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년 만에 되찾은 국민의례
2023년 4월 2일 종려주일에 거행한 성찬식은 마음이 울컥하니 남다른 감동이 밀려왔다. 지난 2019년 코로나가 중국 우한(武韓)에서 발생한 이후 3년 만에 되찾은 감격의 물살이었다. 대인 접촉이 주원인인 감염병 특성상 정부는 각종 집회를 금지시켰고 특히 종교 집회 중 교회 예배를 강력하게 통제했다. 심지어 교회가 코로나 감염의 진원지처럼 호도함으로써 종교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된 대한민국에서 교회는 박해시대처럼 살아야 했다. 교회 내 취사(炊事)는 물론이고 절기 때마다 거행했던 기독교 예식의 백미(白眉)인 성찬식을 감염병 원인으로 낙인을 찍었다. 그래서일까? 이날의 성찬식에는 그렇게 남다른 감격과 기쁨이 이슬비처럼 심령에 촉촉하게 스며든 것이다.
성찬식은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짊어지시려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그 주간 목요일 저녁에 제자들과 만찬을 함께하신 것에서 유래한다. 이때 예수님은 떡을 가지시고 축복하신 후 이 떡이 내 몸이라고 받아먹을 것을 말씀하셨다(마 26:26). 또 포도주 담은 잔을 그들에게 주시면서 감사 기도하신 후 많은 사람들의 죄를 사하시려고 흘리시는 언약의 피라고 말씀하셨다(마 26:28). 이 만찬은 예수님께서 고난받기 전 제자들과 함께 먹고 싶었던 유월절 음식이었고(눅 22:15), 오고 오는 세대가 대대로 기념하라고 말씀하셨다(눅 22:19). 이처럼 주님이 제자들과 지상에서 함께하신 최후의 만찬은 단순한 저녁 식사가 아니라 인류의 죄를 대속하신 십자가 죽음의 의미를 나타내고 있는 거룩한 식사 곧 성만찬(聖晩餐)이다. 이것이 성찬예식의 시작이며 교회는 그 후 2천 년 동안 이를 기념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성찬식은 주님이 최초로 시행하신 일이 아니다. 무교절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지켰던 유월절 예식이었다.
하나님은 애굽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탈출시킬 거대한 계획을 준비하셨다. 이름 하여 출애굽(出埃及) 프로젝트다. 하나님께 이 사명을 받은 모세가 애굽의 바로 왕에게 이 사실을 전하였지만 그가 허락할 리 만무했다. 히브리 노예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국가는 무임금 노동력을 손실하는 일인데 어느 왕인들 허락할까? 그래서 하나님은 10가지 재앙을 애굽 전역에 내리셨다. 애굽의 젖줄로 신적 숭배를 받았던 나일 강물을 피로 오염시키시는 재앙(출 7:14~25)을 필두로 개구리(출 8:1~15), 이(출 8:16~19), 파리(출 8:20~32), 가축전염병(출 9:1~17), 악성종기(출 9:8~12), 우박(출 9:13~35), 메뚜기(출 10:1~20), 흑암(출 10:21~29) 등 9번의 재앙이 연속적으로 임했다. 그러나 바로 임금은 끝내 고집을 꺾지 않았다. 하나님은 마지막 비장의 카드를 꺼내셨다. 그것이 바로 장자 죽음의 재앙(출 12:29~30)이었다. 이스라엘 백성을 포함하여 애굽 전역에 거주하는 모든 장자는 사람과 짐승에 이르기까지 모두 죽음을 당하는 무서운 재앙이었다. 결국 이 재앙에 바로 임금은 항복했고 곧바로 이스라엘 백성은 출애굽 할 수 있었다.
이때 장자 죽음의 재앙은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임하지 않았는데 이는 하나님이 알려주신 비법 때문이다. 즉 죽음의 사신이 장자의 목숨을 가지러 애굽 전역 각 집마다 임하기 전에 이스라엘 백성들의 집 문에는 어린양의 피를 발라놓으면 되었다. 어린양이 그 집의 장자 대신 죽었으므로 장자가 죽어야 할 이유가 없어졌던 것이다. 그 덕분에 이스라엘 백성은 한 사람도 죽지 않고 구원받게 되었으므로 하나님은 이 어린양의 죽음을 기념하라고 절기를 제정하셨다. 그것이 유월절이다. 예수님이 바로 유월절 어린양처럼 세상 죄를 지고 오신 하나님의 어린양이시다(요 1:29). 이제 예수님 믿고 구원받은 모든 그리스도인은 나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대신 죽음을 당하신 어린양 예수 그리스도를 기념해야 한다. 예수님은 그 기념식을 성찬식으로 대신하시고 유월절을 지키던 그대로 기념하라고 명령하셨다. 그러므로 구원받은 하늘 백성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성찬식을 거행해야 한다. 이는 하나님 나라의 시민들이 당연히 행해야 하는 국민의례와 같은 것이다.
어떤 나라든지 국가의 주요 행사 때에는 먼저 국민의례를 거행한다.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은 뺄 수 없는 국가 행사의 국민의례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지켜야 할 당연한 의무이자 도리이다.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인에게 성찬식은 구원받은 천국시민으로서 당연하게 거행해야 할 국민의례이다. 이런 예식이기 때문에 3년 만에 회복된 성찬식은 늘 행하던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행사가 아니었다. 일제 강점기 때 일제는 황국신민으로서 행할 국민의례가 동방요배(東方遙拜)라고 강요했다. 이것이 신사참배다. 그러나 해방 후 첫 번째 맞이했던 1946년 삼일절 기념식 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애국가를 부르고 국기에 대해서 존경심을 나타내는 국민의례를 행할 때 그 감격을 어찌 말로 형용할 수 있었을까? 신앙의 강점기와 같았던 코로나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맞이한 첫 번째 하늘시민으로서 행한 그날의 성찬식이었기에 다시 광명의 새날을 맞이하게 된 그 감격의 물결이 폐부(肺腑) 깊숙이 채워졌던 것이다. 그리스도의 은혜로 구원받은 백성의 자부심이 회복되고 다시는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는 강한 사명감이 불타올랐다. 정상 국가의 국민의례는 생략되지 않듯이 정상적인 그리스도인의 신앙예식에는 절대로 뺄 수 없음을 다짐한다. 또한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면 평생 이 성찬식의 감동이 물결쳐야 한다는 깨달음이 온몸을 감싸 안는다. “너희가 이 떡을 먹으며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의 죽으심을 그가 오실 때까지 전하는 것이니라”(고린도전서 11:26).
성찬분급
성찬분급 보좌 이원상, 정연경, 박영균 장로
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