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교회력으로 연중 제 32주일이면서 평신도 주일이다. 그래서 하루 종일 평신도에 대한 얘기로 가득찬 하루였다.
아침부터 가톨릭신문에서도 평화방송에서도 평신도 주일에 대한 기사를 보고 들었는데, 성당에 갔더니 춘천주보에도 어김없이 평신도 얘기가 빠지지 않았고, 결정적으로 오늘은 미사 때 강론도 신부님께서 평신도에게 양보하셨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라 미사 끝난 뒤의 5분 교리 주제도 역시 평신도와 평신도 사도직이었다.
덕분에 평소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소홀히 했던 교회에서 부여한 평신도의 세 가지 사명, 즉 사제직 · 예언직 · 왕직에 대해 다시 한 번 새롭게 생각하게 되어 감사한 하루였다.
하지만 오늘 내내 나로 하여금 교회에서의 평신도의 역할이나 평신도 사도직의 중요성을 깊이 깨닫게 하는 걸 방해하며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말이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그건 바로 '평신도'라는 말 자체였다.
고깃집이나 음식점에서 요리 주문할 때나 '보통'과 '특'이 있는 줄 알았는데, 성당에서도 하느님 백성을 평신도와 특신도로 구분하는 것 같아서 사실 나는 맨 처음 이 말을 들을 때부터 몹시 못마땅했었다.
평(平)이란 글자는 글자 자체로는 평평하고 고르다는 뜻이니 전혀 부정적이지 않다. 그러나 이 '平'이 다른 말과 같이 쓰이면 뉴앙스가 달라진다. 예를 들면 평민, 평직원, 평교수 등이 그렇다. 무언가 특별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낮은 지위를 가리키면서 약간은 무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평신도 또한 마찬가지다. 평신도가 있으면 특신도가 따로 있어야 할 것 같지 않은가 말이다.
오늘 배운 5분 교리에 의하면 '평신도'란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선택된 백성으로 성직자를 제외한 모든 신자"를 말한다.
평신도 말고 따로 특신도란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냥 '신도'라고 부르면 그만이지 굳이 '平'을 붙여서 듣는 평신도의 신경을 거슬리게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이웃 종교들이 자기네 신자들을 부르는 이름과 비교해 보자. 개신교에서는 거룩한 신자라는 뜻으로 성도(聖徒)라 부르고, 불교는 부처님의 자녀라는 뜻으로 불자(佛子)라고 부른다. 아무리 들어도 가톨릭처럼 자기네 신자를 낮추어 부르는 듯한 종교는 없어 보인다. 낮추어 부르기는커녕 최대한 거룩하고 높여 부르려는 걸로 보인다.
부처님을 아버지로 부르지도 않는 신자들을 불교에서는 부처의 자녀라고 불자(佛子)라 부르는데,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르는 우리 가톨릭 신자는 그저 평범하다는 뜻인 평신도로 불리는 건 아이러니가 아니겠는가?
가톨릭이 왜 굳이 평신도란 말을 쓰게 되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다른 종교에서 쓰지 않는 말을 고르다 보니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 가톨릭 교회 내에서도 이런 저런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만큼 평신도라는 말이 오랫동안 교회 내에서 굳어져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고 쉬울 수 있다. 그냥 '평'을 빼면 된다.
평신도에서 '평'을 빼고 신도라고 부른다고 설마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진 않을 테니까...^^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 (마태25,12 오늘 복음말씀입니다.)
2023. 11. 12 제56회 평신도 주일
#평신도 #사제직 #예언직 #왕직
첫댓글 또다른 이베드로가 한마디 적겠습니다
우선 이종상베드로의 논거가 명확하고 비교도 잘되어 이해하기 쉽고 분명하다고 느꼈습니다
저도 일정부분 공감합니다
그러나 지금와서 갑짜기 평신도라 한걸 다릉 이름으로 호칭한다면 예기치 못한 혼란과 부작용이 있을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서 당분간 지금처럼 부르고 따르면 어떨까 합니다
평신도나 그냥 신도나 모두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본분을 다 하는 게 더 중요하겠지요.
이 베드로 화이팅!
댓글 감사합니다.^^
사실, 많은 분들께서 이종상 베드로 형제님께서 말씀해 주신 부분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해주셨는데, 빨리 용어 개선이 안되어서 저도 다소 답답함을 느낍니다. 기도 가운데 그날을 함께 기다려 보시지요.. ^^-
가톨릭이 뭐든지 조오~금 오래 걸리지요.^^
사제가 평신도와 얼굴 맞대고 미사 드리는 것도 이천 년 가까이 걸렸으니까요.
신부님 말씀대로 기도하며 기다리겠습니다.
설마 이백년은 안 걸리겠지요?
댓글 감사 드립니다.^^
그동안 아무런 거부감 없이 지내던 단어가 누군가에겐 이렇게 거부감을 들게 할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잠시 생각해봅니다
평신도 - 평등하다는 뜻이 가장 먼저 떠올랐고 그래서 좋은데 왜그럴까하여 클릭만하면 알수 있는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에 들어가보니 A.D. 2세기에 생긴 단어였고 그리 거부감 없는 단어였습니다.
당시 특신도 평신도를 구분하기위한 것이면 잘못된 단어이지만 그런 이유가 아니었고.
우리나라는 특히 양반과 천민으로 오랫동안 당연하게 살아 왔고 일제시대를 거치고 왕권시대가 종식 되면서
모든 국민은 평등한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천주교의 평신도는 그것에 부합된다고 봅니다.
모두 평신도이기에 우리는 특신도가 없습니다.
누구나 봉사직을 예를들어 사목회장을하였다가도 사직하면 똑같은 평신도 입니다.
누구도 그를 특신도라하지 않지요, 허나
개신교는 여떤가요?
일반 신도들을 장로,권사, 집사, 그냥 신도로 나누고 있습니다.
권사 ,집사가 되고파 치열하게 로비도 마다하지않고 일단 장로, 권사직을 받으면 계급이 됩니다,
다른 교회로 가더라도 그직위는 임명장으로 유지 됩니다 .
이것이야말로 조선시대의 양인,중인,상인,천인으로 회기하고 갈라치기하여
더많은 충성심과 양적물적 충성도를 강요하는 행태이며 지탄 받아야하는 종교적 얄팍한 상술 입니다.
이런 개신교의 모든걸빼고 성도를 거룩하다 우러러 우리는 왜그러지 못하냐 하십니다.
이를 모르면서 얘기하시는 것인지 알면서 그냥 해보는 건지
건강한 교회에는 여러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평신도가 거슬리는 평신도도 있고 아무렇지도 않은 평신도도 있겠지요.
다만 내 의견을 남에게 강요하는 건 좋지 않겠지요.
긴 댓글 감사합니다.^^
건강한 교회가 되려면 건강한 토론도 필요하지요
이 정도면 건강한 토론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선 이 정도로 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