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을 위한 기도
여러분에게 가슴 아픈 미얀마 소식을 자주 드렸습니다. 한국 뉴스에도 연일 보도가 되고 있기 때문에 저까지 무거운 소식을 드리지 않으려고 많이 절제하면서 드렸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또 다른 아픔으로 필리핀 소식을 드리려고 합니다. 몇 번이고 망설였지만 필리핀도 여러분의 기도가 필요한 땅이라고 생각되어 이 소식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2016년 6월 30일, 두테르테가 필리핀 대통령으로 취임했을 때부터 현재까지 필리핀에도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필리핀과 미얀마 두 나라에서 선교하면서 잘못된 리더들의 총에 무고한 시민들이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습니다. 작년 2020년 1월에 터졌던 타알(Taal) 화산이 지금 다시 폭발하려고 흔들리고 있습니다. 어제 3월 8일, 필리핀 정부는 타알(Taal) 지역에 경계경보 [level 2]를 발령했습니다. 그러나 필리핀 시민의 가슴에는 그 타알 화산보다 더 뜨거운 분노가 지금 솟구쳐 오르고 있습니다.
3월 5일 두테르테 연설
두테르테 대통령은 3월 5일 참으로 흉직한 연설을 했습니다. 그는 공산주의자들을 언급하며, “나는 군과 경찰에게 무장한 공산주의자들을 발견하면 그들을 반드시 죽이라고 했습니다. 총 맞은 그들이 아직 살아있다면, 확인 사살로 반드시 죽이라고 명령했습니다. (I've told the military and the police that if they find themselves in an armed encounter with the communist rebels, kill them, make sure you really kill them, and finish them off if they are alive.)” 그리고 그는 그의 연설을 이렇게 마무리지었습니다. “그들을 죽여라. 인권 같은 것은 생각하지 마라. 이것은 명령이다. 책임을 져야 한다면 내가 감옥에 가겠다. (Kill them right away. Ignore human rights. That is my order. I will be the one to go to jail. No problem.)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3월 7일, 주일 오후,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칼라바존(Calabarzon) 지역에서 군경 작전이 이루어지면서 9명이 잔인하게 사살되었고, 6명이 체포되었습니다.
반정부 인사 암살
문제는 사살된 그들이 공산주의 반군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사망한 9명 중 6명은 두테르테 정권에 반기를 들고 그동안 저항 운동을 주도했던 재야 인사들이었고, 인권 운동가들이었습니다. 이틀 전에 "인권은 무시하라."고 언급했던 대통령의 연설은 이번에 살해된 인권운동가들을 저격 대상으로 삼았었다는 것을 낱낱이 말해주는 증거였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굶주리고, 병들고, 죽어가는데, 대통령은 그의 정적들을 암살하는 일에 총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죄를 짓고 처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 있다면 합당한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필리핀에서는 그런 상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상부에서 암살 명령이 떨어지면 즉시 처형됩니다. 그것을 필리핀에서는 ‘Oplan Tokhang’이라고 합니다. 현 정부가 만들어낸 필리핀 사전에도 없는 ‘신조어’입니다. 굳이 번역한다면 ‘살생부(Red-tagging)’입니다. ‘Oplan Tokhang’에 올라간 이름 위에 ‘빨간 딱지’가 붙여지면 그는 곧 처형됩니다.
필리핀 부통령 레니 로브레도(Leni Robredo)는 즉시 두테르테 정권을 [살인 정권: Murderous Regime]이라고 지칭하며 비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로브레도 부통령은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당장 살인을 멈추라고 외쳤습니다. 부통령은 칼라바존(Calabarzon) 학살을 처절히 조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두테르테가 2016년 정권을 잡은 이후부터 현재까지 그가 조직한 자경단(Killer)에 의해 1만 명 이상이 암살되었습니다. 두테르테는 암살된 사람들은 모두 마약사범들이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들 가운데는 마약 중계상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 중에는 대학생, 교수, 언론인, 방송인, 인권 운동가들이 있었습니다.두테르테 정부를 비판했던 신문사들은 폐간되었고, 방송국들은 문을 닫았습니다. 기자들은 암살을 당했습니다. 2020년 7월에는 테러방지법을 공포하고, 지금은 반정부 인사들을 영장없이 마음대로 체포해서 구금시키고 있습니다.
2020년 필리핀 실업자: 450만명
필리핀 통계청은 3월 8일 코로나로 인해 직장을 잃은 실업자가 450만명을 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1년이란 가장 긴 도시 봉쇄 조치때문에 소상공인들이 그들의 사업장 문을 닫았기 때문입니다. 필리핀은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 서비스업이 다시 회복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업률은 앞으로 더 높아 질 것입니다. 거기에 생필품과 먹거리 가격이 3-4배 이상 뛰어 서민들의 고통은 말로 다 표현을 못할 정도입니다.
대통령이라면 그처럼 힘들어하는 백성을 살피고, 죽어가는 백성을 살려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마약사범자로, 테러리스트로, 공산주의자로 만들어 죽이고 있습니다. 어떻게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죽여! 그들이 아직 살아있다면 마지막 숨통까지 끊어버려! 이것은 명령이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어떻게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을 그처럼 자기 마음대로 쉽게 죽일 수 있습니까?
킬링필드(Killing Field)가 되어가는 필리핀과 미얀마를 위해서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말세입니다. 적그리스도들이 곳곳에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교회와 크리스천들이 더욱 깨어 시대적 사명을 감당해야 할 때라고 믿습니다. 악한 자들 밑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필리핀과 미얀마를 위해서 다시 한번 기도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