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미하엘 엔데의 <모모>
시간은 삶이며 삶은 가슴 속에 있다
배경: 오늘 날 어느 낡은 원형극장.
등장인물: 모모, 기기, 베포, 세상 아이들. 잿빛 신사들, 거북이 카시오페이아, 호라박사.
갈등 구조: 사람들의 시간을 차지하라.
맥락: 이 책은 독일 출신인 작가가 41세 때인 1970년에 출간되었다. 한국에는 1999년에 번역되어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1989년에 영화로 만들어 졌고, 가수 김만준이 <모모>라는 노래를 불렀다.
독자들은 왜 이 책을 꾸준히 관심 있게 읽고 있을까? 읽기 쉬운 그러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장과 다이나믹한
이야기 전개. 그리고 이런 고민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나의 삶과 시간은?
이발사 푸지씨
이발사 푸지씨의 독백: 가위질 소리, 잡담, 비누거품과 함께 내 인생도 흘러가는구나. 대체 이제까지 살면서 이룬 게 뭐지? 내가 죽고 나면 나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예 없었던 거나 마찬가지일 거야.
잿빛 신사: 인생에서 중요한 건 딱 한 가지야. 뭔가를 이루고, 뭔가 중요한 인물이 되고, 뭔가를 손에 쥐는 거지. 당신의 의도는 중요하지 않아,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오로지 결과야. 시간은 돈이야. 그러니 절약해. 그러면 나날이 윤택해져. 시간을 아끼면 미래가 보여. 더욱 보람찬 인생을 사는 거지.
호라박사: 자신의 일을 기쁜 마음을 갖고 또는 애정을 갖고 하는 것은 중요해. 잠시 인생의 회의는 들겠지만 푸지씨 당신은 여유를 가지고 나름 존경도 받으면서 살고 있잖아. 가능한 한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한 많은 일을 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점점 빈곤해지고, 획일화되고, 차가워지게 하는 거야. 돈과 명예, 경쟁과 효율 속에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지마. 오로지 당신 가슴에 있는 시간을 써.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꽃이 당신의 시간이야.
푸지씨의 선택
푸지씨는 손님과 잡담을 그만 두고 무뚝뚝하게 일을 했다. 그러자 30분에 끝났던 이발이 20분 만에 끝낼 수 있었다. 10분의 시간을 아낀 것이다. 그는 견습생 두 명을 고용하고 일분 일초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감시했다. 10분 단위로 시간표를 작성해 일과를 처리했다. 시간을 아끼면 곱절의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리고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는 현재 고급한 아파트에 살고 외제차를 몰고 있다. 시골에서 그는 번듯하게 성공한 이발사가 되어 있었다. 그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결론은 아무도 모른다
자신만이 알 수 있다. 삶은 상태이면서 태도의 문제다. 또한 관계의 문제다. 우리는 사람의 맘을 모른다. 성격과 기질, 인격에 따라 인생관이 다르다. 푸지씨의 현재 삶이 행복한지 안한지는 그 사람의 가슴에 있는 그 사람만의 꽃만이 알 수 있다. 다만, 우리는 그의 인상, 폼, 주변의 사람들이 행복한지 여부를 보고 간접 판단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소망한다. 착한 사람이 돈을 벌어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돈을 쓸 줄 알았으면 좋겠다. 하여 푸지씨가 착한 사람으로 계속 남았으면 좋겠다.
프레임 틀기
이 소설은 단선적이면서 선악구도가 명확한 줄거리를 갖고 있다. 작가의 기독교적 세계관이 반영되었다고 본다. 잿빛 신사는 사탄이고 호라박사는 하느님이고, 모모는 모세이며 미래를 내다 볼 수 있는 거북이는 천사로 보면 이 소설은 성경 말씀이 된다. 그래서 독자는 처음부터 선악프레임에 걸려 들 수 밖에 없다. 이 프레임을 살짝 틀면서 읽어 보면 어떨까?
모모의 삶이 빈둥거리고 남에게 먹을 것을 의존하며 사는 룸펜으로 볼 수 있다. 잿빛 신사들이 시간을 아끼고 열심히 일하며 살라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성찰하고 연대하는 인문적 태도를 경시했다는 것이 문제다.
잿빛 신사와 호라 박사는 우리 맘에 들어 있는 거울의 양면이다. 우리는 모모를 보며 소설을 읽으면 안 된다. 오히려 기기와 베포, 세상 아이들의 심리를 따라 가야 한다. 왜? 그들이 바로 우리이기 때문이다. 푸지씨의 사연은 이 글을 읽고 있는 바로 당신의 문제일 수 있다. 푸지씨는 지금 잘 살고 있을까? 당신은 지금 잘 살고 있는가? 소설을 읽어 보며 생각해 보면 될 일이다.
책익는 마을 원 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