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경포 등동해안 91개 여름해변을 찾은 전체 피서객은 현재(8월 2일 기준)까지 1283만6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23만8000명에 비해 약 5%인 59만8000명이 증가했다. 하지만 알뜰·당일치기 등 피서 패턴 변화로 인해 상인들의 체감경기는 썰렁하다.
숙박은 텐트에서, 음식은 직접 해먹는 ‘짠돌이’ 피서객들이 지갑을 닫아 지역경제에 도움이 못되고 있다.
강원도환동해본부가 지난해 동해안 해변을 찾은 피서객 1500명을 상대로 휴가 비용을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10만원 이하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한 교육서비스업체에서 직장인 9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평균 1인당 휴가 비용 56만5000원보다 무려 5배 이상 적은 것이 동해안의 소비 경쟁력 현주소를 실감케 한다.
지역사회에서는 “피서객이 증가해도 여름철 지역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결국은 환경 정화와 해변 관리 부담만 떠안는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제12호 태풍 나크리의 영향으로 강릉지역에 비가 내린 3일 경포해변 횟집거리에 피서객들이 없어 썰렁한 모습이다.
■ 알뜰 피서풍조
2박3일 일정으로 남편, 아들 2명과 함께 강릉 사천해변 캠핑장을 찾은 김모(36·경기 안산)씨는 ‘캠핑 마니아’다. 김씨는 3년째 사천해변 캠핑장을 찾고 있지만, 현지에서 지출하는 체류 비용은 텐트 자릿세를 내는데 드는 4만원이 전부다.
김씨의 텐트 주변에는 거주지 마트에서 구입해 온 삼겹살과 쌀, 라면, 김치, 밑반찬, 간식 등 각종 먹을거리에다 조리도구, 모기향 등 생활 비품들이 모두 구비돼 있었다.
김씨는 “피서지에서 2박3일을 보낸다면 보통 50만원 이상이 지출되지만, 알뜰 캠핑을 하면 최대 10분의 1까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캠핑족이 늘어나고, 심지어는 차량에서 숙식을 해결하거나 당일치기 피서를 즐기는 인파가 늘면서 강릉 경포 해변 등지에는 지난 7월말 피서 절정기지만 대형리조트형 콘도와 호텔을 제외하고 소규모 모텔과 펜션은 예전만 못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교통망 확충으로 이동하는 당일치기 피서객도 눈에 띄게 증가한 것 같다”고 지목했다.
■ 피서지 간 경쟁 심화
‘피서= 해변’이라는 등식은 이젠 옛말이다. 해변이나 계곡 등 개인 취향에 따라 피서지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워터파크 시설이 들어서고, 날씨와 관계없이 물놀이가 가능하다는 장점으로 워터파크 시설로도 인파가 몰리면서 동해안 해변이 위협받고 있다.
친구 3명과 함께 경포해변을 찾은 박영민(24·경북 포항) 씨는 올해 여름 휴가지로 당초 거주지 주변의 워터파크를 계획했지만, 경비가 부족해 해변으로 변경했다. 박씨는 “슬라이드와 인공파도 등 다양한 물놀이 시설과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보니 20∼30대에서는 해변보다 워터파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피서객을 동해안 여름해변 주변의 문화관광지나 도심으로 유입시키는 연계노력도 과제다. 올 여름 해변피서객이 증가했다고 하지만 지난 7월 한달 동안 강릉 오죽헌시립박물관을 방문한 유료관광객은 3만2100명으로 지난해 수준이었다.
■ 해변 관리 부담 해소·경기활성화 대책
지난해 강릉지역의 경우 46일간의 여름해변 운영기간 동안 발생한 쓰레기양은 1400여t에 달했다. 청소 인력과 매립·운반비 등 쓰레기 처리 비용만 3억5000만원이 투입됐다.
해변 시설물 운영·관리비까지 더하면 여름해변 기간 30여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여름해변 운영으로 주민 소득 증대 등 효과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결국 피서지 주민들 부담으로 피서객들의 놀이마당만 제공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를 실감케 하는 수치다.
특히 무더위가 매년 5∼6월부터 시작되면서 동해안 여름해변 개장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올 연말부터 ‘해수욕장법’이 본격 시행에 들어갈 경우 해변 관리책임의 상당부분이 관할 시·군으로 명문화 되고 부담을 더욱 배가시킬 수 있어 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이 촉구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의 전통시장 상품권 등을 여름해변과 연계하는 대책을 비롯 가족단위 피서객들이 선호하는 대형 오션돔 등 해변 물놀이 시설 확충, 해양 레저·스포츠 시설 및 기구 확충, 지역의 농·어촌 축제와 해변 연계, 피서객의 도심 문화관광공간 연계책 등이 다각적으로 강구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기동 강릉영동대 관광경영과 교수는 “해변에서 소비를 유발하는 인프라가 부족한 만큼 감동서비스·홍보와 함께 놀이시설 확충, 사계절 체류형 즐길거리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릉/김우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