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크리스마스 캐롤>
요셉 모어 작시 프란츠 그루버 작곡 ‘고요한 밤 거룩한 밤’
하얀 눈이 무릎까지 빠지도록 펑펑 내리던 밤. 성경과 찬송가를 들고 외딴 산골짜기 오두막집에까지 들러 기쁨의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른 적이 있었다. 두 볼은 빨갛게 달아 올랐고 눈보라가 온몸을 강타했지만 오두막집에 사는 주인의 따뜻한 차 한 잔과 정겨운 미소가 성탄의 감격을 오롯이 누리도록 했던 시절 말이다. 머릿 속엔 어릴 때의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의 추억이, 가슴 속엔 눈 오는 날 크리스마스 전야에 불렀던 캐롤의 합창이 뜨겁게 내장되어 식지않고 있다. 아 크리스마스의 아름다운 추억이여! 신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성탄절의 추억과 기쁨을 더 많이 저장하고 사는 사람들이다. 이런 이유로 신자의 죽음은 크리스마스를 지상에서 더는 경험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성탄은 하늘의 영광과 기쁨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절기다. 지금 우리가 지나고 있는 세상은 성탄의 진정한 추억과 따스함을 잃어버린 시대다. 시끌벅적 떠들썩한데 의미있는 내용도 벅찬 감격도 따뜻한 사랑도 없어보인다. 이번 성탄절엔 사랑하는 사람들과 교우들이 추억의 화롯가에 모여 앉아 잃어버린 성탄의 추억과 기쁨을 찾아보는 게 어떨까?
오스트리아 서부에는 유서 깊은 음악도시 잘츠부르크가 자리잡고 있다. 여기서 위쪽으로 한참을 올라가면 독일 남부지역과 맞닿는 아주 작은 마을이 나온다. 잘짜흐강을 사이에 두고 조그만 다리로 연결되어 독일 쪽은 라우펜마을, 오스트리아 쪽은 오번도르프 마을이라 불린다. 이 마을 수백미터 너머에 광장이 나오는데 이곳이 ‘고요한 밤 광장’stille nacht platz이다. 약간 높다란 언덕 위엔 아담한 팔각형 모양의 하얀색 성당이 서 있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1924년에 이르러 ‘고요한 밤 거룩한 밤’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이곳에 기념 성당을 세운 것이다. 이 곡은 어떻게 탄생했으며 어떤 과정을 통해 오늘날 만인의 입에 불리워지는 위대한 캐롤이 되었을까? 1818년 12월 24일의 일이다.이 마을 니콜라우스 성당에 부임한 지 3년 된 요셉 모어 신부는 성탄절 이브 자정 미사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잘짜흐강이 범람하는 바람에 성전이 물에 잠겨 오르간이 고장이 난 것이다. 이때 이웃마을에 있는 친구 프란츠 그루버가 생각났다. 그루버라면 자정미사 캐롤을 작곡해 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즉각적으로 모어 신부의 시에다 그루버의 곡이 붙여졌고 오르간 대신 기타반주에 의한 연주가 시작되었다. 모어신부는 테너를 그루버는 베이스 파트를 맡고 성가대와 함께 합창이 어우러졌는데 이것이 역사상 처음으로 탄생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순간이었다. 불멸의 크리스마스 캐롤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기타의 선율은 천사의 날개처럼 부드러웠고 성전을 가득 채운 성도들의 찬양은 거룩함으로 압도당했다. 그 후 아름다운 이 캐롤은 오스트리아 티롤지방에서 불리우다가 독일북부지역을 거쳐 유럽전역으로 그리고 머지않아서 미주대륙과 온 지구상으로 퍼져 만인의 애창곡이 된 것이다.
음악의 수도 비엔나에서는 11월말 이후 크리스마스 음악축제가 본격적으로 열린다 도시 곳곳에 자리잡은 수많은 콘서트 홀마다 샹들리에에 불빛이 밝혀지면서 유수의 연주자들이 참여하는 성탄절 음악축제인 것이다 이 축제들 가운데 일본의 소니 클래시칼 레이블에서 발매한 영상음반 ‘빈의 크리스마스’ 앨범에 수록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추천한다 세기의 테너 플라치노 도밍고 중국 출신의 소프라노 잉 후앙 미국의 팝 가수 마이클 볼튼이 참가하여 불꽃이 타오르듯 뜨겁고 장엄한 캐롤을 선사해 주는 기록물이다 게다가 비엔나 소년 합창단과 비엔나 심퍼니 오케스트라가 백업 코러스와 반주를 맡아 협연한 감동적인 실황 앨범이기도하다 마치 꿈을 꾸듯 천사의 날개에 실려 낙원의 시냇가를 잠시 방문한 것같이 황홀한 불멸의 크리스마스 캐롤의 합창이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