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돌미역
미역국 전문이다. 이런 집은 처음이다. 그것도 정찬이란다. 먹어보니 과연 간판으로 삼을 만하다. 그것도 부산에서 올라온 음식, 앉아서 천리 보는 오진 맛은 덤이다.
1. 식당얼개
상호 : 보돌미역
주소 :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센트럴파크로 127번길 80-5(이의동)
전화 : 031) 211-6971
주요음식 : 미역국
2.먹은날: 2021.4.27.점심
먹은음식 : 가재미미역국 11,000원, 조개미역국 11,000원
3. 맛보기
입 호사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 지역 특산품을 먹는 것이 큰 호사인 거 같다. 일부러 찾아가 먹을 만한 음식을 최고 등급으로 치는 음식평가도 있다. 부산에 가서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여기서 먹는다. 진상 음식을 받아 먹는 기분이니 최고의 호사다.
서울에서만 각지 음식 박람회를 하는 건 아니다. 이곳 광교도 가능하다. 한국음식 박람회를 넘어 만국 박람회를 할 기세로 각국 음식이 그득하다. 우선 부산 미역국부터 시작해본다.
가재미미역국. 동해안 음식의 중요한 메뉴, 이렇게 풍성한 맛을 내리라고는 예측 못했다. 가재미는 자잘한 것으로 넣었는데 국물에 맛을 다 뺏겨버린 듯했다. 가재미와 미역의 시원하면서도 뽀얀 국물이 상승작용을 해 시원하면서도 든든한 맛을 낸다.
조개미역국. 잔잔한 조개를 넣었고 그것도 더 잘게 잘라 넣었다. 맛은 조개만 넣어서는 불가능하게 여겨질 만큼 깊은 맛이다. 미역과 조개의 맛이 잘 어우러져 깊은 맛을 낸다.
가재미미역국과 비슷하나 오히려 더 깊은 느낌이다. 전라도 조개미역국은 맑은 국으로 끓여내는데 여기서는 진한 사골 맛이 난다. 미역도 쫄깃하며 두툼한 식감이 살아 있어 씹는 맛이 제대로 난다. 기장미역의 특질인 거 같다.
맛있는 부산음식, 기장미역을 만나는 것은 덤으로 신나는 일이다. 기장미역은 따로 판매도 한다.
찬은 먹을 만하나 국만큼 만족스럽지는 않다. 오이무침과 잔송이볶음은 아주 좋다. 양파장아찌는 맛이 가볍고, 깍두기는 밍밍하다. 마늘장아찌도 매운 맛이 너무 두드러진다.
국에 몰두하라는 신호로 읽는다. 국맛이 강렬해 찬이 조금 허술한 것이 크게 서운하지는 않다.
뽈락튀김, 싱싱한 생선이 튀김으로 제 맛을 낸다. 오늘 찬 중에서 가장 만족스럽게 눈에 띄는 찬이다. 동남해에서 잡히는 생선이어서 서해연안에서는 보기 힘들다. 정약전 자산어보에도 나오는 것으로 보아 남해안 전해역에서 오래전부터 먹어온 생선이다. 통영, 부산에 가면 꼭 나오는 생선이다. 동해안에서도 전 해역에서 난다.
자산어보에는 박순어, 즉 얇은 입술고기라 했다. 조기 비슷한데 조기보다 입술이 얇은지는 잘 모르겠다. 조기보다 입은 분명히 큰 거 같다. 살은 조기보다 쫀득거리고 가시도 더 굵다. 튀김요리가 잘 어울린다.
4. 먹은 후
1) 음식 여행 - 시내에서도 가능하다
신도시 광교가 어느새 맛집 천국, 요리 천국이 되어 있었다. 국내외 맛집이 다 모여있다. 인도, 스페인, 이태리 등등 수많은 외국식당들이 몰려 있다. 요즘같은 코로나 시절에는 음식 여행만 해도 반분은 풀리는 느낌이다.
수원에서 부산음식을 먹는 것은 앉아서 하는 음식기행이다. 사람이 음식을 쫓아가기 힘드니 음식이 알아서 왔다. 그것도 미역 정식이라는 특이한 상차림, 항상 조연이었던 음식이 갑자기 주연이 되어 나타나, 식탁을 호령하니, 음식 기행이 더욱 신기한 여행이 되었다. 정말 다른 문화권에 진입한 기분, 맛있는 음식도 먹고, 혀는 부산으로 여행도 하는 일석이조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미역국은 주로 소고기하고 먹는다. 전남 섬에 가도 미역 채취를 하는 사람들도 소고기미역국이 맛있다고 한다. 아마 남방미역은 소고기와 더 잘 어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북방미역인 기장미역국은 남방미역보다 더 탄탄하고 쫄깃거리며 오래 끓여야 제 맛이 난다. 미역에서 진하게 우러난 국물이 가재미 진한국과 만나면 사골국물처럼 진한 진국이 된다.
경상도에서 가재미미역국, 자재미쑥국 등으로 새로운 풍미를 보여준다. 전라도에서는 조연인 미역과 가재미가 주연으로 격상되면서 식탁 구조를 바꾸어 놓는다. 미역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쭈꾸미미역국, 전복미역국 등등으로 변주영역을 넓히면서 미역줄기를 캐 나간다. 한식의 무한 발전이 미역 테마로도 이루어진다. 덕분에 신나는 건 식중, 탐식가, 미식가들이다.
더구나 미역은 그야말로 명실공히 건강식, 거기다 또 하나의 건강식품을 만나 이루는 하모니는 음식 탐험이면서 건강증진 활동이라 꿩먹고 알먹는 식사가 되니 즐거울수밖에 없다. 좋은 음식 먹었으니, 좋은 일 많이 해야 할 거 같다.
2) 기장 미역
① 기장미역 양식
미역은 전국에서 나는 흔한 식재료지만, 이전에는 상당히 귀한 음식이었다. 특히 내륙지방에서는 생일날이나 되어야 먹을 수 있었다. 삼면이 바다이고, 어디에서나 미역이 나지만, 자연산의 생산량이 한정되어 있어서다. 그러다 양식이 시작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1960년대에 미역 양식 기술이 도입되었고, 1970년대에 미역 인공종묘 생산이 시작되었고, 1980년대에는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이후 어디서나 비교적 저렴한 값에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 우리 해조류 양식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생산량 세계 3위로 해조류 생산강국이다. (2021) 김, 다시마, 미역을 주로 생산하는데, 그중 미역의 생산이 가장 많아, 연간 50만 톤이 넘는다. 섭취와 생산에서 단연 미역강국인 셈이다.
미역은 이제 자연산이 아닌 양식산의 시대이다. 기장은 미역 양식에 적합한 곳이어서, 전남 지역 외 양식의 비중이 가장 큰 곳이다. 기장군의 한 해 미역 수확량은 만3천900여 톤으로, 100억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기장군의 앞바다는 동해쪽이어서 파도가 세고, 수심이 깊다. 봄가을에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여 플랑크톤이 풍부하고, 조류도 바닷물이 위아래로 뒤섞이어 부유 유기물이 풍부하여 미역의 먹이가 풍부하다. 바닷물이 난한류 교차로 수평 이동하고, 상하 교차로 수직 이동하는 이중 이동이 일어나 물살이 거칠고, 유속이 세다. 여기서 단련된 미역은 육질이 쫄깃해진다. 거기다 수심이 깊어 청정하다. 완도가 탁수(濁水)임에 반해, 이곳은 청수(淸水)이다. 미역 생장에 필수인 햇빛, 일조량도 풍부하다. 검고 향이 좋고 윤기 있는, 상품(上品) 미역 생산이 가능하다.
미역 생장의 적정 온도는 10~20도 사이다. 미역이 자라는 데는 온도와 햇빛이 모두 중요하다. 적당한 간격을 유지시키고 부조를 띄워 미역이 밧줄과 함께 어장 아래로 가라앉지 않고 햇빛을 잘 받도록 해준다.
② 미역채취요
기장 미역은 예부터 알려져 있었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태조조(太祖朝)에도 기장현에는 미역이 특산물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미역의 고장인 기장군은 2007년 기장읍 대변리 일부 지역을 ‘기장 미역·다시마 특구’로 지정하고, 2008년 이후 매년 4월 초에 ‘기장 미역 다시마 축제’를 개최해왔다. 코로나로 2021년 ‘제11회 기장미역·다시마축제’는 멈췄다.
기장에는 미역 채취 관련 어업 노동요가 전해온다. 어업노동요 중에서도 해물채취요다.
“어이야 어이샤/
호마리 찍고 호마리 찍고/
이 돌을 실글려고 찬물에 들어서서/
바다의 용왕님네 굽이굽이 살피소서/
나쁜 물은 썰물 따라 물러가고/
미역물은 밀물 따라 들어오소/
백색같이 닦은 돌에 많이많이 달아 주소/
어이샤 어이샤 호마리 찍고 찍어/
내년 봄에 미역 따서/
풍년 되어 잘 살아 보세”
자연산 미역을 생산하기 위하여 추석 전후에 갯바위 닦기를 할 때 부르는 노래다. 어촌에서는 매년 10월 말에서 11월초 무렵에 미역바위를 씻는 행위를 한다. 이를 돌씻기·짬매기·미역바위닦기 등이라고도 한다. 미역바위닦기는 바위에 붙은 잡초와 오물을 제거함으로써 미역포자가 잘 붙게 해 미역을 많이 생산하기 위한 것으로 아직도 해녀들이 하는 작업이다.
노동요는 집단의 리듬이 필요하거나, 노동이 힘들거나, 고달프거나, 단조로워 지루할 때면 부르면서 풍년과 안녕을 빌었다. 노동요는 노동의 효율성을 높이고, 힘든 노동의 고통을 위로하고, 궁극에는 즐거움으로 바꾸어 주었다.
갯바위닦기요도 힘든 노동에서 나온 노래다. 자연산 돌미역의 증산에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그저 청소나 하고 기다리면서 용왕님께 풍년을 비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갯바위닦이요의 기풍(祈豐) 아래로는 자연을 보는 인식이 담겨 있다. 양반 시가는 생활과 유리되고, 정쟁의 장에서 밀려나 돌아가 쉬며 바라보는 경치이지만, 여기서 해녀가 보는 바다는 생산성을 내포한, 즐거움을 주는 일터로서의 바다다.
우리는 집단으로 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 노동요를 많이 불렀다. 노래를 많이 부르니 가창능력이 좋아지고, 이면으로는 공동체 의식이 형성되는 기반이 되었다. 한국인의 k-pop이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데, 독창보다 합창으로 부르는 가수들, 그룹이 많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완도에서는 갯바위 닦기를 간단하게 갯닦기라고 한다. 바위를 닦아주면 미역이 깊이 박히고, 떡곽이 아닌 쫄곽으로 자란다. 쫄곽은 잎이 좋고 두꺼운 미역으로 상품이고, 떡곽은 잎이 넓은 미역으로 하품이다. 햇빛이 강한 때는 미역이 마르지 않도록 갯물을 끼얻는 물주기 작업도 한다.
바위에 붙은 이물질을 쇠꼬챙이의 날로 깨끗이 ‘실구어[닦아]’ 제거하면서 바위를 깨끗이 닦을 테니 미역을 많이 캘 수 있게 미역 포자를 담은 좋은 물, ‘미역물’이 밀물 따라 바위에 들어오라는 기원을 담았다. 미역 풍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이와 같은 갯닦기나 물주기 정도다. 미역채취요로는 미역따는 소리, 미역 싣는 소리 등이 보고되어 알려져 있다. 위 ‘갯바위닦기노래’가 기장의 미역축제에서 불리우리라 기대한다. 축제의 새 문화창조는 전통문화의 계승과 확장의 차원에서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③ 기장미역 음식
기장에서 생산되는 미역은 북방미역, 쫄쫄이미역이다. 완도의 미역은 생으로 먹지 않는다. 기장의 미역은 생으로 먹고 생미역 거래가 많이 이루어지며, 생미역을 재료로 한 음식을 많이 먹는다. 미역 제철에 기장시장에 가면 천지가 생미역이다.
기장 사람들도 미역 초무침, 과메기 쌈들을 많이 먹지만, 특별한 음식으로 미역설치를 들 수 있다. 설치는 기장 지역의 토속음식이다. 콩나물을 삶은 물에 된장, 국간장, 마늘, 다진 파, 참기름으로 간을 한 다음 미역을 곁들이는 음식으로 시원한 맛으로 먹는다. 기장 지역의 경조사에 빠지지 않았던 음식이다.
조리방법
1. 생미역은 숨이 죽을 때까지 주물러 씻어 5cm 길이로 자른다.
2. 콩나물은 씻어 물기를 뺀다.
3. 냄비에 콩나물, 물, 소금을 넣고 삶아 건져 두고, 국물은 식힌다.
4. 미역과 3의 콩나물에 양념을 넣고 무친 후 콩나물국물을 자작하게 붓는다.
같은 미역이 완도미역과 기장미역으로 나뉘어져 미역에 따라서도 전혀 다른 요리법이 발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과연 미역의 나라다. 미역으로 다른 나라 산모에게도 도움을 주고, 세계인의 식탁도 풍성하게 해줘서 인류의 삶을 더 풍족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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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 일반 관련 글은 본카페 ‘음식문화 연경기언’조 참조 요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