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을 창조한 신에게는 좀 고약한 익살기가 있었음에 틀림없다는 건 정말 사실이었다. 인간을 이성적인 존재로 창조해 놓고 나서는, 이렇게 우스광스러운 자세를 취하게 강요하고 또 이 굴욕스러운 연기 행위를 맹목적으로 갈망하도록 내몰고 있으니 말이다. ……그 남자를 밀쳐버림으로써, 불쾌한 그의 포옹과, 올라타고 누르며 밀쳐대는 그의 웃기는 엉덩짝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에 가득 차 있었다. 그의 육체는 어리석고 염치없으며 불완전한 것이었고, 어색하니 덜되고 서투른 모습으로 좀 혐오스럽기까지 했다. 완전히 진화된 존재라면 분명코 이런 연기 행위, 이런 ‘기능’ 행위 따위는 내던져 버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해변 위의 돌멩이 하나처럼 그녀를 그 자리에 내버리고 가는 것을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p. 22-24
* 난 뭔가 정말로 믿는 것이 있소. 가슴이 따뜻하다는 것의 가치를 난 믿소. 특히 사랑에 있어서 따뜻한 가슴이 되는 것, 즉 따뜻한 가슴으로 성행위를 하는 것을 난 믿소. 남자가 따뜻한 가슴으로 성행위를 하고 여자가 따뜻한 가슴으로 그것을 받아들인다면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잘되리라고 난 믿고 있소. 차디찬 가슴으로 하는 그 모든 성행위야말로 바로 백치 같은 어리석음과 죽음을 낳는 근원인 것이오. p. 103
* 미래에 대한 어떤 확신을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은 …… 초월한 다른 존재의 능력을 진정으로 믿음으로써만 가능하다오. p. 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