다 어르신들을 만나고 올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매출을 보곤 우리 선생님은
"누가 혼자 명절 만들고 오래~?" 하시면서 맛있는 아이스커피 한 잔 타주십니다.
점빵은 늘 어르신들과 함께하고있고, 어르신들도 늘 점빵을 생각해주신다는 것,
매출이 작던 크던 우리 마을을 위해 반드시 존재해야할 점빵임을 오늘도 생각하며 마무리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