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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4-05-22
수정: 2025-02-18
작성: 이병호
마라톤 달리기 일지인 '런다이어리'에서 대한대장암학회 개최 암극복수기 대상을 받은 나의 암극복수기 작성일을 찾다 , 나의 아래 글도 발견하여 올린다. 내가 다녀온 년도와 내용이 궁금했는데, 이 글을 보고 확실히 알게되었다. 내가 금강산을 다녀온 것은 2004년 12월 9일에서 12일까지 2박 3일이었다.
이병호 남북교육연구소장·교육학 박사
원문보기 : RunDiary - 우리는 인터넷에서 함께 달린다, 런다~.
"우리가 만드는 살아있는 Running Community
안녕하십니까? 윤리샌님 이병호 입니다.
시간 부족과 발목 부상으로 그동안 못달렸던 달리기를 이제 서서히 해보려고 합니다. 나름대로 연습하여 내년 동마에 참가하렵니다.
금강산에 다녀온다고 하니 Evergreen 님께서 금강산에서의 온천과 평양 모란봉 교외단 공연이 멋지다고 하였는 데, 금강산에서의 온천은 정말 좋았습니다.
마침 내년 2월에는 금강산에서 마라톤 대회(런너스클럽과 여행 춘추 주최)가 있다고 하네요. 요즘 성인들의 금강산 여행비가 40만원인데 비하면 저렴한 참가비(29만원?)인 것 같습니다.
또 금강산에서 함부로 달릴 수도 없는 데, 풀코스 달리기를 한다고 하니 더욱 좋은 일이 아닌가 합니다. 금강산을 다녀 온 사람으로서 아직 금강산을 다녀오시지 않은 분들은 금강산 마라톤대회 참가를 적극 권합니다.
아래글은 저희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글인데, 처음으로 금강산 여행을 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까 하여 글을 올립니다. 처음 방북하실 분들을 위하여 좀 자세히 썻습니다.
런다 힘!
12월 9일(목요일)
금강산으로의 출발은 08시이나, 07시 20분에 다소 일찍 인천시 교육청 앞에 도착하였다. 출발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태화관광버스가 도착하지 않아 교육청(중앙도서관)앞에는 인솔단과 수 많은 학생들로 몹시 붐비고 있었다.
인천시 교육청이 교육인적자원부와 통일부의 후원을 받아 실시하는 '제 1회 금강산 교사학생 연수 및 체험학습', 인솔단은 인천시내 중고등학교장 5명, 장학관 및 장학사 12명, 교사 20명 등 총 37명이다. 사립중,고등학교에서 나온 교사는 나를 포함하여 몇명이 되지 않는다. 학생은 각 고등학교에서 선발되어온 고3 학생 430명이다.
체험학습 일행을 태운 20대의 관광버스는 외곽순환도로 - 구리- 양평- 홍천-인제-진부령을 거쳐 통일전망대에 도착하는 데, 홍천 구간에 새로 뚤린 도로를 이용하여서 그런지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주문진, 속초를 경유하는 코스 보다 2시간 정도는 적게 걸려 도착했다. 설악산의 백담사 입구인 용대리 근처에 있는 휴게소에서 단체로 점심을 먹고 통일전망대에 도착하니 오후 2시가 되었다.
통일전망대에서 교육청에서 자체 준비한 짧은 교육을 받고, 방북에 앞선 몇 가지 주의사항(태극기가 새겨진 옷을 입지 말라는 등)을 안내자들로 들은 뒤, 남북한을 오가며, 북한에서 관광시 이용되는 작은 버스로 갈아탔다.
버스에서는 이번 북한 여행에서 안내를 맡을 젊은이들로 부터 방북에 관한 주의 사항을 들은 뒤, 해외 여행시 필요한 일종의 여권인 관광증을 받아 목에 걸었다. 이때 가지고 있던 모든 핸드폰은 수거된다.이 핸드폰은 북한 여행을 다녀온 뒤 남쪽에 와서 버스를 탔을 때 다시 돌려 받게 된다.
군사 분계선 바로 앞에 있는 국경 통과소에 들러 인적사항의 확인 및 짐검사를 받는다. 해외 여행을 위하여 출국 할 때의 절차와 똑같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좀더 친절하고 수월하다는 점이다.
모든 수속을 마치고 북으로 가는 버스에 승차하니 오후 4시가 넘는다. 이제 드디어 북으로 들어간다. 버스에 탄 모든 사람들이 긴장하기 시작한다. 버스는 남방 한계선을 지나 비무장 지대를 통과하여 군사 분계선을 넘는다. 잘 포장된 도로로 버스는 잘도 달려 북방 한계선을 지나 북쪽으로 들어간다. 북방 한계선 입구에는 북한군 초병들이 길 양옆에 서 있다. 조금 더 버스는 가다가 잠시 정차한다.
북한군 병사들로 부터 검문이 있다고 한다. 버스에 북한군 병사가 올라오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안내원이 말한다. (이 안내원들은 소위 '조장'이라고 부른다. 복장이 검은색의 날렵한 옷을 입고 있는 데, 마치 경찰 특공대 복장 같다. 등산을 하기 때문에 이런 옷을 입는다고 한다. 20대의 신체 건강하고 똑똑한 남녀들로 구성되어 있는 데, 처음에는 어느 나라 사람인지 궁금했는 데, 알고 보니 모두 남한 사람들이다)
버스가 정차하자 북한군 병사들이 절도 있고 힘있는 특유의 빠른 발검으로 다가와 버스에 탑승한다. 북한군 병사가 내 옆을 지나가는 데, 은근한 일말의 불안감이 느껴진다. 이 병사들은 버스 밑의 짐칸도 확인 한뒤 철수한다.
버스는 20~30 여분 더 달려, 북쪽 출입국 사무소에 도착하여 남쪽에서 받았던 것과 동일한 절차로 검사를 받는다. 여기에서 대북 금강산 관광 개발을 주관한 '현대 아산'직원들의 숙소도 보이고, 현대 중기 등 남쪽의 차와 물건들도 자주 보인다.
신원확인과 짐검사를 받기 위해 버스에서 내린다. 드디어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북한땅을 밟아 보는 순간이다. 마음 같아서는 땅바닥에 엎드려 입맞춤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겨우 이땅이 북한 땅이 맞나 확인 하듯 팔짝 팔짝 뛰며 발을 굴러 보았을 뿐이다.
버스는 다시 달려 온정리 관광 특구에 도착한다. 여기는 현대 아산에서 주관하는 곳으로 현대아산 직원과 대부분 식당과 면세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조선족 사람이다. 휴게소 한쪽에는 북쪽 사람들이 운영하는 중규모의 포장마차가 있다. 또 이곳에는 평양 모란봉 교외단의 상설 공연 장소인 돔식의 온전한 공연 건물도 있다. 여기서 식사 한끼의 가격은 1만원인데, 음식맛은 남쪽의 맛과 유사하다.
내가 남쪽, 북쪽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 이유는 북쪽 사람들이 이 용어를 좋아한다. 이유는 남한과 북한이란말은 상이한 국가를 부르는 말인데 비하여, 남쪽, 북쪽(경우에 따라서는 남측, 북측)은 두국가를 뜻하는 것이 아니니 남한,북한이라는 용어보다는 더 낫지 않은 생각을 해 봤다.
참고로 북쪽 젊은이보고 내가 어떻게 부르는 것이 좋냐하면서 '북조선'이라고 하면 좋겠냐고 하니까 그냥 빙그레 웃는다. 또 남한의 텔레비젼을 자주 보냐고 하니까 '볼 수는 있지만, 체제와 이념이 맞지 않아 잘 보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다음날 오랫동안 토론을 한 북한의 젊은이는 나보고 '노무현 대통령이 귀국했습니까?' 또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라크의 자이툰 부대에 방문한 것에 대하여 남쪽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는 질문을 했다. 또 어떤 등산 안내를 하는 젊은 아가씨는(안내원)는 어떻게 이번 여행을 오게 되었는가? 질문을 하고 젊은 청년은 관광증에 "G" 표시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가? 정부의 지원을 받는 여행단이라는 측면에서 "Government"에서 나온 말이 아닌가? 언제까지 정부에서 이렇게 금강산 여행을 지원해줄 것 같으냐 하는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남한의 대통령이 누구인가에 달려있다고 했다(적절한 대답을 한 것인가?.......)
여행의 첫날은, 첫날인 만큼 오후 늦게 북한에 도착하여 저녁식사를 한 뒤, '금강산 온천'에 가서 목욕을 하는 일 이외는 특별한 일정이 없었다. '금강산 온천'은 깨끗하고 잘 만들어진 현대식 온천 건물이었다. 노천탕도 있는데, 노천탕 앞에는 바로 금강산의 절경이 펼쳐져 있고, 금강산의 최고봉인 비로봉(1638)도 잘 볼 수 있었다. 여기서 하나의 에피소드는 마침 두달에 한번씩 이 목욕탕은 남,녀 목욕탕을 바꾸는 데, 마침 우리가 간날이 그날이어서 남탕과 여탕을 모두 이용하는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 또 눈이 내리는 날에는 남탕과 여탕에서 눈을 뭉쳐 반대쪽으로 던지는 눈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단다. 남탕과 여탕을 바꾸는 이유중 하나는 금강산이 워낙 음기가 쌘 산이라 남,녀 목욕탕도 이렇게 바꿀 필요가 있단다.
12월 10일(금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왕복거리 8.3km, 소요시간 약 3시간 30분~4시간이 소요되는 구룡폭포와 상팔담 등산을 하게 된다. 남쪽에서 등산을 한다면 설악산의 울산 바위를 다녀오는 것과 비슷하거나 조금 먼 등산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금강산에서의 등산
이번 여행에서의 본 금강산은 어찌 보면 일년 중 가장 멋지지 못할 때 모습을 본 것이 아닌가 한다. 왜냐하면 초겨울이라 낙옆은 모두 떨어지고 또 눈이라도 쌓여 있다면 멋진 설경이라도 볼 수 있었는 데, 이런면에서는 무척 아쉬웠다. 그러나 깊은 계곡에 기암괴석, 웅장함과 아기자기함은 말로만 듣던 모습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빼어난 절경이었다. 설악산과 비교를 한 다면 규모나 아기자기함에 있어서 설악산의 2~3배라고 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내가 본 금강산은 금강산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아 정확한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등산로에서 북쪽의 안내원들로 부터 자상하고 친절한 설명을 듣는다. 또 내려오는 길에는 북의 막걸리도 한잔 먹는다. 달짝지근하고 유니폼을 곱게 입은 북쪽 아가씨들의 친절한 접대에 즐겁고 흐뭇한 마음이 절로 생긴다.
구룡폭포와 상팔담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금강산의 4대 사찰 중 하나이나 한국 전쟁때 소실되어 이번에 남쪽의 도움으로 다시 복원한 신계사터에 들렸다. 아직 단청을 입히지 않은 전형적인 목조 건물이다. 이곳에 스님한분이 계셔서 자세한 설명을 해주시는 데, 이분의 이름은 '재정'이고 합천 해인사에서 파견나온 스님이다. 2007년까지 5개동의 건물을 다 질때까지 여기에서 혼자서 수고한다고 한다.
점심을 먹고 오후 4시 30분부터는 '평양 모란봉 교외단'의 공연을 보았다. 세계 최고의 서커스 수준이라는 것은 익히 알았지만, 정말 어려운 연기와 동작을 한치의 실수도 없이 잘 해낸다. 그렇지만 이를 본 우리 남쪽 사람들은 잘한다는 칭찬에 앞서 실수하면 장애인이 되거나 심하면 목숨도 잃을 수 있는 그런 위험한 동작을 왜 그물도 없이 하나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그네 타기 등 워낙 위험한 동작때는 물론 그물을 쳤다)
12월 11일(토요일)
금강산 여행 마지막 날이다. 학생들은 삼일포로 가는 데, 8명이 함께 만물상 코스로 가기로 한다. 만물상은 금강산에서 제일 멋진 곳이기도 하였지만 조금 더 금강산의 모습을 더 보고 싶은 나의 바램때문이었다. 만물상 등산을 위하여 약 400m 고지까지는 버스로 올라간다. 약 60번 정도의 굽이를 돌면서 고갯길을 올라가는 데, 길 주위에는 금강송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어있다. 이 금강송은 일명 미송이라고도 하며 적송이라고도 한다. 남쪽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그런 멋진 나무들이다. 이곳 금강산이 한반도에서는 원산지라 금강송이라고 불리어졌는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점심을 먹고 귀로에 오른다. 출입국 절차는 갈때와 똑 같다. 간단한 이번 여행에 대한 소감을 물어보는 설문조사가 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하는 사람들의 견해는 저마다 다르다.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만물상에 내려오다 북한의 젊은 감시원(나이 30세, 이름 김강 0 )과의 남북 통일에 대한 30여분의 토론이 아니었나 한다.
혹 말실수라도 하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에 토론을 빨리 끝내고 싶었지만 계속 더 듣고 싶다는 북한 젊은이의 요청에 시간이 길어졌다. 대화를 하면서 느낀 것은 북한이 사는 것이 무척 어렵더라도, 본인들은 그렇게 어렵게 산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으며, 또한 자존심은 살아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어떻게 되겠느냐는 나의 질문에, 이 젊은이는 "전쟁이 나면 우리 북쪽이 진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당당함과 패기에는 그저 놀랄 뿐이었다.
인천 집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넘었다. 2박 3일간의 북한 여행. 긴장과 설레임속에 다녀온 여행이었다. 나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금강산의 아름다움 보다는 어렵게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더욱 가슴아프게 느껴졌다. 10km이상 되는 먼거리를 등에 봇짐을 메어 걸어가는 북한 주민들, 오래된 허름한 집에 살며 한 겨울의 밤을 20~30촉 밖에는 되지 않는 전등으로 밤을 세워야 하는 주민들. 차창 밖으로 비추는 북한 주민들의 사는 모습은 한마디로 1960년~70년대에 아주 못사는 우리 시골의 여느 모습과 다를바 없었다.
북한 젊은이와 대화를 나누는 도중 월남하신(평안남도 성천군) 나의 선친의 북한에서의 자녀들 이름들을 불러보기도 했다. 통일이 된다면 돌아가신 아버님 고향에 당장 달려가 이복 형제들을 만나고 싶은데...
다음에 금강산에 올 때는 꼭 금강산 정상인 비로봉까지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도 절로 든다. 우리학교 산도깨비 선생님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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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 '금강산 관광 재개'의 좋은 기회다 - 오마이뉴스 (ohmynews.com)
있을 것 다 있는 북한 마식령 스키장- 통일뉴스 (tongilnews.com)
※ 1998년 11월 18일 첫번째 금강산 관광 4박 5일에 대한 KBS 동행 취재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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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호 ㅣ남북교육연구소장· '북한교육과 평화통일교육'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