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은 시조창 반주 장구 구입하러 국악기점에 갔다가 그 곁에 있던 플라스틱 제품을 함께 구입한 것이 첫인연이다.
가져와 주물러보니 종잡을 수 없고 될성싶지 않아 던져두고 외면하고 지냈었다.
그러다 여민락 카페에서 2015년 여름 대구 팔공산 아래 모처에서 음악회를 연다기에 갔다가 자극을 받았다.
벼다별 대금을 들고나와 희희낙낙 불어 이런 세상도 있구나 개안을 했다.
그래 정식 대나무 대금을 구입하고 책도 사서 독학으로 일년여 불어보았는데
어째어째 여섯구멍 운지해내고 소리도 들숙날숙하나마 대충 반응하는 정도는 갔다.
그후 전문가 검증을 받기 위해 시내 문화원에 한텀, 짧은 기간이나마 등록하여 한겨울에 코가 발개가며 다니기도 했다.
지금 2023년이니까 8년 정도 주물러온 셈인데 쉽지 않다. 아직 왼손 엄지손가락과 네번째 손가락이 불편하며 오른손 운지도 민첩하지 않아 삑사리 먹사리가 잦다.
후덕한 절친은 퉁소인데 완전 그쪽에 기울고 대금은 던져버리면 영영 이별이 될 것같아 기왕 고생한 게 아까워 손을 놓진 못한다.
또 대금의 독특한 매력은 어깨에 짊어지고 흔드는 멋과 맛이 아닌가 한다.
퉁소(단소 포함)는 흔든음을 호흡 조절로도 하고 머리를 흔들기도 하며 더러는 퉁소 자체를 흔들기도 하는 것 같다.
약간은 호흡 등으로도 되지만 격렬한 흔듬(주로 산조)은 머리를 디립다 흔드는 것이 통례인 것 같은데 모양이 그리 내키지 않는다.
이런 면은 대금 쪽에 기울게 되지만 장시간 팔을 들고 연주하기 힘든 것, 손가락도 장시간 버티기 어려운 것, 등등 나름의 한계도 많다.
노년의 나로서는 무리없이 적당 범위 내에서 즐기자는 주의이며 연주법도 책대로가 아닌 나름의 방법을 과감히 차용한다.
가령 오른손은 2,3,4지로 아래 세구멍을 운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나는 2,3,5지로 하고 4지는 5공과 6공 사이에서 대금을 안정되게 지탱하고 콘트롤하는데 쓴다.
뽄대 나는 포즈는 아닌지 모르나 이래야 삑사리 먹사리가 다소라도 줄어드니 형세를 따를밖에.
대중가요는 대충 이런 식으로 버티나 정악 쪽은 또 하나의 장벽이다.
율명도 단소와 다르고 운지도 현란함을 요하는 듯한데 그나마 정든 단소 율명에 5관청으로 높다란 성문을 간간 두드려본다.
이래저래 대금은 도도한 미인같은 불편함과 매력을 동시에 갖고 있는 악기인 성싶다.
첫댓글 닷글 쓰다 지워져 버렸네요.
13년 대금 불었지만 어디가서 불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아마추어로서 할만큼 연습했지만요. 심히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