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과 용도에 맞는 것을 골라라
빛바랜 낡은 배낭을 메고 고갯마루를 오르는 중년의 등산객.
이 광경을 접하면 '나도 저런 추억과 연륜을 담은 배낭 하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요즈음은 산에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도 소형배낭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비단 산행뿐만 아니라 여행, 레저에 이런 소형 배낭은 두루 쓰여지고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소형배낭은 등산객들에게 더없는 필수품.
주말의 가벼운 산행은 물론 암·빙벽 전문등반을 하는 산악인들에게는 예비나 보조 배낭으로 그만인
것이다.
소형배낭이라 하면 사람마다의 기준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대개는 30리터 안팎의 작게는 20리터에서 크게는 조금 욕심을 부려 45리터까지 포함된다.
즉 당일산행이나 겨울을 제외한 세 계절에 가벼운 당일 및 1박 2일 산행의 소지품들을 담을 수 있을
만한 용량이다.
소형배낭은 중·대형 배낭처럼 복잡하거나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고르는 기준이 복합적이어서 오히려
까다로울지 모른다.
대형배낭이 기능성을 위주로 제작되고 선택되어진다면, 소형배낭은 색상, 디자인, 기능 면에서의
개인적인 취향과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색상과 디자인이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지만 기능성은 아무리 소형배낭이라도 얼마간 따져봐야 할 구석이 있다.
소형배낭은 멨을 때 등에 바짝 달라붙고 배낭의 길이가 머리높이를 넘어가지 않아 활동성이 좋아
보이는데 그렇다고 이들 배낭이 그저 보기에만 좋은 것은 아니다.
사용자의 편안함을 위해 소형배낭의 곳곳에 여러 가지 기능을 배려해 놓고 있다.
국내 20여군데의 배낭 제조 및 공급업체가 추천하는 제품들을 살펴보면 등판, 주머니, 멜빵, 각종 고리가 공통적으로 강조되었다.
등판은 땀 배출을 돕고 편안한 착용감을 주는 기능에 가장 큰 역점을 두고 있다.
쎄로또레의 V-cut 프레임 내장 등판, 동진의 알루미늄 프레임, 아파치의 AFS(Air Flow System) 등판, 파이브텐의 프레스 몰딩(프레임 등판) 시스템, 타톤카의 CDS(탄성이 우수한 고무 망사를 사용 쾌적성을 높인 시스템), 잭 울프스킨의 ACS(Air Circulation System) 등 배낭 광고에 종종 등장하는 이들 용어는 모두 '등뼈 구조에 맞는 등판 구조'를 추구, 편안함을 광고하는 다른 표현들이다.
대개 40리터까지의 소형배낭의 등판은 두께 5밀리미터 이내의 플라스틱 프레임을 넣고 그 위에 딱딱함을 보완하기 위해 탄력성이 높은 패드를 대고 이 둘을 박음질로 접합시킨 형태가 일반적이다.
이들 프레임은 한 장으로 등판 전면에 대기도 하고 혹은 너비가 좁은 2장의 프레임을 세로나 V자 형
으로 대기도 한다.
이는 배낭을 구입할 때 손으로 만져보면 쉽게 알 수 있다.
45리터 배낭에는 이들 플라스틱 프레임보다 훨씬 강하면서도 유연성을 갖춘 알루미늄 프레임을 등판에 댄 것도 간혹 있다.
이는 배낭을 멨을 때 등의 곡선이 진 부분으로 짐이 완전히 쏠리지 않도록 탄력 있게 받쳐주어 제조업체들이 주장하는 '인체 공학적인 구조'를 추구하기 위한 것인데 대개는 중·대형 배낭에서 일반화된
등판구조다.
프레임을 댄 등판 구조는 전문등반가들에게는 암·빙벽 장비와 같이 딱딱하고 뾰족한 물건으로부터 등을 편안하게 받쳐줄 뿐만 아니라 등에 가해지는 힘의 무게를 완화시켜 주는 중요한 요소라 할 것이다.
약간의 짐을 메더라도 몇 십분만 걸으면 등이 눅눅해지는데 바로 땀 때문이다.
이 점은 아무리 좋은 재료와 공법을 개발한다 해도 생리적 현상에 관계된 것인 이상 한계가 있다.
그래도 제조사마다 나름대로의 아이디어를 반영하고 있는데 코오롱 제품의 등판 공기순환 시스템이나 써미트의 벌집구조형, 아웃도어디자인의 에어 벤틸레이션(Air Ventilation 공기 통풍) 시스템, 살레와의 망(Net) 시스템, 로우의 망사(Mesh) 패드 등은 용어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더라도 이들이 등과 배낭
사이의 통풍 장치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는 통기성 있는 망을 등판의 전면이나 등의 중심 부위에 씌우거나 덧붙인 식이다.
혹은 착용감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 통기성능이 탁월한 소재로 만든 스펀지나 패드로 대체하기도
한다.
주머니는 용량의 확대 장치
등판의 구조와 함께 따라 다니는 것이 있는데 멜빵이다.
등판의 착용감을 증대시키는 보조 역할을 하는 멜빵은 한 장비업체가 재미있게 표현한 '성형'멜빵으로 나아가고 있는 추세다.
아예 멜빵을 어깨에 걸리는 곡선 형태로 맞춰 제작함으로써 종래의 단순 일자형의 부자연스러움이 어깨를 결리게 하거나 짐 무게를 분산시키는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주머니는 소형배낭이라면 90퍼센트 이상의 제품에서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공통적이며 본체 다음으로 중요한 기능을 가진다.
헤드가 따로 없는 자루형인데다 용량이 한정된 소형배낭에서 다용도 주머니는 용량 확대란 측면에서
아주 필수적인 부속품이다.
주머니의 쓰임새는 물론 수납의 목적인데 이때 크기, 모양, 위치, 소재 등은 제조업체마다 다양하다.
배낭 전면에 통으로 부착하거나 두칸으로 나누어진 것 등은 가장 일반적으로 보기 쉬운 주머니 형태다.
그러나 주머니 크기의 차별을 둔 것, 반원형인 것, 위치도 배낭의 위, 아래, 옆 어디든 가리지 않는다.
배낭 속에 만들어진 내장형도 있는데 이는 잃어버리기 쉬운 중요한 소지품을 보관하는데 유용하다.
소재로는 천이나 망사가 많이 쓰이고 있고 수시로 꺼내 쓰기 편하도록 만든 오픈형과 지퍼형이 있다.
배낭을 고를 때는 배낭의 용도에 생각하고 이에 맞는 부속품의 종류와 형태를 선택해야 한다.
등산용이라면 가능한 전면에 부착된 주머니를 선택하고 크고 단순할 것, 나뭇가지 등에 걸리지 않도록 설계된 것, 물건이 쏟아질 염려가 없는 지퍼형이 유용할 것이다.
백패킹이나 여행용이라면 책 등의 휴대품을 수시로 사용할 수 있는 개방된 주머니가 편하다.
용도에 따라 물건을 분리해 넣을 수 있는 크고 작은 주머니가 많으면 좋다.
파이브텐사의 슈퍼팩 모델은 암벽등반을 고려, 초크 주머니를 넣을 수 있도록 배낭 전면 아래쪽에 달아놓은 특이한 형태도 있다.
배낭에 달린 각종 고리나 홀더는 난잡해 보이긴 하지만 전문 등반을 하는 이들에게는 꼭 필요하다.
피켈 고리와 스톡 고리, 등판 맨 위쪽에 달린 배낭 손잡이용 고리 등이 공통적이다.
피켈 고리는 고리가 풀려 피켈이 사람을 찌르는 것을 막도록 최근에는 반주머니 형태로 피켈집을 만들어 놓은 것도 있다.
수통고리가 달려있는 살레와의 컨트리 40도 특이하다.
잭 울프스킨에는 헬멧이나 매트 등을 매달 수 있는 삼지점에서 고정하는 방식인 사이클론 서스펜션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반면 배낭 전면에서 흔히 찾아보기 쉬운 연쇄 고리 형태인 데이지 체인은 실제 사용하지 않아 장식적인 효과가 더 큰 편이다.
기능면에선 국·외산 비슷
웨빙 테이프에 연결된 잠금 장치인 일명 '똑딱이'라 부르는 스트랩은 배낭의 앞, 뒤, 옆에 붙어있는데
이것은 외부에 매단 물건을 고정시키거나 부피를 압착시킬 때 쓰인다.
동진의 엘리트 모델과 아파치상사의 라페NAP-9740 모델은 레인커버가 달려있기도 하며 쎄로또레의 게코 모델은 분리가 가능한 허리 벨트색이 부착되어 있다.
업체들이 모두 등산용 배낭 일색인 것은 아니다.
제조사마다 치중하는 용도의 성격이 있는데 이러한 의도가 배낭에 남다른 부속품이나 구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제품의 기능이나 부속품에서 국산제품과 외산제품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반면 디자인이나 소재에 있어 다소 국산 브랜드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외산 제품의 경우는 가격이 비싼게 흠이다.
특히 30리터 이하의 배낭에서는 가격이 두배 정도 차이가 나는데 이는 30리터 이상에서 다소 좁혀지는 편이다.
소형배낭을 고르는 기준을 어떤 사람은 디자인이라 하고 누구는 기능성이라고 하지만 자신의 용도에
맞는 배낭을 고르는게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더욱이 연례행사처럼 뜸하게 등산을 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여기에 소개된 소형배낭 하나쯤은 장만
하고 산행에 나서기를 권한다.
책가방으로나 쓰임직한 배낭이나 기능이라고는 전혀 고려되지 않아 보자기와 다름없는 배낭을 메고
산에 가는 것은 '나는 등산인이 이나고 나물꾼이오'하고 써붙이고 다니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