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며 아버지께 인사를 합니다. 오늘은 아버지께서 침대에 앉아계십니다. 아버지 다녀왔어요. 귀에 대고 말씀을 드리니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잠시후 남편이 들어와 아버지께 인사를 합니다. 그때 아버지께서 남편을 부르십니다. “자네 이리와서 앉게. 자네 내가 재인 인거는 아나? 어찌 재인 알기를 이리 우습게 아나? 동네 사람들도 재인이 아프다고 개고기를 가져다 주는데 하물며 사위인 자네가 이럴 수가 있나? 장인 알기를 개똥으로 아나? 니가 사람이가? 사람되기는 다 틀린 ... 어디서...나가보게 꼴보기 싫으니.” 남편은 죄송합니다. 하고 자리를 뜹니다. 아버지는 개고기를 좋아하십니다. 시어머니도 개고기를 좋아하십니다. 두분다 건강하실땐 남편은 개를 한 마리 사서 보신탕을 반씩 나누어 냉동실을 채웠습니다. 여름내 드시고 부족하면 주말마다 사서 날랐습니다. 두분다 연로 하시어 양이 줄어들자 친정 가까운 사업장에 갈때마다 개고기를 사다 드렸습니다. 문산의 장수보신탕 집은 이런 사실을 다 알고 한주라도 남편이 안오면 왜 안오냐고 걱정하고 아버지가 좋아 하시는 국물을 늘 더 챙겨 주셨습니다. 지난 3월 아버지가 보신탕을 드시지 않아 상해서 버리고 이후로 보신탕을 드리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보신탕을 드시지 않아 3인분이면 일주일을 드셨습니다. 그런데 보신탕 생각이 나셨나 봅니다. “아버지 오늘 저녁은 그냥 죽 드세요. 내일 보신탕 사다가 끓여 드릴게요.” 요양보호사께 보신탕을 사다 놓을테니 내일 아침부터 드시게 해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아버지의 치매는 이렇게 뜬금없이 툭 하고 튀어나와 당황하게 합니다. 그나마 남편이 모든걸 이해하고 아무말이 없이 웃으며 지나갑니다. 아버지 치매가 중증은 아니지만 가끔 눈을 부릅뜨고 날선 말씀을 하실때면 감정이 확 올라옵니다. 그래도 이번엔 나도 문밖에서 듣고 헛웃음이 났고 아버지가 갑자기 불러 놀라 들어간 남편도 예전엔 이렇게 보신탕을 사다주어 고맙네 하던 말씀을 들었던 적이 있던 터라 감정을 일으키진 않은 듯 하여 평온히 넘어갔습니다. 보신탕이 드시고 싶다고 표현한 아버지도 감사합니다. 그 마음을 알고 이해주는 남편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