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보니 이 포스팅도 참 오랫동안 묵혀두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선화가 피는 봄이었는데 이제서야 포스팅을 하다니.. 한동안 열심히 찾아다닌 부지런함의 결과인지, 아니면 포스팅을 늦게한 게으름의 소치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서어서 다녀온 곳들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제 프로필에 다음 맛집공식블로그 엠블럼이 붙어있더라구요. 맛집블로깅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좋지 않은 때에 맛집블로거가 된다는 것은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일인데다가 제가 과연 맛집 블로거로서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외식에 대해 그다지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입장에서 밖에서 먹을 일이 있다면 어디로 갈까 하는 고민이 블로그라는 공간에 흔적 겸 정리를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발전되어 시작된 작업이었습니다. 그냥 하던데로 해 나가면서 언제나 하게 되는 말, '맛집에 대한 평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니 참고만 하시라'는 당연비겁한 말을 남깁니다.
요즘은 네비게이션이 있으니 찾기 참 쉬워졌습니다만, 이 집은 외관부터 범상치 않아 지나면서도 한번쯤 고개를 돌려 보게끔하는 모습이죠. 이런저런 말들이 곳곳에 붙어 조금은 어수선한 외관.. 개인적으로는 그닥 반갑지만은 않은 모습..
수선화가 한창이던 때였습니다. 제주와서 알게 된 건, 수선화도 종류가 다양해서 저마다의 꽃이 다른 모습으로 피어난다는 사실입니다.
메뉴판 확인하시구요. 우리는 검정콩 콩국수와 도토리 묵밥, 그리고 두부 한접시를 주문했습니다.
이 집의 특징은 직접 재배하고 만든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미 많이 유명해져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깔끔한 홍보문과 강조문은 그런 사실을 간접적으로 대변해주는 일이기도.
두부를 만들고 남은 콩비지는 그냥 주십니다. 우리도 조금 가져왔는데 콩비지탕을 만들었더니 참 맛있었다는 기억이 있네요. 저 더덕술은.. 낮시간만 아니었다면 정말...^^
두부 한 접시가 나왔습니다. 직접 재배한 콩으로 할머니가 만드셨다는 두부.. 간장에 찍어먹어도 좋고 같이 나온 김치와 먹어도 좋고..
두부는 입자가 약간 굵은 듯 하면서도 고소하고 맛있습니다. 집에서 만든 두부는 왠지 깊은 맛이 있죠. 그냥 먹어도 좋은 맛. 이 집 두부는 그냥 먹는 것이 더 맛있었습니다. 함께 나온 김치와 먹어보니 김치가 약간 달달하고 시어서 두부맛과는 잘 어울리지 않더라구요.
반찬이 나왔습니다. 그릇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음식 자체에서 보여지는 정갈함과 손맛이 있습니다. 실제로 반찬 하나하나에 이 집만의 정성이랄까 그런 맛이 있더군요.
묵밥은 이렇게 나옵니다. 보기만 해도 고소함이 묻어나오는 느낌.
검정콩 콩국수는 이렇게 나오구요. 면이 노란색인 것이 특이합니다. 단호박을 넣어서 그런 것일 겁니다.
노란 면발에 묻어나오는 검은콩의 입자들.. 진하고 걸쭉한 콩물이 고소하고 깊은 맛을 냅니다. 콩물을 그냥 떠 먹어도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막 오죠. 남춘식당처럼 걸쭉하기가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깊고 고소함 자체는 정말 이 이상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묵밥에도 이제 밥을 넣고 비벼보아야죠.
열심히 비벼 먹어봅니다. 묵의 찰지고 부드러움과 함께 고소함이 좋습니다. 양념이 강하지 않고 깊은 맛이 있어서 정갈함에 맛을 더한 그런 느낌이랄까요? 약간 퍽퍽한 느낌이 있어 물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느낌은 있지만, 묵밥 역시 이 이상은 없을 듯한 느낌이었달까요?
이 집은 제주에서도 손에 꼽을만한 완소 맛집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자극적이거나 사람을 흥분시킬정도의 맛은 아니지만 정갈하고 깊이가 있어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는 집이랄까? 아무래도 지금껏 지켜온 음식에 대한 고집과 손맛이 그렇게 만들었을 겁니다.
이 집은 어르신들과 함께 가 보시길 추천합니다. 이 날도 저는 어른들을 모시고 들러보았는데 정말 만족하시더라구요. 깊이가 있고 손맛이 있고 정갈함과 감칠맛을 골고루 갖춘 집이다 보니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만족스럽고 기분 좋게 배를 채울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옆에는 바로 거문오름이 있으니 오름등반도 하다가 이 집에서 한끼 식사를 한다면 그야말로 환상의 조합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출처: 칼을 벼리다. 원문보기 글쓴이: 민욱아빠
첫댓글 저도 맛집블로거라는것에 대한 딜레마에 빠져있지만,
내가 맛있게 먹은집이 맛집이다..라는 생각으로 그냥 정보공유차원에서 열심히 올리고 있습니다.
제 취향으로 여기는 맛집이 분명한듯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