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 학교 텃밭!”
- 교육농 직무연수 심화 과정
7월 6일 서울 천왕초에서 교육농직무연수 심화과정이 열렸다. 지난해 기초 과정에 이은 것이다. 기획자는 조진희 조합원. 그는 교육농협동조합 창립 조합원으로 지난 수년 간 천왕초와 인근 옥길텃밭에서 꾸준하게 교육농을 익혀 왔다.
(기초 과정 연수에 관한 글은 http://cafe.daum.net/communebut/qLYh/10)
심화는 15명 정원. 지난해 기초 때와는 교장, 교감 등이 눈에 띄었다. 할머니 교사로 자칭하는 분들도 있었는데, 평균 연령을 어림하면 50은 훌쩍 넘어 보인달까. 왜 이렇게 고경력 교사들이 많을까.
심화연수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학교 텃밭을 일궈온 분들만 온 것은 아니다. 여러 해 학생들과 텃밭을 해 보니 좋긴 한데, 조금 더 잘하고 싶다거나, 은퇴를 앞둔 나이가 돼 이를 배워서 소일거리로 삼고 싶다거나 한 분들도 있다. 물론, 지난 기초연수 때 들었던 ‘교육농’에 감화를 받아(?) 심화로 넘어 온 분도 계시다.
그 이유는 다양하나 학교에서 텃밭에서 좋은 경험을 한 분들이 모인 것이다.
그럼, 학교 텃밭이 왜 좋을까? 어떤 것이 좋은 경험인가?
어느 분은 인성교육 이야기를 하신다. 작물을 가꾸는 과정, 흙을 일구고, 씨앗을 뿌리고, 잘 자라도록 돌보고, 그것을 수확해서 먹는 자체가 교육적이라는 것이다. 상투적으로 표현하면 인간의 모든 감각을 동원하는 ‘총체적 활동’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어느 분은 교실에서만 있었다면 알 수 없었던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을 말씀하신다. 교실에서는 그저 말썽꾸러기로만 보였으나, 텃밭에 나가서는 그렇게도 정성껏 작물을 돌본다는 것.
어느 분은 교실에서는 할 일이 없었던 장애가 있는 학생이 텃밭에 나가서는 자기 일을 한다는 점을 좋은 경험으로 꼽는다. 꼬박꼬박 물당번을 맡아서 하는 것이다. 물론, 쉬는 시간마다 나가서 물을 주는 바람에 과다해서 웃자라는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또 갑자기 없어져서 찾다 보면 텃밭에 가 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것들은 텃밭을 하기 때문에 발견할 수 있었던 것들이다.
작물에 필요한 것은 한 가지만이 아니다. 햇볕, 바람, 물 등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자연이 주는 모든 것들이다. 교육을 이와 비교한다면 아마도 특정한 어떤 것만이 아니라, 고루 배우고 익힐 수 있는, 그래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 주는 교육 환경에 더 시선이 가게 될 것이다. 유기농이나 자연 농업에 힘을 쏟는 농부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교육의 생태적 전환을 얘기하고 교육농을 얘기해 왔다. 눈에 보이는 교육농은 학교 텃밭이다. 물론 학교 텃밭은 교육농을 말하기 이전, 아주 오래전부터 이뤄져 오던 것이다. 학교에는 이미 동물원도 있었고 식물재배원도 있었다. 점점 사라져 갔을 뿐이다. 그리고 학교 부지 일부가 교장이나 주무관 등의 성향이나 취미에 따라서 국화밭으로 텃밭으로 일궈져 오고 있기도 했던 것이다. 이렇게 해 오던 것과 교육농은 무엇이 다른 것인가.
어찌 보면 차이점은 크지 않을 수 있다. 흙은, 대지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그리로 이끌어 간다. 그렇지 않다면 교장이나 주무관을 밭에 매어두기가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교육농은 그 이끌어 가는 무엇을 교육의 언어로, 교육 활동으로 만들어 가고자 하는 것이다.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이들과 아이들의 배움과 다를 것이 무엇일까. 생태적인 교육이란 생태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열어 주는 것이다.
이날은 조진희 조합원이 학교 텃밭을 중심으로 해 온 실과 수업과 텃밭을 운영하는 금나래초, 삼정중 학교 사례를, 안종수 씨가 자연농업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조진희 조합원의 이야기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학교 텃밭의 위치이다. 그는 천왕초의 학교 텃밭은 등하굣길에 늘 접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며, 따라서 맘먹어야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일상에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늘 눈으로 볼 수 있는 장소에 있다는 점을 큰 장점으로 강조하였다. 이러한 접근성은 학교 텃밭을 운영하는 데 꼭 고려하면 좋겠다. 일상에서 작물들의 성장을 지켜보고 수확해서 조리까지 해서 먹는 것만큼 식생활에 대한 이해는 기대 이상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문화가 되니까.
안종수 씨는 작은 텃밭을 하면서 비닐로 멀칭을 하는 관행을 경계하였다. 그는 여섯 가지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땅을 갈지 않고, 밑거름을 주지 않고, 비닐멀칭을 하지 않고, 농약은 천연 농약이라도 주지 않고, 화학비료도 주지 않고 발효퇴비도 넣지 않는다. 땅을 살리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에서 다른 것은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겠으나, 비닐멀칭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그의 말은 설득력이 높았다. 풀들이 자라는 것을 막기 위하여 비닐을 덮어 두는 비닐멀칭이 오히려 열을 가두기에 병균을 번식시킬 위험이 크기도 하단다. 환경오염은 물론이다. 그의 말을 들으며 주말 농장이든, 학교 텃밭이든 몇 평 되지도 않는 작은 밭에서도 비닐멀칭을 해 놓은 것을 떠올린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듣고 보았기 때문이다. 관행이다.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상품성을 위해서 여러 가지 수를 낸다. 그중 하나가 비닐멀칭이다. 하지만 비닐은 분해되는 기간이 20년에서 많겠는 몇 백 년이 걸린다고 한다. 해상 쓰레기의 90%가 비닐과 플라스틱이고 이는 “체내에 계속 쌓이고 축적되는 유독성 물질”이라고 한다. 최근 치약, 세안제, 스크럽제 등에서도 플라스틱 알갱이 논란이 된 바 있다. 환금작물 등을 키우는 대규모 농장 등의 비닐 사용은 이런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겨우 작은 텃밭 등에서까지 이렇게 해야 할까. 교육을 중심에 둔 농사, 교육농은 작물의 성장과 함께 풀, 벌레, 흙, 사람 등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살림의 생태계를 이루고 익혀가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안종수 씨는 그 밖에 GMO종자의 문제, 토종씨앗의 중요성 등의 이야기를 하였다.
한 가지 더. 텃밭 상자 문제. 다들 경험을 하셨겠지만, 텃밭 상자는 1년 수확이 지난 뒤에는 흙이 딱딱해지고 흙으로서 생명을 잃게 된다. 땅과 이어지지 않은 갇힌 흙이라 그렇다. 해마다 다시 양분을 넣어 섞어 주어야 한다. 상자 텃밭을 할 수밖에 없다면 허리 높이 정도에 이르게 흙의 높이를 유지해 주는 것이 그나마 낫다고 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보도블럭 등을 걷어 내고 틀밭을 만드는 것이 좋다. 풀 멀칭을 꾸준히 해 가며, 밭 근처의 돌들을 모아 작은 곤충들의 집도 밭 한켠에 만들어서 갖은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학교 텃밭을 만들 수 있다면 좋다.
연수는 7. 8~9일 홍성에서 이어졌다. 교육농연구소 박형일, 풀무학교 정민철, 정농회 주형로 등 농업을 중심으로 마을을 이루고 지켜가는 이들과 1박 2일을 함께한 홍동마을의 연수는 또 힘을 더해 주었을 것이다._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