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 이태림
뉴욕타임스의 1892년 광고란에 “컴퓨터를 구합니다”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컴퓨터라는 단어가 새겨진 최초의 인쇄물이었고 이때 컴퓨터는 그야말로 태양, 별, 달, 그리고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행성의 위치를 손으로 계산하는 사람을 고용하려는 광고였다.
Compute는 계산하다 이고 computer는 생계를 위해 계산하고 연산을 수행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이다. 한 역사학자가 말한 것처럼 컴퓨팅은 본래 가내 수공업이었다고 말했다. 즉 계산실은 생각하는 공장이었다. 인간 컴퓨터들은 미국 육군에서 탄도궤적을 계산하고 영국 볼게츨리 파크에서 나치의 암호를 해독했고 하버드에서 천문학 데이터를 처리하고 맨하탄 프로젝트에서 핵분열 수치를 분석했다. 이와 같은 업무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인간 컴퓨터에는 한가지 공통점으로 그들은 모두 여성이었다. 이러한 역사가 있는 컴퓨터가 보조교사로 학습자 개인 특성에 맞춘 학습을 주도하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1986년 방송통신대 부임하자 교육부 자유 공모 과제로 ’컴퓨터를 통한 통계학 교육‘을 8bit 애플 컴퓨터에 20장의 5인치 디스켓으로 한 챕터를 공부하는 콘텐츠를 작성한 것이 첫 프로젝트였다. 모눈종이에 통계학에 필요한 특수문자를 지금은 국내 유수 대학에 교수이고 한 명은 미국대학 교수로 활발한 연구를 하는 당시 두 명의 조교에게 그리도록 한 것을 순순히 따라준 후배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다. 그 후 매킨토시, PC 등에 여러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e-Learning 콘텐츠를 개발해 왔고, 1998년 12월에는 국내 첫 모바일 러닝 콘텐츠의 구현에 동참했었다. 이러한 콘텐츠 개발 결과를 발표하느라 유네스코 Mobile Learning Week 국제회의에 발표자로 몇 번 참여했다.
2023년도 11월 교육부에서 발표한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개발 지침 발표와 AI 디지털교과서 개발 가이드라인은 컴퓨터를 활용한 교육콘텐츠 개발과 Learning Analytics를 활용한 학습자 분석에 관심 있던 필자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구체적으로는 학습자의 자율성 창의성을 바탕으로 다양하고 질 높은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하여 인공지능 기반 맞춤형 학습지원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학습데이터 수집 및 관리, 기반 구축 등의 핵심 기능과 인터넷 기반 클라우드를 이용한 자원공유 기반(SaaS)으로 개발되는 점을 고려한, 보안인증 관련 준수사항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학생들의 학적 정보 및 학습데이터 등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교육부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 기술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기술표 준 안내 등의 기술 상담을 제공하여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가 원활하게 개발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첫해 시범과목으로는 수학, 영어, 정보, 특수교육의 국어가 대상이고 2028년까지 국어 기술, 가정, 사회, 과학 과목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유네스코에서도 필자가 참석하던 Mobile Learning Week 회의를 대부분의 세션 주제가 교육에 AI 활용으로 회의 이름도 Digital Learning Week으로 바뀌고 대부분의 세션이 AI 관련 주제여서 교육 분야의 AI 활용 시대가 본격적으로 다가온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2021 년도에는 AI in Education: Guidance for policy-makers라는 보고서가 UNESCO에서 발간되어 각국의 AI를 활용한 교육의 글로벌 지침서가 되고 있다. 대표 저자인 Funchun Miao는 2022년도 KASSE 창의재단 과제인 학교 밖 수과학실 공통콘텐츠 개발의 외부 자문위원이었다. 이 책자에서는 AI가 현대교육의 가장 큰 도전으로 교육과 학습을 개선하고 궁극적으로는 지속가능발전 목표(SDG4)를 향한 과정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보고했다. 또한 AI와 교육이 연관이 더욱 밀접해지면서 발생하는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해결하는 방안도 제안하고 있다.
교육과 학습에 AI 접목으로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와 개인정보 보안의 문제를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 교육이 “인간이 어떻게 AI와 살고 일할 것인가”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AI 교육을 어떻게 향상할 것인가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유네스코에도 오드레 아줄레 사무총장이 2017년 취임하면서 모든 부서와 프로젝트에 AI를 이용한 주제를 주도하여 국제회의의 성격도 바뀌고 그 여파로 각국의 교육에의 AI 접목이 활발히 진행되어 우리나라 교육부에서도 교육 현장에 AI를 접목하는 오늘에 이르렀다.
KASSE의 연구프로젝트도 이에 발맞추어 지금까지의 동영상, eBook, 모바일 콘텐츠에서 AI를 접목한 콘텐츠 개발로 국제적 추세에 발맞춰 나가는 시도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AI 디지털 교과서를 타고 미래 교육을 향해 글로벌 기준에 맞추어 나아갈 때를 맞아 많은 학생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동일한 교육방식과 속도에 맞춰 학습하는 반면 학생의 개별적 필요와 잠재력은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한계를 갖고 있는 평균 교육개념에서 각자 다른 배경, 관심사, 학습 스타일을 갖고 있는 다양한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는 AI 튜터를 지원하는 것이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학생의 학습 수준과 요구를 진단하고 분석하여 학습에 필요한 지원을 하여 개별 학생에게 가장 적합한 학습경로와 콘텐츠를 추천해 개인맞춤형 학습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교사를 위한 서비스는 AI 보조교사 지원으로 교사가 수업을 효과적으로 설계하고 학생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맞춤형 평가 결과를 교사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교사는 학습콘텐츠를 재구성하거나 추가해 수업을 더욱 풍부하고 다양하게 만들 수 있고 학생의 학습 이력과 관련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을 관리하고 효과적인 교육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AI 디지털교과서는 교육의 질을 향상하고 학습 과정을 개인화하며 교육공동체인 학습자 교사 학부모들 간의 협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 할 수 있다.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하이터치 하이테크(HTHT) 교육은 다양한 첨단기술을 활용해 학생 중심 학습을 지원하는 새로운 교육방식이다. 이 방식은 학생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깊은 이해와 학습의 발전을 경험할 수 있는 학습자 주도학습을 도모한다.
매일경제에 게재된 AI 디지털교과서 글로벌기준에 대한 보고에는 교육부 지침이 클라우드 형태로 제공되는 다양한 글로벌 교육 서비스들의 참여를 사실상 원천 차단하는 ‘디지털 무역장벽이 포함되고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중” 이상의 등급 이상 획득한 서비스들의 자격을 제한한 조건들은 글로벌 클라우드 기술표준과 해외 주요 인증과 크게 동떨어져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큰 투자가 요구되는 실정이다. 이 문제가 해소되면 학생들이 글로벌하게 국경 없는 디지털 공간을 넘나들며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교육부가 제안한 교육공동체인 교사, 학습자, 학부모에게 제공되는 AI 디지털교과서 서비스는 아래의 표와 같다.
필자소개
서울대 간호대 학사, 보건대학원 석사
서울대 계산통계학과 학사, 석사, 중앙대 응용통계학 박사
한국방송통신대학 학장(전), 명예교수(현)
국제통계교육학회(IASE) 부회장(전)
국제생물통계학회(IBS) Excutive Board Director(전)
통계청(전), 복지부(현), 국방부(현) 국가통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