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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의 연속이면서 부정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용어는 영국의 역사가 아널드 토인비(1889~1975)가 《역사의 연구》에서 19세기 말 이후 서구 근대문명의 위기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사용했다.
포스트모더니즘이란 1960년에 일어난 문화운동이면서 정치·경제·사회의 모든 영역과 관련된 한 시대의 이념이다. 이 운동은 미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학생운동·여성운동·흑인민권운동·제3세계운동 등의 사회운동과 전위예술, 그리고 해체주의(deconstruction) 혹은 후기구조주의 사상으로 시작되었으며, 특히 1968년 전 세계로 확산되었던 사회 개혁적인 학생운동과 깊은 관련을 갖고서 탄생하였다.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사람인 리오타르, 라캉, 데리다, 푸코 등이 처음에는 학생운동을 직·간접으로 지원하고 격려하면서 이들과 연대를 맺다가 사회주의적 노선과 결별하고 점검과 반성을 거쳐 자신의 독자적인 이론을 세워 오늘날에 이른다.
포스트모더니즘을 알기 위해서는 모더니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서구에서 근대 혹은 모던(modern) 시대라고 하면 18세기 계몽주의로부터 시작된 이성중심주의 시대를 일컫는다. 종교나 외적인 힘보다 인간의 이성에 대한 믿음을 강조했던 계몽사상은 합리적 사고를 중시했으나 지나친 객관성의 주장으로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도전받기 시작하여 니체, 하이데거의 실존주의를 거친 후 오늘에 이르렀다.
포스트모더니즘을 주장하는 이론가는 마르크스주의와 같은 전체주의적이고 과학주의와 같은 이성 중심적인 역사 발전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하나의 원칙, 완전한 이성, 절대적인 진리, 누구나 소속감을 느끼는 단일 공동체는 더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포스트모더니즘을 설명하는 중요한 용어는 ‘탈구조주의’ 혹은 ‘해체’이다. 구조주의란 포스트모더니즘 직전 프랑스의 지배적인 사상으로 역사 발전이 하나의 구조, 즉 정해진 틀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보는 이론이다. 이 사회적 구조주의는 언어학에서 비롯된 구조주의에서 이론을 빌려와서 사회분석에 활용한 것이다.
1) 철학자 리오타르, 라캉, 푸코, 데리다
포스트모더니즘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정의를 내린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1924~1998)는 무엇보다도 ‘다양함’을 주장한다. 리오타르에 따르면 객관적인 통일된 하나의 역사란 없고, 또 이성이 이끌어가는 역사의 발전도 없으며, 하나로 통일된 전체적인 것 때문에 우리는 너무나 비싼 대가를 치렀다고 한다. 이것에 관한 미련 때문에 많은 사람을 희생시킨 스탈린주의나 파시즘 같은 테러 시스템이 정당화되었다고 리오타르는 보고 있다. 그는 계몽의 역사를 믿지 않고 역사의 발전도 부정하며 하나의 방법과 원칙만이 통하는 획일주의 대신 다원주의를 주장하며, 다양한 삶의 방식과 이념, 여러 가지 형태의 역사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주의해야 할 점은 이 철학적 논쟁은 아직 진행 중이며, 매스컴에 의한 지나치게 빠른 상품화로 많은 점이 왜곡되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리오타르는 현대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지만,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인 휴머니즘이나 자유의 가치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리오타르는 이러한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실현되기 위한 방법으로 다양함을 인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을 주장하는 것이다. 리오타르는 철학의 위기를 지적함으로써 철학의 제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자크 라캉(1901~1981)은 파리의과대학을 나온 정신의학자로서 언어학 쪽으로 관심을 옮겨 구조언어학을 정신분석에 적용하였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구조언어학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그러한 해석을 통하여 인간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시도하였다. 라캉의 관심은 프로이트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무의식’에 관한 것이었지만, 프로이트와 달리 무의식을 생물학적이고 성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언어문제와 관련시켰다.
자크 라캉
<거울 남녀>
내가 바라보는 것은 사실 내가 진정으로 보고자한 것이 아니라 그 대체물에 불과하며
우리의 욕망은 대체물에서 다른 대체물로 옮겨갈 뿐이다. (출처 NGD)
미셸 푸코(1926~1984)는 사르트르 이후 프랑스 철학자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인물로써,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로 부르고 있지만 정작 푸코 자신은 이를 거부하고 계몽주의자라고 한다. 푸코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후 정신의학과 임상을 연구했다. 그의 독창적인 이론은 문예비평, 미술 평론, 사회학, 심리학, 정신병리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서 영향력을 미친다. 그는 지식이 권력에 저항해왔다는 계몽주의 이후 발전논리의 허상을 보여주고 지식과 권력은 적이 아니라 동반자라고 말하며 사회 개혁운동에 앞장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푸코는 죄수, 외국인 노동자, 중심부에 있지 않은 사람과 같은 ‘변두리 인생’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면서 사회주의적 사회운동을 전개함으로써 현실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자크 데리다(1930~2004)는 알제리 근처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나서, 반유대인적인 환경에서 자라 어려운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는 어떻게 말하기가 글쓰기를 억압했고, 이성이 감성을, 백인이 흑인을, 남성이 여성을 억압했는지 이분법을 해체시켜 보여주었다.
2) 미술문화예술분야의 포스트모더니즘
문화예술의 경우는 시기구분이 좀 더 세분화된다. 19세기 사실주의에 대한 반발이 20세기 전반 모더니즘이었고, 다시 이에 대한 반발이 포스트모더니즘이다. 모더니즘은 혁신이었으나 역설적으로 보수성을 지니고 있었다. 재현에 대한 개성 대신에 신화와 전통 등 보편성을 중시했고 피카소, 프루스트, 포크너, 조이스 등 거장을 낳았으나 난해하고 추상적인 기법으로 대중과 유리되었다. 개인의 음성을 되찾고 대중과 친근하면서 모더니즘의 거장을 거부하는 다양성의 실험이 포스트모더니즘이었다.
따라서 철학에서는 모던과 포스트모던 상황이 반발의 측면이 강하지만 예술에서는 연속의 측면도 함께 지닌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걸쳐 포스트모더니즘은 문학, 음악, 미술, 패션, 건축 등 다양한 문화예술분야에 확산된다. 포스트모던 예술은 모더니즘의 엘리트주의에 반대하는 미국과 영국의 팝 아티스트들에 의해 대중적이고 상업적으로 대두된다.
미술에서는 추상 대신에 대중성을 띄고 다시 구상이 등장하였다. 그런데 팝아트처럼 같은 대상을 여러 번 찍어 ‘다르게 반복하기’를 선보이는 경우, 모나리자 등 친숙하고 고유한 원본을 패러디하여 ‘다양한 재현들’을 선보이는 경우, 예술가의 권한을 축소한 미니얼 아트(미니아튀르) 등, 단 하나의 절대재현을 거부한다.
<마릴린 몬로> 앤디 워홀
<행복한 눈물> 로이 리히텐슈타인
영화와 연극 역시 사실주의의 패러디로서 환상적 기법, 자의식 적 기법을 사용한다. 무용에서는 토슈즈를 신었던 19세기 발레에서 맨발의 자유로움과 기법을 중시하는 모더니즘, 그리고 운동화를 신는 포스트모던 댄스로 대중성과 개성이 중시된다.
<Mona Lisa Aged 12> 페르난도 보테르
<샘> 마르셀 뒤상
개성·자율성·다양성·대중성을 중시한 포스트모더니즘은 절대이념을 거부했기에 탈이념이라는 이 시대 정치이론을 낳는다. 또한 후기산업사회 문화논리로 비판받기도 한다. 산업사회는 분업과 대량생산으로 수요에 의해 공급이 이루어지던 시대이다. 이제 컴퓨터·서비스산업 등 정보화시대에 이르면 공급이 넘치고 수요는 광고와 패션에 의해 인위적으로 부추겨진다. 빗나간 소비사회는 때로 포스트모더니즘의 실험적이고 긍정적인 측면을 무력하게 만들기도 한다.
탈이념, 광고와 패션에 의한 소비문화, 여성운동, 제3세계운동 등 포스트모던시대의 사회정치현상은 한국사회와도 무관하지 않다. 미술·건축·무용·연극에서는 실험과 저항이 맞물려왔고 1980년대 말 동구권의 사회주의 몰락과 문민정부의 출현은 한국의 문학과 예술에도 포스트모던 바람을 일게 하였다.
근대나 현대는 서유럽에 비하여 짧고 급속히 이루어졌기에 시민의식과 기술산업사회가 균형을 이룰 수 없었다. 서유럽과 한국사회를 똑같이 볼 수 없는 여러 상황에 의해 한국사회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은 영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제7부 미래 철학(포스트휴머니즘)
1. 포스트휴머니즘(post humanism)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인간인가? 라는 문제에 대해 미래철학은 어떻게 논하고 답할까? 지금의 1년은 과거의 5~10년의 세월만큼이나 인간문명의 과학적 변화는 빠르다.
포스트휴머니즘은, 전통적인 휴머니즘 시대는 이제 막을 내렸으며 휴머니즘 시대 이후에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탐색하는 새로운 철학사조다. 인간을 모든 것의 중심에 놓고 우선시하는 르네상스 휴머니즘 또는 데카르트 휴머니즘에 대한 반성을 표명하며 시작되었다.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 아닌, 다른 생명체와 동등한 반열에 놓고 본다. 인본주의나 인문주의로 번역되는 휴머니즘은 인간을 과대평가하였다.
포스트휴먼이란 “인간과 기술(또는 기계)의 융합으로 나타나는 미래의 인간상을 일컫는 말로 정보통신기술, 인지과학, 나노기술, 바이오공학의 발달로 인간과 기계가 합쳐짐으로써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을 일컫는 용어다.
포스트휴먼은 트랜스휴먼(trans-human),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생명(artificial life), 사이보그(cyborg), 냉동인간(cryonics), 사이버 자아(cyber-self) 등 다양한 용어와 개념으로 설명되고 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인간의 한계와 조건을 넘어서려는 인간의 바람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으로, 이제 포스트휴먼은 영생불멸 프로젝트 등 미래의 신인류를 탄생시키는 수준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이세돌과 알파고
2. 미래의 인간
세계적인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혁신 기술의 진보로 생물학적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인공지능이 구현될 것이라 예견한 바 있다. 그는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라는 저술에서 2030년대가 되면 컴퓨터의 지능이 인간을 능가하고, 2040년대에는 인간의 뇌를 업로드(upload)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말하는 특이점은 문명의 미래 발전에 가상 지점을 뜻하는 용어로서 “미래에 기술 변화의 속도가 급속히 변함으로써 그 영향이 넓어져 인간의 생활이 되돌릴 수 없도록 변화되는 기점”을 뜻한다.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또 다른 차원의 연구로는 단순히 인간 지능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 정신을 복제하여 영원히 살 수 있게 하는 ‘홀로그램 인간’ 프로젝트가 있다. 이에 따라 인간의 근원적 욕망인 ‘영생불멸’이 실현될지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홀로그램 인간은 인간의 정신을 복제하여 이 복제된 두뇌를 유기적 생명체가 아닌, 홀로그램 형태의 가상 신체에 심어 주려는 연구 프로젝트다. 러시아의 미디어 재벌인 드미트리 이츠코프(Dmitry Itskov)가 주도하고 있으며, 그는 생명 연장을 위한 연구자들의 네트워크인 ‘2045 이니셔티브(2045 Initiative)’라는 비영리단체를 2011년 2월에 설립했다. 2045 이니셔티브는 홀로그램 인간을 창조하려는 소위 ‘아바타 프로젝트(Avatar Project)’를 추진 중이다.
‘아바타 프로젝트’는 2020년까지 사람의 두뇌 속 데이터를 로봇에 전송하는 실험을 진행한 다음, 두뇌 복제와 인공두뇌 기술 개발 단계를 거쳐 홀로그램 형태로 존재하는 완전한 가상 신체를 2045년까지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수명이 다한 사람의 정신과 기억 등을 가상 신체로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홀로그램 인간’ 프로젝트에는 전 세계적으로 저명한(뇌)신경, 로봇, 인공장기와 시스템 분야 전문가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홀로그램 인간 같은 인공지능적 생명체가 단기간에 탄생하기까지에는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인간 뇌지도(brain map) 완성, 인공지능 환경의 두뇌 역할을 할 인공지능 컴퓨터 개발, 실제 생명체와 비슷한 정도의 자율 조정 기능 개발 등이 우선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3. 포스트휴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실리콘밸리의 젊은 천재 2명이 2017년 7월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에 대해 설전을 벌여 화제가 되었다.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 : “인공지능은 인류를 파멸로 이끌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CEO) : 아니다. 우리 삶을 더 좋게 만들어 줄 것이다.
위의 2명의 천재들에 앞서 ‘에디슨 이후 최고 발명가로 불리는 레이 커저와일은 인공지능이 빠른 속도로 발전해 2029년이 되면 사람처럼 감정을 느끼고, 2045년엔 ‘인공지능이 전체 인류 지능의 총합을 넘어서는 시점, 즉 특이점(Singularity)’이 온다고 2005년에 주장했었다.
‘특이점’이란 말은 헝가리 태생 수학자 폰 노이만이 처음으로 제시하여 이미 1950년대에 등장한 용어로써, 그는 “기술 발전 속도가 점점 빨라져 언젠가 기술이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특이점이 올 것”이라고 했다.
현재 구글에서 인공두뇌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커즈와일은 지난 30년간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예측해왔었다. 스마트 폰, 자율주행 차 발명 등 그가 예언한 것은 대부분 맞아떨어져 특이점에 대한 예언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17년 8월 22일자 조선일보)
지난 3월 별세한 이 시대의 최고 천체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는 2014년 “완전한 인공지능의 개발이 인류의 종말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그는 2016년 11월 옥스퍼드 대학생 토론 기구 ‘옥스퍼드 유니언’ 연단에서 “향후 1천년 안에 지구의 종말이 올 수 있다.” “인류는 하루 빨리 우주로 진출해 다른 행성으로 가야한다”는 주장을 했다고 데일리메일은 전하고 있다.

첫댓글 만촌, 철학연재하시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카페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준 내용들이네요.
구석구석 요소요소 놓지지 않고
수미일관되게 이끌어 오셨네요.
다른 분들이 좀더 참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역작은 난향처럼 오래토록 기억될 것입니다.
낙솔! 감사해요.
약 4년 전 '민토'에서 우리 함께 토론하며 공부했던 내용을
낙솔께서 개설한 독서광장 덕분에
다시 정리하며 다 잊은 기억을 되살리는 좋은 기회가 되었지요.
만촌 덕분에 많은 공부 했습니다
해평의 덕담, 만촌의 입이 째집니다.
4.16 다음 주 만나면 큰 절 올리겠습니다.
아이구야~ ㅎㅎ
752회의 조회건수를 축하합니다.
그동안의 노고에 대한 축하의 폭죽 같네요.
2015년 건강코너에 소생이 올린 '인간과 바이러스'(No.42)의
조회건수 3,338 건 기록에 이어 두 번째가 되었네요.
모두 낙솔 님의 댓글 지도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 이 봄 4월이 다가기 전에
미전 김수철 회우가 답사 여행기에 올린
'성북동 예인의 향기'를 찾아 보시지 않겠습니까?.
아주 오래 전에 한 번 가 본 적 있는 곳이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북한산의 봄기운을 즐겨 보고 싶군요.
햐, 멋져요.
서너 분만 모여도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