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순, 여행 18-7, “소장님은 안돼요. 돈 부족해요.”
어제 사진만 인쇄해놓고 가이드북을 꾸미진 못했습니다.
어제 집에 가기 전에 오늘 오전 9시에 만나서 함께 가이드북 만들기로 했습니다.
지순이, 선영이가 약속 잊지 않고 9시에 언니들 마중 나왔습니다.
지순이는 어제 연습용 스케치북에 의논한 내용을 여행 가이드북에 옮겨 적기로 했고,
선영이는 어제 지순이가 인쇄한 사진을 오렸습니다.
지순이가 가족사진 넣을 공간을 남기고
‘떴다, 패밀리! 2018 여행, 여름’ 적었습니다.
검정색 매직으로 큼직하게 잘 썼습니다.
지순이가 무언가 쓰고 나면 허락을 맡듯이 저를 쳐다봅니다.
“지순아, 참 잘 썼다.
그런데 이거 선영이와 같이 쓰는 거잖아.
쓴 것들 선영이 보여주고 어떤지 물어봐줘.”
지순이와 선영이가 여행 가이드북이 ‘우리(세 자매)’의 여행 가이드북이라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지순이가 고개 끄덕이고는 선영이에게 스케치북을 내밉니다.
“선영아 만족해?”
선영이가 가위질에 열중해서 언니 말을 잘 듣질 못합니다.
“선영아 선영아 지순 언니가 쓴 거 봐봐. 선영이가 언니 잘 썼나 확인해봐.”
선영이가 확인하더니 웃으며 고개 끄덕입니다.
여러 장 쓸 때마다, 특히 선영이가 쓴 부분을 지순이가 옮길 때마다
지순이가 선영이에게 선영이 의견 묻게끔 했습니다.
고맙게도 지순이가 선영이에게 질문을 많이 합니다.
“이거, 쓸거야?” 하고 묻기도 하고 “괜찮아? 하고 묻기도 합니다.
어느덧 선영이의 가위질이 끝났습니다.
가위가 잘 안 들던데 정갈하게 잘 잘랐습니다.
선영이가 자른 사진들을 지순이가 예쁘게 정리합니다.
사진을 쭉 늘여놓고는 같은 장소의 사진들끼리 묶습니다.
크게 ‘대구’, ‘부산’, ‘부산 맛집’으로 묶입니다.
“지순아, 어쩜 이렇게 예쁘게 정리했어? 무슨 순서로 붙일 거야?”
지순이가 칭찬에 베시시 웃으며 순서를 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뭐가 어디에 있는지 지도 보고 알아보면 좋을 텐데” 하니까
지순이가 빈종이 하나에 사진을 보며 여행지 이름을 적습니다.
“나가서 검색하려고?”
“응”
선영이도 함께 나가서 지도 보며 위치 익혔으면 하는 마음에 지순이에게 선영이에게도 같이 나가자고 제안해보길 부탁했습니다.
“선영아, 이거 찾자.”
선영이가 고개를 젓습니다.
“안돼. 지금 찾아야 돼. 알겠지?”
“지순아, 무조건 안된다고 하지 말고 선영이에게 설명 해주라.
지순이는 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
“어? 이거 찾아야 순서, 그 찾아야 돼. 이걸 찾아야 붙여.”
지순이의 애정 어린 설득에도 선영이는 단호합니다.
결국 지순이가 지도 찾아보고 선영이에게 설명해주기로 했습니다.
지순이가 앞장서서 나가더니 김수경 선생님께 지도 찾으려고 하는데 컴퓨터 쓸 수 있을지 여쭈었습니다.
어제 사진 찾으며 썼던 단어를 또 검색하니 어제에 비해 더 빠르게 타자를 칩니다.
아는 단어가 늘었습니다.
대구, 부산으로 크게 나눠서 지도에 여행지 위치 검색했습니다.
경유지를 추가하면서 가고 싶은 곳 간의 거리를 확인했습니다.
어디부터 가면 좋을지 궁리했습니다.
네이버 지도에 경유지를 추가하여 길을 찾는 건 꽤나 어렵습니다.
썼던 단어가 자주 사라집니다.
지순이가 쓴 단어도 계속 사라졌습니다.
방금 썼는데 또 써야 합니다.
지순이는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몇 번이고 다시 씁니다.
지순이가 대구 지도 직접 인쇄했습니다.
부산 지도를 찾기 전에 선영이가 오릴 수 있게 지도 전해주었습니다.
부산 여행지 찾고 있는데 민강이와 선영이가 멀리서 다가옵니다.
민강이가 선영이에게 지순 언니에게 지도 설명해주길 부탁하자고 제안했나봅니다.
두 자매의 관계를 헤아리는 민강이가 고맙습니다.
“언니 이건 뭐야?”
선영이가 묻자 지순이가 글자 보며 열심히 설명해줍니다.
멀리서 지켜보니 가이드북을 만드는 과정은 누가 보아도 두 자매의 일입니다.
부산 지도까지 뽑고나서 잠시 테이블에 앉아 쉬었습니다.
소장님이 다가오셔서 지순이에게 말을 거십니다.
“지순아, 여행 가나.”
“네”
“우와 부산 가나보네. 여긴 어디야?”
긴장해서인지 우물쭈물합니다.
제가 ‘해’하면 ‘해운대’ 하고, ‘광’하면 ‘광안대교’ 합니다.
“지순아, 누구랑 여행 가?”
소장님이 물으시자 지순이가 이면지에다 가족 이름을 씁니다.
지도 찾으러 나오기 전에 선영이에게 가족 이름 적어서 알려줬습니다.
그 덕인지 아주 빠른 속도로 틀린 글자 없이 어머님 이름까지 모두 적습니다.
소장님께서 지순이 글자가 늘었다며 감탄하십니다.
“지순아 여행 재밌겠다. 나도 가고 싶다. 나도 데꼬 가.”
소장님께서 여행 준비를 부러워하시며 여행에 가고 싶다고 하십니다.
지순이가 소장님 말에 웃다가 데리고 가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웃음을 멈춥니다.
“소장님은 안돼요. 돈 부족해요.”
지순이의 돈 걱정에 웃음이 터졌습니다.
예산을 생각하며 소장님의 제안을 거절하는 지순이가 멋있습니다.
지순이는 자기 돈으로 부모님과 동생들 가족여행 보내드리는 어른입니다.
이번 가족여행은 지순이 돈으로 지순이가 꾸려가는 지순이의 여행입니다.
2018년 7월 6일 일지, 김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