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마음 제10차 백일릴레이명상 제 67일

[화온]

하늘마음 제10차 백일릴레이명상 제 67일 (1223 금)

동지 팥죽과 팥 시루떡

어제는 동지, 친정 어머니가 쑤신 팥죽 한 그릇을 저녁으로 먹었습니다. 어머니는 올해 수확한 팥과 햅쌀을 준비하고, 삶아낸 팥 껍질을 체에 거르는 방식으로 죽을 만드셨습니다. 팥죽을 한 숟가락 크게 떠서 입에 넣으니 구수함이 달랐습니다. 팥의 미세한 입자가 감싼 부드럽고 쫄깃한 옹심이의 맛은 찰떡 궁합이었지요. 한해 중 해가 가장 짧은 동지에 먹는 팥죽은 액운을 물리치고 새해의 건강을 비는 관습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어머니도 정성으로 끓인 팥죽을 내시며 저에게 액땜의 의미를 말씀하셨지요. 사랑을 전하는 수많은 방식 중, 손수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는 것이 어머니의 방식임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주차장을 나서다가 아파트 재활용 쓰레기를 정리하고 계신 경비아저씨와 마주쳤습니다. 교대 근무를 하시는 분이 어제 결근을 하셨다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처리할 일이 많아 보였습니다. 차를 빼면서, 하필 이렇게 추운 날 일이 꼬였다고 하시는 경비아저씨의 불평을 잠자코 들어드렸지요. 저를 편하게 생각해서 말을 섞으시려는 걸 알기 때문에 경비아저씨의 이야기는 소통의 바람이 섞인 푸념으로 들렸습니다. 경비아저씨는 나이만으로는 80세 가까운 노인이시지만 유쾌한 성정을 갖고 계시지요.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손님맞이 간식을 사러 동네 떡집에 들렀다가, 방금 쪄내서 뜨끈하게 김이 올라오는 시루 팥떡을 하나 더 샀습니다. 경비 초소 문을 똑똑 두들기고는 시루 팥떡을 아저씨에게 내밀었습니다. 손에서 손으로 건넨 시루떡의 따뜻한 온기가 전해진 덕분인지 “아침부터 떡을 사러 간거여?” 하시는 아저씨 목소리에 반가움이 느껴졌습니다. 재활용 처리가 아직도 많이 남았다 말씀하시는 아저씨는 초소 내 작은 전기 스토브에 시린 손을 녹이고 계시는 중이었지요.

동네 떡집에서 시루 팥떡이 제 눈에 들어온 건 아마도 어제 저녁 어머니가 끓여 주신 팥죽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액운을 물리치고 새해 건강을 비는 어머니의 마음이 팥죽으로 제 몸의 세포에 전해져서, 그 기운이 다시금 제 주변 이웃의 건강과 안녕을 바라는 작은 호의로 이어졌다는 게 제가 지어낸 가설이지요. 나와 내 가족안에서 따뜻하게 누리고 받은 사랑의 힘이, 그 울타리 밖의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너그럽고 훈훈한 마음으로 연결되면 좋겠습니다. 오늘 같이 사무치게 추운 겨울에는 나눌수록 샘솟는 마음의 온기가 더욱 그립고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