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신입생에게 드리는 당부 말씀: 조화로운 대학생활
나는 대학의 상담 교수로서 여러분이 대학생활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을 때 같이 만나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오늘은 그 동안 내가 상담을 통해 파악한 대학생들의 일반적인 고민과 문제들을 소개하면서, 신입생들이 앞으로 대학생활을 해 나갈 때 그런 어려움을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려 한다.
대학생들이 겪는 일반적인 어려움은 첫째 교우 문제, 둘째 진로 및 취업 문제, 셋째 이성 및 성 문제, 넷째 공부 및 성적 문제를 들 수 있다.
제일 먼저 교우 문제부터 시작하자. 신입생 여러분들은 이미 선배님들로부터 이런 말을 많이 들었을 것이다.
‘대학생활은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적극적인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대학에서는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동료, 선배, 교수님과 폭넓게 잘 지내야한다.’
그 말이 과연 맞는 말일까? 물론 부분적으로는 맞다. 너무 소극적이어서는 곤란하다. 대학 입학 후 오늘까지 학과 동료들에게 한 번도 먼저 다가가 말을 걸지 못하고 늘 누군가가 말을 걸어주기만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린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아무리 내성적이라 해도 옆 사람에게 "안녕하세요" 하고 먼저 인사를 건네는 정도의 용기는 내야 한다.
대학 1, 2학년 때 상담실을 찾는 학생 중에는 ‘외로움’, ‘고독감’, ‘소외감’ 때문인 사람이 가장 많다. 대학생활은 중․고등학교 때와는 다르다. 중․고등학교 때는 한 교실에서 좋든 싫든 1 년을 같이 지내게 되니 옆이나 앞뒤 짝꿍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대학에서는 수업도 서로 다르고 교실도 옮겨 다니므로 중․고등학교 때처럼 친구가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다. 그래서 소심한 사람 중에는 친구를 한 명도 사귀지 못해 외로워서 학교를 다니지 못 하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이다.
혹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우연히 옆 자리에 앉았던 단 한 명과 친해져 매일 같이 다녔는데, 무슨 일로 그 아이가 오늘 학교에 안 왔거나, 혹은 둘이 말다툼을 하여 서로 멀어졌거나, 또는 그 아이가 다른 학생과 더 친해졌을 경우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그러니, 마냥 남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그리고 또 꼭 한 명 하고만 단짝으로 지내려하지 말고 여러 사람과 두루두루 알고 지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려면 어느 정도는 적극성이 필요하겠다.
그렇다고 적극성도 너무 지나치면 좋지 않다. 옛말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과 같다는 말이다. 여러분 중에는 ‘지금까지는 너무 소심하고 내성적으로 살아왔으니 대학에 들어가면 외향적으로 적극적으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일부러 활발하고 외향적인 척하며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간다. 그러나 원래 자기 성격이 그렇게 외향적이 아니라면 그런 식으로 계속 살아가기는 어렵다. 곧 그런 생활이 너무 벅차서 지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다시 자신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그것이 너무 창피하다. 처음에는 매우 적극적인 척 했다가 얼마 가지 못해 소심한 모습을 보이려니 말이다. 그래서 혼자 속으로 고민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이것은 너무 오버(over)한 것이다. 대학 생활은 길다. 고등학교 때는 1년 마다 반이 바뀌지만 대학 생활은 4년 내내 같은 학과 사람들과 같이 지내야 한다. 천천히 해도 사귈 사람은 다 사귈 수 있다. 그러니까 너무 소극적이지만 말고 적당히 적극적인 것이 가장 좋다.
이번에는 정말로 성격이 외향적이어서 처음부터 인간관계가 너무 좋은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자.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 번째 유형은 매우 많은 선배, 친구, 동료를 사귄 사람이다. 교문에서 강의실까지 가는데 20 ∼30 명도 넘게 인사를 하며 간다. 모든 신입생들이 그 친구를 부러워한다. 그러나 그런 친구들은 4학년 2학기 때 상담실에 찾아오게 된다. 대학생의 두 번째 고민인 취업문제로 말이다. 대학에서 인간관계를 넓히려면 매일 술집 가고, 커피숍 가고, pc방 가고, 노래방 가고, 당구장을 가야한다. 즉, 매일 어울려 노는 것이다. 놀 때는 물론 좋다. 그러나, 그러다 보면 학점을 다 못 채우고, 영어도 안 되고 자격증 하나 따지 못하고...... 그래서 결국은 졸업이 어려울 수도 있고, 졸업은 돼도 취업이 곤란하다.
명심하라. 대학에서의 지나친 인간관계는 인생을 망친다. 폭넓은 인간관계가 필요한 사람들은, 정치인, 외판원, 연예인뿐이다. 여러분은 학생이다. 인간관계에 몰두하다보면 정작 꼭 해야 할 공부를 못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거니와, 대학에서의 지나친 인간관계는 똥이다. 인간관계에 몰두한 사람들이 바로 고학년이 되어 진로와 취업문제로 상담실을 찾아오게 되는 것이다.
성급한 인간관계가 문제가 되는 또 다른 유형은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아 캠퍼스 커플이 된 신입생들이다. 캠퍼스 커플이 되면 처음에는 너무 좋다. 둘이서 같이 공부하고, 이야기하고, 영화 보고, 노래방 가고, 여행 가고.... 좋지?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한 학기 뒤에 상담실에 오게 된다. 아직 대학생활에 대해서도, 이성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한 사람하고만 깊이 사귀다보면 대개가 3 개월, 길어야 1 학기를 못 넘기고 헤어지게 된다. 그 후로는 바로 괴로운 생활이 시작된다. 서로 어색하고 민망해 피하고 싶어도 늘 같은 교실에서 얼굴을 맞대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상담실을 찾아오는 세 번째 유형, 즉, 이성 문제가 되겠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성을 사귀는 일은 대학생활을 망치는 주범이다. 따라서 적어도 1학년 1학기 때는 캠퍼스 커플을 피하는 것이 좋다.
이번에는 대학생의 마지막 고민인 시험과 성적 문제이다. 대학 신입생 중에는 중간고사를 볼 때가 되어서야 대학에서도 시험을 보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대학에서 시험을 보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대학 4년 중 1학년 1학기 성적이 가장 좋지 않다. 시험 준비를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역으로 생각해 보면 1학년 때는 상대적으로 남들보다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장학금을 받기도 쉽다. 대학에는 장학금이 많으며 대개 성적순으로 준다. 조금만 열심히 하면 장학금을 받아 부모님에게 효도할 수 있다.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tip을 한 가지 주겠다. 대학 교수님들은 강의할 때 중․고등학교 선생님처럼 판서를 많이 해 주지 않는다. 그러니까 교수님 말씀을 잘 듣고 스스로 필기를 잘 해야 한다. 중간에 필기를 놓쳤을 때도 포기하지 말고 쉬는 시간에 다른 친구의 노트를 빌려 그 부분을 채워 넣고, 시험 때는 몇 명이 팀을 짜 노트를 복사해 돌려 보면 큰 도움이 된다. 그렇게만 하면 장학금을 쉽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내가 앞에서 한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마무리 짓도록 하자.
신입생 여러분, 당분간은 너무 소극적이지도, 너무 적극적이지도 말아라. 특히 오버(over)는 좋지 않다. 너무 많은 사람을 사귀려고 무리하지 말고, 너무 술을 많이 마시려고도 하지 말고, 너무 잘난 척 하려고도 하지 말고, 너무 튀려고 하지도 말아라. 시간을 갖고 천천히 여러분의 본 모습을 드러내라. 외유내강이란 말이 있다. 겉으로는 부드럽고 속으로는 강하다는 뜻이다. 겉으로만 드러내려 하지 말고 속으로 내실을 길러야한다. 한 동안은 선배님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교수님께 궁금한 것을 여쭤가면서, 천천히 대학생활에 적응해 나가라. 너무 소심하지도 너무 지나치지도 않게, 중용을 지키면서, 오늘 하루를 보내고 또 1학년 시절을 보내라. 그리하여 입학할 때보다 졸업할 때 더 행복한 대학생들이 되기를 바란다.
(경남대 김원중)
첫댓글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3학년인 저도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저도 위에 있는 몇 가지 사례 때문에 1,2학년 때 고민 많이 했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제가 새내기때 했던 생각들이 납니다. '아고고...고등학교 생활을 벗어나 이제 막 대학교에 발을 디뎠는데...시트콤에서 나오는 나의 캠퍼스의 생활은 온데간데 없고, 엄청 큰 고시원을 방불케 하니 여긴 어디여?'
저도 새내기 시절에 고민했던 내용이 많이 담겨있어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교수님 잘 읽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