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벌의 『첫닭소리』
독도의 한밤중을 두른 큰 걱정께서
울릉도 동백 꽃물
급히 요기하옵시곤
단숨에 득달하여 와
깨라신다.
잘못 든 잠.
【주제】생에 대한 반성과 경계
【감상】
유작인 이 작품도 평이하지는 않다.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 독도에 대한 인식을 준엄하게 나무라고 있는데 사뭇 진지하기만 한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것에서도 재미성을 가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지함을 진지하지 않은 것으로 위장하며 눙치는 수법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서벌만의 시조 기법이다.
『서울 1』
내 오늘 서울에 와 만평(萬坪) 적막을 사다.
안개처럼 가랑비처럼 흩고 막 뿌릴까 보다.
바닥난 호주머니엔 주고 간 벗의 명함…….
【주제】 고립무원의 각박한 삶의 비애
【감상】
궁핍한 시대의 삶을 벗어나고자 상경한 1960년대 시인의 자화상이다. 상경은 하였으나 반겨줄 이 없다. 가난한 시인 앞에 적막감만 만평이다. 벗들을 만났으나 그들이 건네는 명함만 바닥난 호주머니에 쌓인다. 호주머니가 바닥난 시인에게 필요한 것은 벗들의 명함이 아니다. 밥이나 책을 살 수 있는 얼마간의 돈일 성싶다. 가난한 시인의 마음에는 추적추적 가랑비가 내리고 시인의 내일은 안개 속처럼 알 수 없다. 종이쪽에 지나지 않는 명함을 막 흩어버리고 막 뿌려버리고 싶은 비애감만 젖어든다.
서벌(徐伐1939〜2005)시인은 경남 고성 출신. 본명은 서봉섭(徐鳳燮), 호는 평중(平中)으로 1964년 시조문학에 3회천료한 후 한국시조시인협회장을 지냈다. 시조집으로 “하늘색 일요일” “각목집” “서벌사설”“담부랑” “휘파람새나무에 휘파람으로 부는 바람” “간이역에서” 등 7권이 있고 중앙일보대상, 남면문학생 본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온실 같기만 하던 시조단을 예리한 평문으로 뒤집어놓기도 했으며, 시조단의 혁신을 위해 다른 무엇보다 수범을 보일만한 작품을 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