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우라마을
경주 산내면 우라리는 경주에서도 가장 오지에 속하는 마을이다. 경주시청에서 50㎞, 산내면사무소가 있는 곳에서도 계곡을 따라 10여㎞ 꼬부랑 산길을 운전해야 된다.
우라리는 영천 무학산에서 맥을 이은 사룡산 기슭에 형성된 마을이다. 신라시대부터 우렁이, 다슬기가 많았다. 옛날에 도적이 자주 출몰하여 마을사람들이 울음으로 알려 재난을 막았다는 뜻으로 명라동이라 했는데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 당시 우라리로 명명했다.
우라교회는 1902년에 세워져 경주에서 가장 먼저 설립된 교회로 알려지고 있다.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금강암은 원형을 찾아 볼 수가 없고, 오래된 암자 석두암이 있어 가끔 사람들이 찾아온다.
학생들이 300명씩 공부했던 우라초등학교는 1946년 4월에 개교했지만 인구가 줄어들면서 의곡초등학교 우라분교로 전락했다가 결국 2010년 3월에 폐교했다. 폐교된 우라분교에서 최근 젊은이들이 ‘꿈우라마을’ 둥지를 틀고 다양한 체험행사를 진행하면서 행복한 마을을 가꾸는 씨앗이 되고 있다. 조용하던 꿈우라마을에 방학을 맞아 찾아오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쨍쨍 울린다.
◆우라리 가는 길
우라리를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다. 경주시가지에서는 백리가 넘는 산길을 운전해야 된다. 건천IC에서는 딱 50리길 20㎞ 거리다. 경주에서도 가장 오지마을로 전락한 우라리로 가는 길은 목적지로 정하고 바로 가지 않으면 중간중간 아름다운 곳이 많아 중도하차 하기 쉽다.
건천IC에서 서쪽방향 청도로 이어지는 지방도로를 따라 운전하면 바로 거봉포도농원이 오른쪽에 나타난다. 거리에 포도상자를 펴놓고 행인들의 발걸음을 잡는다. 다시 시동을 걸기 바쁘게 편백나무숲 단석산트레킹로라는 안내간판이 시선을 끈다. 심신이 지친 현대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힘을 가진 편백나무숲이다. 생각만 해도 피톤치드가 가슴을 시원하게 밀고 들어오는 느낌이다. 거기서 5분도 지나지 않아 왼쪽으로 송선저수지가 넓고 긴 수역을 자랑하며 넘실거리는 물길을 보여준다. 물길을 따라 왼쪽으로 김유신 장군이 수도하면서 단칼에 베었던 바위가 있는 국가지정문화재 단석산마애불상군을 소개하는 글이 보인다. 여기서부터는 국립공원지역이 된다.
사슴농장을 지나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땅고개휴게소가 쉬어가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일으킨다. 라면 아니면 커피라도 마시면서 쉬고 싶은 그늘막이 작은 공원을 이루고 있다.
고개를 넘어서 평평한 길에 접어들기 바쁘게 오른쪽으로는 들꽃으로 유명한 다봉마을 가는 길이 오솔길처럼 나있고, 왼쪽으로는 전통찻집이 간판을 수수하게 내걸고 있다. 녹차, 발효차, 대용차 등의 전통차를 우려내는 감산다향은 잘 가꾸어진 정원이 별장 같다.
힐링캠프와 오미자농장을 지나 산내면소재지로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계곡을 따라 넓은 도로가 나온다. 강변으로 따라가면 이내 인공으로 조성된 청룡폭포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하얗게 물보라를 뿜어내며 맑은 하천으로 떨어져 내린다. 여름철 피서객들이 줄을 지어 몰려드는 산내천이다. 상인들이 인근에 점포를 내어 튜브 대여, 매운탕, 횟집 등의 상호를 내걸고 있다. 요즘 보기 드물게 바닥의 조약돌이 선명하게 들여다보이는 깨끗한 물 덕분에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된다. 다슬기와 천렵을 즐기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경주시가 다슬기 모형의 조형물을 세워둔 것도 이채롭다.
제2의곡교를 지나면 원두숲생태공원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길 좌우에 300여년이 지난 노거수들이 진하게 그늘을 드리운 곳에 정자가 있고, 마루가 펼쳐져 있어 누구나 차를 세우고 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생태공원을 지나면서 오른쪽에 캠핑장 간판이 있고, 왼쪽으로 산내면이 자랑하는 곤달비 농장이 있다. 다시 쉼터가 있는 꼬부랑길을 지나가다보면 청도 운문댐과 우라리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삼거리에 서면 원학사, 도선암, 해송암, 석두암 등의 암자들이 다닥다닥 붙어 불자들의 눈을 현혹한다.
여기서 우라리까지는 시오리길이다. 가는 길목에 사람들이 흩어져 마을을 이루고 산다고 하여 개현리라 부르는 개터마을이 있다. 개터마을 쉼터가 있는 곳에서 경사가 시작되는데 고개를 채 넘기 전에 꽃들이 가로수를 대신해 반기는 우라분교, 꿈우라마을센터가 나온다.
◆행복씨앗마을
잡초가 듬성듬성한 폐교된 학교 운동장, 먼지 가득 쌓인 교실을 깔끔하게 정돈하고 함용재(37) 이미나(37) 부부를 비롯 청년 7명이 농촌마을에 행복의 씨앗을 심기로 했다. 산촌벽지로 전락해 사람 구경하기 어렵게 되었지만 300명의 학생들이 왁자하게 꿈을 키우던 우라분교 터다. 청년들이 마을주민들과 함께 학교시설을 정돈하고, 마을에 생태공원을 만들어 사람들이 찾아와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곳이다.
청년들이 마을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을의 역사를 기록하고, 볼거리로 만들어 마을역사박물관을 만든다. 마을이 생겨나면서부터 지금까지 농촌지역의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불러내어 시각화 시키는 작업을 한다.
또 마을사람들은 물론 누구나 즐기면서 참여할 수 있는 즐길거리를 마을 안에서 찾아 콘텐츠화 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일렁거리는 폐광된 굴 안에 촛불을 밝혀 청소년들의 체험장소로 만들었다.
마을에서 재배하는 농산물과 축산물들을 깨끗하고, 친환경적으로 생산해 꿈우라마을의 특산품으로 포장하고, 도시민들과의 연결 창구를 만들어 소득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농사를 편안하게 지을 수 있는 농사일지, 농사달력을 제작하고, 농산물 재배과정을 기록한다. 농산물 포장지를 디자인하고, 도시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발송도 공동으로 할 꾸러미 발송시스템을 운영한다.
청년들이 하나둘 마을로 돌아오고, 마을사람들도 꿈우라마을공동체로 뭉쳐 행복한 마을로 발전하는 꿈을 꾼다.
◆아빠하고 가출해요
꿈우라마을 청년들은 전국민들에게 가출을 종용한다. 그리고 산골마을에서 1박2일 또는 2박3일의 일정표를 빼곡하게 행복한 시간으로 채우는 프로그램을 선물한다.
‘아빠하고 나하고’, ‘에너지교육농장’, ‘엄마랑 책나들이’, ‘요가밥’ 등의 프로그램이 인기다. 아이들만 경주시가지에서 버스로 보내면 되는 아이들 가출하기, 아빠랑 아이들이 함께 집을 나서 즐기는 프로그램, 엄마도 동참해 함께 즐기는 프로그램 모두 가능하다.
폐교된 운동장에는 구름 같은 하얀털을 가진 산양이 풀을 뜯는다. 교정을 지키는 고목에 동아줄을 매달아 미니짚라인의 짜릿함을 수시로 즐기는 아이들, 몇 명이 팀을 짜거나 흩어져 축구를 즐기거나, 교실 벽에 설치된 모듬북을 땀이 나도록 두들기며 신명을 털어내는 아이들도 있다. 하늘은 높고, 공기는 맑고, 누구도 간섭하는 사람이 없다. 뛰고 즐기면 된다.
아이들끼리 또는 아빠와 함께 개구리 잡기, 감 따기, 장난감 만들기, 물놀이, 작은 집짓기, 피자화덕 만들기, 친구들과 잠자기, 시골풍경 구경하기, 엄마랑 책읽기 등등 자연 속에서 체험으로 행복한 시간을 즐길 수 있다.
한 단계 더 나아가면 태양광, 태양열, 자전거 발전기 등의 자연에너지를 실험하고,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는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 키트제작을 체험하고, 실제 사용 가능한 키트를 직접 제작하는 체험도 함께 한다.
아빠랑 함께 하는 공부, 아빠랑 산골마을을 손을 잡거나 목마를 하고 돌아보는 일은 신기하고, 신이 나는 일이다. 야생화를 보고, 폐광된 어두컴컴한 굴 안을 걸어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자연과 역사를 공부하고, 가족의 사랑을 두텁게 하는 시간이 된다.
자연의 바람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요가를 하고, 출출해진 허기를 스스로 공동취사장에서 수다를 나누면서 가족들이 함께 요리를 해 같이 먹는 시간은 힐링의 정점이 된다. 교실에서 별을 헤면서 아빠랑 이야기를 나누다 어느새 잠이 드는 추억을 만들어 보는 꿈우라마을의 프로그램은 행복을 일구는 씨앗이다.
◆꿈우라 농촌체험
꿈우라행복마을은 다 만들어진 완성형이 아니라 앞으로 펼쳐질 꿈의 씨앗이다. 마을박물관 만들기, 마을농산물가게, 지역작가 강의, 마을달력 제작, 마을출판사 등의 프로그램은 곧 시행할 꿈이다.
사람이 역사다. 마을사람들의 체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주변에 산재한 흔적들을 모아 박물관을 만들 계획이다. 마을사람들이 자료가 될 물건들과 이야기를 모아 박물관을 디자인 하고 책으로 발간한다. 행복마을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마을회관에 주민들이 재배한 농산물들을 판매하는 점포를 꾸리고, 마을에서 생산한 먹거리를 직접 판매하는 마을농산물가게를 운영한다. 마을로고와 스티커를 제작해 우라마을의 특성을 살린 상품으로 홍보한다. 도시민들의 주문을 받아 발송하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내가 아는 빵과 내가 먹어본 커피를 직접 구워보는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전문가가 참여해 직접 지도한다. 이 마을에 살면서 자기의 소리를 내고 전하는 지역작가의 강의를 듣고 배우는 시간을 마련한다. 서각, 판화, 우드카핑, 판소리, 신라복과 전통복 만들기 등의 체험시간으로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내 안의 리틀포레스토를 찾아서’ 프로그램은 기대가 크다. 영화처럼 농촌에서의 삶을 직접 맛보는 프로그램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 시기에 따라 농사일과 자연에서 얻어지는 재료를 구해 요리를 하고, 재료 찾기, 자신만의 삶을 꾸려가는 방법 터득하기 등의 이야기를 꾸민다. 이러한 이야기와 레시피는 개인별 체험에 따라 책으로 발간할 계획이다.
꿈우라마을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판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급할 수 있는 책들과 자연에서 행복을 구할 수 있는 지혜를 모으는 책으로 북카페를 운영할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꿈우라마을은 꿈을 키우고, 실현하면서 행복을 창출해가는 행복의 씨앗이 되는 힐링의 명소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지는 곳으로 찾는 발걸음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첫댓글 우라리........ 마을 이름이 정겹다.
우리끼리 아름다운 촌에서 옹기종기 살아가는 행복이 마구마구 구워지는 부락일 것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