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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곡서원 이경룡원장님 부친상 ㅡ 선영 양도면 도장리 엊저녁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다녀오니 오늘 새벽 1시30분 ㅡ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강화학파의 비조라 일컫는 하곡 정제두선생님의 眞至를 공부하고 가르치는 정신적 지주 우리들 마음을 쓸때 종파를 떠나 늘 진심인지 아닌지를 더 확철하게 짚어주시곤 하는 원장님
부친 발인은 오전 7시30분 ㅡ 어대강 9시 30분쯤 장지에 도착할셈으로 대문을 나섰다. 조산평 을 걸어 아침들녘으로 들자마자 코끝을 확~ 스쳐가는 벼이삭의 비릿함 바로 벼익는 내음이다. 밥 지을때 나는 낯익은 맛있는 냄새 생명의 향기 아~ 어느새 계절은 가을이구나. 아직은 8월인 데두 초가을이 이렇듯 발치에서 호흡하고 있네.
게다가 화남생가 가는 길 몽피샘 작품까지 이렇게... 그나저나 한곳에 다 설치하자던 의견대신 각 코스에 설치케 된 모양이다. 처음 보니 반가움 더욱크고 덩달아 일점 아쉬움도 슬며시 올라온다.
작가의 높은 뜻 잘 새기지 못하는 까닭도 있겠지만 화남고재형 선비님이 60세 당시로선 노구시다. 그래서 작가 몽피샘은 말도 상징으로 고갤 푹이신겐지? 선비는 그림처럼 멋진데 말도 힘찼더면.. 언젠가는 힘찬 펄펄 말도 나들길을 주름잡을지도 모르니 또 그런 그림도 기다려보아야겠다.어쨋든 나들길에 자리한 모습 반가워 서너컷 담아보았다. 작가 몽피샘은 애쓰셨시다. 덕분에 또 하나의 명품 이야깃거리 나들길에 생겨도니 그 또한 참 좋구려.길을 빛나게 하시느라 늘 애쓰시는 화가여 !!!
세월이 묻어있는 이정표 화살표시의 찌그러짐도 왜저래?? 아니아니 ㅡ 그 모습 그대로 그저 편안해 보이고 !!!
매 순간순간 누구에게나 일상이면서 동시에 생은 태어나고 돌아가는 시각 동락천변엔 이렇듯 무사추리조차 조심해야한다는 메밀꽃이 피기 시작하는 계절 아침이슬 영롱한 벼들이며 바다색 닭의장풀 달개비며 보라빛 구기자꽃, 박주가리며 보라빛 나팔꽃.샛노란 달맞이등등 지천이다. 계단따라 내려가는 물가엔 물총새 날고 먹이잡는 백로들 날아갈 뜻이 없어 꾸르르륵 대기만한다.
그리고
원장님의 아버님.어머님 두분 합장한 묘엔 이렇게 ... 왼편은 원장님의 할아버지 할머니합장묘라고 그 곳에도 지고한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처음으로 뵈었다. 나들길 4코스 길섶 장지에서 이렇게 예쁜 꽃들로 둘러싸인 이경룡원장님 부친 영정사진을
보라빛 용담꽃빛이 지고함에 이르렀을 때의 색이라는데 먼길 가신 한 영혼이 몸 벗어 자유로운순간 보라빛 순결함에 이르셨기를 기원하며 예를 마치실때까지 슬픔에 잠긴 가족들과 조남호 교수님을 비롯 하곡서원 회장님. 부회장님등등 포크레인 소리대신 인디언들처럼 온정성 다해 한 삽 한삽 삽으로 온 맘으로 진행되는 모습 바라 보는데 지난해 8월 7일 한여름 더위속에 먼길 가신 아버지생각도 절로 떠올랐다.이렇게 한 분 한분 주변 어른들께서 먼길 가시고 다시 새 생명들은 힘찬 울음함께 이 세상으로 오시고.
그렇게 장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섶엔 이렇게 빈 둥지하나 아버지를 보내신 아들의 맘은 어떠실지?
우리 오빠랑 동생을 보면 그 지극함 어찌나 정결케 다가오던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는데 원장님 댁으로 돌아가시면 저렇게 빈 둥지같으실지도 모르는데 ㅡ 모쪼록 슬픔속에서도 삼오제 잘 지내시고 잘 쉬시고 다시 강의 있는 날 강건하신 모습 뵙기를 ~ ~~ 손 모아요.
* 眞至 : 진실에 이르름
먼길 가시는 할아버지 아침결 아주 작고 앙징맞은 산호장미 한 송이 ㅡ 싱그럽고 향기가 아주 그윽했는데 순백의 국화만 올려야해서 가져갈 순 없었지만 그래도 그 산호장미 향기를 올려드리고파 하곡서원 한켠에 꽂아두었답니다. 큰 잘못이면 나무라시고 먼길 가볍고 편안히 가시옵소서 !!!
서양에서 어떻게 장례를 모실까? 각 나라마다 풍습도 다 다르고 문화도 다 다를텐데 세계의 장례식도 한번 알아보아야겠다. 그것도 길을 가는것인데..
우리들 시야에서 영영 사라져가는 보이지 않는 세계로의 먼 길 가까운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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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하곡학연구원 여러분께
죄송하면서도 감사드립니다.
아버지를 7년 모시면서 맑은 날도 궂은 날도 많았습니다.
특별히 많이 아프신 곳이 없어서 항상 병원의사 지시와 말에 따라
집에서 마지막까지 정신을 차리고 세상을 떠나시도록 했습니다.
마지막에는 더러 후회를 하였지만....
강화도 따듯한 곳에 잘 묻어드렸습니다.
여러분들께서 오랫동안 잘 보살펴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경룡 올림
강화도 따뜻한 곳에.. 하곡 정제두선생님 묘소가까이에
잠드셨으니 나들길 오가는 길에 인사 여쭈며 다니겠읍니다.
제 어머니 돌아가셨을적에 알수없는 노래한구절이 가슴 저 밑바닥으로부터 올라와
장례마치고 무슨 노래였나 찾아보았더니 노래제목이 유정천리였읍니다. 아마 깊은 잠
드시ㅡ는 까닭이었는지 그 노래 가사는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인생길은 몇굽이냐~
유정천리 꽃이 피네 무정천리 눈이 오네라는 가사가 있었죠. 울 엄마는 눈 오시던 날
벌써 11년전이네요. 1월 16일에 추울 때 긴 잠 드셨거든요. 그런데 원장님 그냥 저절로
속에서 그 때 그때 흘러나오는 생각이 있듯이 계획하지 않았는데 올라오는 노래가
장지에서 ㅡ 눈물이 흘러 나의 볼이 젖어가도.. 란
김승덕님의 우리사랑이었읍니다. 집에와 찾아보니 그 노래 가사는
눈물이 흘러 나의 볼이 젖어가도
그대향한 마음을 지울수는 없는데
우린 정말 헤여지나요? 그대와 나는 미워할수없기에
헤여지는 아픔이 더욱더 깊은데 우리사랑 어이 하나요?
지울수없는 추억들을 남겨두고
언제가는 서로가 헤여져야 하는데
우리정말 잊혀질까요? 그대와나는 미워할수 없기에
헤여지는 아픔이 더욱더 깊은데 우리사랑 어이하나요?
사랑하는 아들을 두고 먼 길 가셔야만 하는 한 아버지의 맘이
우리사랑 맘이셨던건 아니셨을까 생각들게 되었던 순간이었어요.
순백의 국화향기 그득품고 가득~ 안고
남녘의 마니산 바라보며 진강산 기슭 양지에
묻히시어 가시던 모습 ㅡ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텐데...
어질고 의롭고 믿는 마음속에 지혜 열리어
예에 닿는 길 ㅡ 그 사랑의 길.. 우리모두 가야만 할 !!!
이미 천개의 바람이 되어
우리들곁에 함께하고 계오실 영원이시여! 불멸의 생명이시여!!!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야생의 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