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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로 시작되는 <얼굴>은, 심봉석(沈奉錫·1941~ ) 작사, 신귀복(申貴福·1937~ ) 작곡의 가곡이다. 동요같이 곡의 흐름이 부드러우며 음역도 그다지 높지 않아 남녀노소가 모두 즐겨 부르는 가곡이다. 1967년에 심봉석과 신귀복은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근처 동도중학교(東都中學校)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다. 가곡 얼굴은 이 학교 교무실에서 탄생했다. 어느 날 아침에 교무회의가 열리고 있었는데,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계속 이어졌다. 지루함에 지친 생물교사 심봉석이 먼저 소근대며 말했다. “교장 얘기 따분한데 서로 애인 생각하면서 노래하나 지읍시다. 제목은 ‘얼굴’이 어떻습니까?” “좋죠, 심교사가 가사를 짓고 나는 곡을 지어서 나중에 연결하면 좋겠군요” 음악교사 신귀복도 대 찬성이었다. 두 사람은 각자 열심히 메모지에 작업을 시작했다. 드디어 조회가 끝 난후 두 교사와 동료교사 10여명이 음악실로 갔다. 악보에 심교사의 가사를 써 놓고 피아노를 쳤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썩 좋다고 칭찬했고, 어떤 교사는 “맹물(생물)교사가 무슨 가사를 쓰느냐”며 농도 걸었다. 심 교사는 좀 더 멋진 노래를 만들고 싶어서 보름 동안을 소공동 모 음악다방에 매일 퇴근 후 두 시간씩 앉아 다듬었다. 1절 마지막 구절의 ‘맴돌다’를 ‘맴돌곤 하는 얼굴’로 바꾸면서 멋을 부리는데 만 일주일 간 고심했다. 두 사람은 먼저 학생들에게 노래를 부르게 했고 구전되다가, 1974년에 통기타 가수 윤연선(尹姸善·1952년~ )이 가곡인 얼굴을 포크 장르(Folk Genre)로 다시 발표했다. 큰 기교 없이 잔잔하게 흐르다가 감정이 올라가는 매력으로 많은 인기를 모았고, 지금의 국민가요(國民歌謠)가 되었다. 필자는 1970년에 전남 보성군 벌교초등학교(筏橋初等學校·당시 명칭은 ‘벌교남국민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그 당시 대중의 큰 인기를 얻고 있었던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정든 그 노래’로 유명한 전석환(全石煥·1934~)이 진행하는 ‘KBS 삼천만의 합창’이 있었다. 어느 날 그 프로그램 진행 중 ‘얼굴’이 불려지고 있었다. 그 노래에 큰 매력을 느낀 필자는 KBS중앙방송국의 삼천만의 합창 담당 노덕래 피디에게 “교직원 음악연수 시간에 ‘얼굴’을 불러 보고 싶습니다. 그 곡 악보를 구할 수 있을
그 일이 있은 후 나중에 필자가 구입한 '삼천만의 합창(1979)'에는 얼굴 악보(209쪽)가 '라단조 · 3/4' · 제창'으로 등재되어 있다. 그리고 '싱얼롱 레크리에이션(1984)'에는 얼굴 악보(79쪽)가 '마단조 · 6/8 · 2부합창'으로 등재 되어 있다. 삼천만의 합창에 등재된 얼굴 악보가 왜 3/4로 등재되어 있는지는 확인해 보지 못했다. 오늘날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얼굴 악보를 출판 단행본에서 보면, 가단조나 사단조(중·저성용)로. 그리고 모두가 6/8로 등재되어 있다. 매달 한차례씩 모여 아름다운 우리 가곡을 함께 부르는 ’광주전남우리가곡 부르기’의 제21회 음악회가, ‘신귀복 작곡가와 함께’라는 주제로 2010년 6월 11일 오후 7시30분부터 광주 양림동 소재 호남신학대학교(湖南神學大學校) 구내 카페 ‘티 브라운’에서 열렸다. 신귀복 작곡의 아름다운 가곡들이 광주의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당일 프로그램 진행 중 신귀복 작곡가의 인사말이 끝난 후, 회원들이 질문하고 작곡가가 대답하는 시간이 있었다. 몇 사람의 질문이 이어진 후, 필자는 “신귀복 작곡가님이 ‘얼굴’을 작곡한 동기가 무료(無聊) 한 직원회의 시간 때문이셨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라고 조금 무례(無禮)하게 단도직입적(單刀直入的)으로 물었더니, 신귀복 작곡가는 “그렇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작사·작곡 되었습니다…”라고 망설이지 않고 바로 대답해 주었다. ‘얼굴’이 발표 된지 50년 만에 작곡가는 <보고 싶은 얼굴(김치경 시)>이라는 곡명으로 후속곡을 작곡하였다. 곡이 먼저 나오고 김치경이 가사를 붙였다.
- 이 글은「한국보학문화연구회(회장 차정연)」가 매년 발행하는 「보학연구(譜學硏究)」제34집에 등재된 필자의 원고 ‘한국가곡 이야기’에 들어있는 내용입니다. 박상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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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얼굴 ~~ 국민 가곡. 국민 가요. 어디다 내놔도 손색없는 훌륭한 우리 시 우리 노래 입니다.
근데 후속 편은 넘 슬퍼요.
그렇습니다. 후편은 좀 슬프네요.
kbs 라디오 [정다운 가곡]에서 오래전에 들었던 내용을 더듬어 봅니다.
일본에 사는 교포가 이 노래를 어느 방송에서 듣고 매료 되어 악보를 구할 길을 찾다가 청와대 대통령께 간절한 편지를 보내므로써 '얼굴' 악보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초등학교 6학년때 담임 선생님(강하수)께서 음악을 좋아하셨고 풍금을 아주 잘 치셨는데 제게 가곡 '얼굴' 가르쳐 주셨습니다. 이후 여중생이 된 저는 2년 터울인 저의 여동생이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노래라며 얼굴을 부르기에 담임 선생님을 확인하니 저를 가르쳐 주셨던 바로 그 선생님이셨어요. 그 선생님께서 무척이나 '얼굴'을 좋아하셨나 봅니다.
김성춘 선생님!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글을 주시다니... 김성춘 선생님이 원래 노래에 소질이 있으신 바탕 위에 감성 풍부한 멋쟁이 강하수 선생님이 이 노래를 가르쳐 주셨다니 더욱 감동입니다. 젊었을 때는 자주 만났으나 이제는 거의 만나지 못하는 친구 강하수의 이름을 보며 아름다웠던 그 시절이 생각납니다. 강하수, 박충남 친구와 문학활동도 나름대로 했던 50년대 말이 회상됩니다. 117회 광주우리가곡부르기에서 감성 풍부하게 노래 불러 주시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