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 207
[정읍 내장산]
“그곳에 가야만 한다.” 라는 말이 있다. 그곳에 가야 그곳만이 소유한 그것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이다. 그곳에 가야 그 맛을 볼 수 있고, 그 곳에 가야 그 풍경을 볼 수 있으며, 그 곳에 가야
그 이유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박 이일의 정읍 내장산 여행, 그 여행이 그러했다. 그곳에
가야만 그 풍경을 볼 수 있으며 그 느낌을 얻을 수 있으며, 그 감성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들이 10월에 갑자기 물었다. “단풍은 어디가 좋아요?” 나는 쉽게 기억하고 있는 “정읍 내장
산”이라고 대답해 주었는데, 아들이 다시 묻는다. “11월4일 어때요?” 나는 무심결에 답을 주었
다, “특별한 일정은 없다.” 일은 그렇게 진행되었다. 아들의 마음에 손녀와의 즐거운 추억을
아버지와 어머니께 드리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 날로 아들은 백양사 근처의 숙소를 예약했고,
그렇게 여행은 시작된 것이다.
11월 4일 토요일, 일기예보는 4일은 조금 비가 올 것이고 5일은 전국적으로 바람과 비가 드세게
내릴 것이라고 하는데, 아들은 그렇더라도 이미 숙소를 예약했는데 그 비용도 그렇고, 비가 오는
날의 여행도 나름의 추억이 될 것이라는 말로 부모의 염려를 덮어버렸고, 그렇게 출발을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여행 중 비는 오지 않았으며 해도 나지 않아서 시원한 날씨덕분에 오히려 여행이
더 즐겁게 되었다. 비는 5일 올라오는 길에서 조금 만났을 뿐이다.
손녀는 이제 17개월, 걸음마를 시작했고, 조금 덤벙거리며 뒤뚱거리고, 흔들리면서도 잘 걷는 편
인데, 그 아이에게는 기억도 되지 않을 여행이지만 우리에게는 많은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여행
이었다.
점심을 백양사 근처의 식당에서 백합칼국수를 먹었는데, 특별난 맛이 있다는 것 보다는 특이한
기분과 맛을 주는 음식이었다. 국수의 면도 넓고 조금 붉은 색이었는데, 간이 되어있는 면이었으며,
그 맛이 외국의 음식 같은 느낌이면서도 우리의 칼국수 맛이라고 할까? 손님이 많은 것을 보니 소문
난 음식점인 것은 맞는데, 나 역시 그 특이한 음식 맛에 묘한 즐거움을 얻었고 다시 그 길을 간다면
또 들릴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 식당이었다.
그곳에서 내장산까지는 산길을 통해 넘어가는데, 역시 그곳에 가야 그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정설이라는 판단을 하기에 충분한 길이었다. 물론 다른 지역의 단풍도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풍
경이라는 말에는 동의하면서도 이 느낌은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 산 길을 넘어가는 것
만으로도 깊어가는 가을을 충분하게 누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
구비구비 돌고 도는 길을 지날 때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단풍의 물결들, 흔들리는 단풍잎에 마음까지
흔들리는 즐거움을 누리기에 충분한데, 단풍잎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다가오고 눈에 담기에 아까운
그 다양한 색의 아름다움에 마음까지 곱게 물들어 가는 느낌을 얻는다. 굳이 내장산까지 가지 않더
라도 그 풍경이면 충분한 가을을 만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장산. 단풍의 절정이라서 그런가? 입구에는 품바 공연이 온 마을을 시끄럽게 하고 있었고, 절정의
가을을 만나려는 인파는 길을 복잡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주차비, 시간은 관계없이 하루치를 달란다.
조금 늦은 시간에 들어갔지만 어쩔 수 없는 일, 그렇게 우리 가족은 내장산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첫댓글 내장산
가을에 좋지요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