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회 수계하는 모습으로 [계문]
안녕하세요. 마음나라 여행 가이드 최 보산 입니다. 반갑습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인간으로서 일어나는 욕구를 자제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수도인이나 종교인이 넘지 말아야할 선이 있으니 그것이 계율이다. 불교 기독교 등 모든 종교는 모두 문화와 환경에 따라 계율이 있는데 이 계율은 규범과 관계에 대하여 정의하고 있다. 오늘은 원불교의 계문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하는데 계문은 계율을 기록해둔 글을 의미한다.
불교에는 오계 팔계 십중계 사십팔경계와 수행자들에게 주어지는 사미/사미니 십계, 비구 250계 비구니 348계 등이 있으며 기독교에는 십계명이 있고 원불교에는 삼십 계문이 있다. 불교는 수도하는데 중점을 두었다면 기독교는 하나님에 대한 관계를 우선시 하고 있는 점이 차이가 있으나 공통적인 조목은 살생과 도적질과 간음하지 말라는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계율이 사람의 순진한 천성을 억압하고 자유의 정신을 속박하여 사람을 교화하는데 적지 않은 지장이 된다.’ 하고 ‘세상 사람들이 대개는 교리의 신성함은 느끼면서도 사실로 믿음에 들지 않는 것은 그 이면에 계율을 꺼리어 주저하는 수도 적지 않으니 이러한 사람들은 계율이 없으면 구제의 범위에 드는 것이 쉬울 것이다’ 하는 목사의 의견을 들었다.
여기에 대하여 ‘귀하는 다만 그러한 사람들이 제도의 범위에 들지 못하는 것만 애석히 알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 큰 영향이 미칠 것이기 때문에 원불교에는 서른 가지 계문이 있으나 한 가지도 삭제할 만한 것이 없다.’ 하였다. 다만 계율을 주는 방법은 사람의 수준에 맞춰 계단적으로 준다 하였다.
‘누구나 처음 입교하면 저 세상에서 젖은 습관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므로 그들에게 능히 지킬 만한 정도로 먼저 십계를 주고 또 계단을 밟는 대로 십계씩을 주며 삼십 계를 다 마친 후에는 계율을 더 주지 아니하고 자유에 맡기는데, 그 정도에 이른 사람은 부당한 일과 당연한 일을 미리 알아 행하는 까닭이다.’ 하였다
공부인에게 계율을 주는 이유는 첫째 자각 있는 공부인은 계율이 없어도 되나 처음 입문한 어리석은 사람은 그대로 방임할 수 없으며 둘째 사람이 혼자만 생활한다면 자행자지하여도 별 관계가 없을지 모르나 세상은 모든 법망(法網)이 정연히 벌여 있고 일반 사회가 보고 있으니, 불의의 행동을 행하지 않도록 하며 셋째 사람이 세상에 나서면 일동일정을 조심하여 엷은 얼음 밟는 것 같이 하여 인도에 탈선됨이 없도록 하게 하기 위함이다.
원불교에서는 공부인의 수행 정도를 따라 여섯 등급의 단계가 있는데 그것을 법위라 한다. 그 가운데 하위 세 등급에는 계율을 주고 상위 세 등급에는 계율이 주어지지 않는다. 하위 세 등급은 보통급 특신급 법마상전급으로 각 등급마다 열 가지의 계문이 있다.
보통급 계율은 연고 없이 살생을 말며, 도둑질을 말며, 간음(姦淫)을 말며, 연고 없이 술을 마시지 말며, 잡기(雜技)를 말며, 악한 말을 말며, 연고 없이 쟁투(爭鬪)를 말며, 공금(公金)을 범하여 쓰지 말며, 연고 없이 심교간(心交間) 금전을 여수(與受)하지 말며, 연고 없이 담배를 피우지 말라. 열 가지이다.
계율은 종교인의 기본이 되며 마음공부의 기초가 된다. 보통급은 종교나 마음공부에 관심이 없이 살다가 안내한 연원의 인도가 있었거나 자발적으로 찾아와 부처님의 문에 들어섰다. 절에는 일주문이 있어서 문밖은 사바세계요 문안은 출세간을 의미적으로 나눠 놓는다. 이 일주문처럼 보통급 계문이 공부인과 비공부인의 경계선이 되고 울타리가 된다.
그러므로 문안에 들어온 공부인들이 기본으로 지켜야할 규범으로 보통급 계율이 있는 데 이를 범하는 사람과는 함께 무리하기가 어렵다. 보통급 십계는 처음 입교하면 저 세상에서 젖은 습관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므로 그들에게 능히 지킬 만한 정도로 먼저 열 가지 계율을 준 것이다.
특신급 계율은 공중사(公衆事)를 단독히 처리하지 말며, 다른 사람의 과실(過失)을 말하지 말며, 금은보패 구하는 데 정신을 뺏기지 말며, 의복을 빛나게 꾸미지 말며, 정당하지 못한 벗을 좇아 놀지 말며, 두 사람이 아울러 말하지 말며, 신용 없지 말며, 비단 같이 꾸미는 말을 하지 말며, 연고 없이 때 아닌 때 잠자지 말며, 예 아닌 노래 부르고 춤추는 자리에 좇아 놀지 말라. 열 가지이다.
특신급은 특별한 믿음이 나는 단계로 마음공부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단계이다. 새로 들어와서 그만 두고 나가지 않고 새로운 것을 알려고 하는 호기심이 있어 함께 활동을 하게 되면 그 조직이나 단체의 규범에 순응해야 한다. 그 테두리 안에서 구성원 상호간에 지켜야 할 조목이 특신급 십계이다. 이 계율을 지키지 않는 구성원과는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없다.
법마상전급 계율은 아만심(我慢心)을 내지 말며, 두 아내를 거느리지 말며, 연고 없이 사육(四肉)을 먹지 말며, 나태(懶怠)하지 말며, 한 입으로 두 말 하지 말며, 망녕된 말을 하지 말며, 시기심(猜忌心)을 내지 말며, 탐심(貪心)을 내지 말며, 진심(瞋心)을 내지 말며, 치심(痴心)을 내지 말라. 열 가지이다.
법마상전급은 속 깊은 마음공부를 하는 단계이다. 생활하는 가운데 마음을 챙겨 일어나는 마음을 알아차려 끌리고 안 끌리는 대중을 잡고 끌리는 마음을 일상수행의 요법에 대조하는 공부를 끊임없이 지속하게 된다. 또한 마음에 아만심과 시기심과 탐심과 진심과 치심이 일어나는 지 살펴야 한다. 아울러 삼학 수행에 방해가 되는 육식을 정당한 이유 없이 하지 말아야 하며 두 아내를 거느려도 안 되고 나태해도 안 된다. 한입으로 두말 하거나 망녕되고 삿된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원불교 계문의 특징은 기성 종교의 계율과 달리 물질이 개벽된 이 시대에 맞게, 학교교육에 초등과정 중등과정 고등과정이 있는 것처럼, 단계에 따라 지켜야할 계율이 다르다. 또 정당한 이유를 두어 생활 속에서 합리적으로 계율을 지킬 수 있게 하고 계율을 지키겠다는 자발적인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공부인의 수계하는 모습이 아릅답다.
소태산 대종사는 제자에게 ‘법강항마위부터는 첫 성위(聖位)에 오르므로, 밖으로 계율은 없으나 안으로 심계(心戒)가 있다.’ 하였다. 원불교에서는 수행의 정도가 법강항마위에 오르면 그때부터 계율은 주지 않으나 스스로 마음에 심계를 갖는다. 그 심계는 ‘자신의 수도와 안일만 취하여 소승에 흐르는 것과 부귀 향락에 빠져서 본원이 매각되는 것과 혹 신통이 나타나 함부로 중생의 눈에 띄어 정법에 방해되는 것에 조심하라’ 하였다. 아울러 삼학을 공부하여, 위로 불지를 갖추고 아래로 자비를 길러서 중생을 제도하는 것으로 공을 쌓아야 하는 것은 마땅히 공부인으로서 완수할 목표이며 사명이다.
오늘은 원불교의 계율을 소개 하였다. 다음 시간에는 “공부인의 아름다운 모습” 다섯 번째인 솔성하는 모습으로 “솔성요론”을 공부할 예정이다. 오늘도 마음공부 잘 하여서 새 세상의 주인 됩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