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이 바다에 사는 법, 소매물도
우리나라 남동부 최남단에 위치한 소매물도(小每勿島)는
면적이 2.51㎢ 에 15가구가 마을을 이루고 있는 작은 섬이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해안 풍경과 더불어
하루에 두 번 열리는, 열목개라 불리는 자갈해변을 거쳐
등대섬으로 향하는 길은 이 섬의 자랑이다.
섬에서 태어나 십여 년 넘게 섬을 찾아다닌 강제윤 시인과
등대섬으로 향한다.
“오늘은 물질하러 가려고요. 날씨가 좋아서.”
50년 가까이 직접 물질하여 수확한 해산물을
부둣가에서 판매하고 있는 해녀 정복선씨.
제주도에서 온 해녀들에게 물질을 배워 다섯 딸을 키워냈다.
소매물도의 마지막 남은 해녀 정복선, 김막례, 이점선 3총사가 모두 모였다.
그들에게 있어 바다는 하나의 냉장고인 셈!
전복, 소라, 문어, 굴 등 해산물이 풍성한 소매물도의 귀한 바다를 만나본다.
“오늘 욕봤어요.”
바다로 나간 복선씨를 기다리는 이가 있으니, 남편 김재권씨다.
아내가 무사히 돌아왔나 했더니, 아내의 고무 모자가 무사하지 않다.
통영 사람들이 ‘부석’이라고 부르는 아궁이 앞에서
고무 모자의 구멍을 때우는 재권씨.
살가운 말은 아니지만, 한 마디에 담긴 남편의 마음을 알기에
아내는 오늘도 바다로 간다.
제2부. 그대, 우도를 아는가
욕지면 연화리 우도(牛島)는 차가 다니지 않는,
16 가구로 이루어진 작은 섬이다.
최근 국내 최장 길이의 해상 보도교로 이웃 섬 연화도와 연결되면서
우도로 향하는 발길이 늘어났다
바다로 떨어질 것 같은 아찔한 다리와 자연이 만든 넝쿨 터널을 지나면
잘 알려지지 않은 우도가 눈앞에 드러난다.
“이장이 잘해요. 하루 한 번씩 돌아보러 오고.”
가족들과 부산에서 살다가 6년 전 홀로 귀향한
박균 이장은 우도의 인기쟁이!
마을의 최고령 올해 95세인 이임선 할머니도,
5대째 살고 있는 옛집의 100년 아궁이의 주인 최백선 형님도
하루 일과부터 옛 추억까지 대화상대가 되어주는
그의 인기 비결은 ‘자주 보는 것’과 ‘정(情)’이라는데.
“자주 보고 해야 사람 정이 가는 거지.”
오늘은 특별한 날,
누군가를 기다리는 박균 이장의 얼굴에 기대가 가득하다.
바로 부산에 살고 있는 가족이 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어복(魚福)이 있는 아내, 든든한 큰아들과 함께
우도의 구멍섬으로 향한다.
겨울철을 맞이하여 살이 통통하게 오른 전갱이구이와 회,
알이 가득 찬 거북손 된장국, 문어숙회까지.
제철 해물 밥상에 가족의 정이 더해져 그 맛은 더 깊어진다.
제3부. 푸른바다의 전설, 욕지도
고등어의 섬이라 불렸던 욕지도(欲知島)는
오래전부터 대표적 황금 어장,
다양한 어종만큼이나 욕지도 바다에는 전설이 가득하다.
“어부 생활하면서 여기만큼 맛이 있는 데가 없어요.”
40년 째 어부생활을 해온 김현건씨는 오늘도 바다로 향한다.
조류가 적당하고, 깨끗해서 더 맛있는 욕지도 생선.
갯방어, 전갱이, 돌돔, 광어, 갑오징어까지 그물을 던졌을 때 실망시킨 적이 없다.
겨울바다에 담긴 욕지도 어부의 추억은 어떤 것일까?
“욕지도 것은 새콤달콤하잖아요.”
찬바람이 불어오면 도동마을 이명이, 조두제 씨 부부의 밭은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다.
모노레일을 타고 감귤 밭으로 향하다 보면 저만치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그 옛날, 섬에선 귀했던 감귤 나무는 자식들 교육을 책임지는
‘대학 나무’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부부는 척박한 산밭을 일구어 지금의 감귤 밭으로 만들었고
30년이 넘는 세월이 이 황금 나무(감귤)로 5남매를 키워냈다.
최근 부부에게 중요한 일이 생겼으니, 새 집을 짓는 것!
태풍에 날아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매일같이 집 짓는 곳을 찾는데.
튼튼하게 지어지는 집을 보자 조두제 씨의 입에서는 노래가 절로 나온다.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년 살고 싶어~’
제4부. 세상의 끝과 처음을 알고 싶다면, 두미도
섬의 모양이 꼬리가 있는 동물의 머리와
비슷하여 붙여진 이름, 두미도(頭尾島).
‘큰 머리’의 가장 높은 봉우리 천황봉(465m)은 트레킹 코스로 안성맞춤,
‘작은 꼬리’는 바다 아래가 아름다워 다이버들의 천국이다.
“바다가 깨끗하고, 섬이 예쁘잖아요.”
권태원씨는 평생직장을 찾으러 9년 전 아무 연고도 없는 두미도에 정착했다.
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
두미도는 남해안의 섬들 가운데 물이 자급자족 되는 유일한 섬이다.
오늘은 특별히 직접 잡은 문어를 가지고 이웃집으로 향한다.
두미도의 매력에 푹 빠진 권태원씨의 문어 맛은 어떨까.
“우리 아저씨 닮아서 고구마가 미남이네~”
바다까지 건너 온 멧돼지의 피해 때문에
두미도의 명물 고구마 농사를 접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고운마을에서 유일하게 고구마 농사를 짓는 곳이 있으니 송호종씨 부부다.
쌀이 귀한 시절 섬사람들의 든든한 식사가 되어 주었던 빼떼기죽.
아궁이 솥에 고구마와 팥 넣고 푹 삶아 먹으면 겨울철 별미가 된다.
바다에서부터 산에 이르기까지
두미도의 처음과 끝에서 만난 사람들의 풍성한 한 끼 식사를 만나보자.
제5부. 바다의 길목, 통영시장
570개가 넘는 섬들의 길목 통영.
다양한 섬들이 모이는 곳인 만큼, 해산물의 종류 또한 다양하다.
지금 제철을 맞이한 통영의 굴은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
그 가운데에서도 용남면 동암마을은
여러 개의 박신(剝身)장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대표적인 굴 마을이다.
바다에서부터 박신장, 통영의 시장까지
찬바람 들어야 더 맛있는 굴의 경로를 따라 시장으로 간다.
“욕쟁이 할매라고.
욕을 좀 해도 사람이 너무 좋아요.”
통영 서호시장에는 64년째 새벽을 지켜온 터줏대감 노차순 할머니가 있다.
시장의 은행이나 다름없는 할머니의 장사 비결은 욕이라는데?
거칠지만 따뜻한 서호시장 사람들의 유쾌한 하루가 시작된다.
“통영에 딱 온 순간, 통영이 너무 아름답더라고요.”
신선한 해산물이 풍요로운 땅,
다양한 맛을 지닌 통영이 좋아 정착한 김현정 셰프와
바다가 통째로 옮겨진 통영의 시장을 찾아나섰다.
제철 굴과 아귀를 이용한 특별한 요리를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