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로나19 팬데믹’의 끝자락에 정년퇴직했다.
코로나19는 사회의 근간을 흔들 강도로 우리를 강타했다. 그리고 변화를 요구했다. 학교 교육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고 원격교육과 갖가지 비대면 수업 방법을 이용해 난국을 극복하려 땀을 흘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인한 중·고등학생 학업성취도 변화와 영향 요인분석’ 논문에 의하면 주요 과목의 학업성취도 수준이 낮아졌으며 기초와 기초미달 학생이 증가하였다. 원격교육의 확대로 학교의 역할이 축소되고 학부모를 포함하여 학생 개인의 환경이 학업성취도에 더 크게 작용했다. 즉 자기 주도적 학습, 사교육 참여 시간, 원격교육의 만족도, 학부모 환경, 교육비 지원 대상자, 다문화가정 등이 영향을 미쳤다. 학교 교육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논문이다.
코로나19는 교육 방법의 변화를 요구했고 기존의 방법과 의식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 되었다. 나는 정년퇴직과 명예퇴직을 두고 고민했다. 건강이 허락된다면 끝까지 가기로 했다.
주변 환경이 퇴임식을 할 수도 있는 환경으로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학교장은 퇴임식을 하자고 했고 나와 명예퇴직을 하시는 두 분 선생님은 반대했다. 눈과 몸매를 보며 얼굴을 상상해야 하는 ‘마스크 시대’를 겪고 있는 때라 퇴임식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친목회와 학교장의 간곡한 부탁으로 간단하게 퇴임식을 했다.
「퇴임사
어려운 가운데도 영광스러운 자리를 마련해주신 친목회원님, 교장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회사 생활을 하다 교직에 와서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할 때 삼 개월만 견뎌 보라는 선배, 동료 선생님의 응원에 힘입어 적응하다 보니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사적으로는 개인 생활을 재미있게 하고 공적으로는 더불어 성장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왔습니다. 퇴임하면서 하고 싶은 말은 지난 1월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메모한 내용으로 대신하겠습니다.
‘3D프린터기초 시간을 마치고’
마지막이라 해서 다른 것이 무엇 있겠는가!
교실이 있고 책이 있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있고 내가 있는데
마지막이라 해서 다른 것이 무엇 있겠는가!
시작이 끝이고 끝이 시작인데
세상을 참되게 살아보고자 참교육을 선택했고
그래서 행복했고
그래서 즐거웠다.
새싹을 키워 푸르름을 맛보고 이제 그 그늘에서 쉬어보고 싶다.
끝이 처음인 것처럼.
감사합니다.
2023.2.20.」
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3년 4개월 만인 2023년 5월 11일 정부는 코로나19 엔데믹을 선언했다. 마스크 시대가 공식적으로 끝났다. 나 역시 선택했던 길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길을 간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에서와 같이 우리는 매 순간을 선택하며 살아간다. 선택하지 않은 길은 갈 수 없다.
하루하루가 새로운 길인데 무슨 감흥이 있겠나 만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선택하지 못했던 길을 찾아 걸어가고자 한다.
끝이 시작인 것처럼.
2024.7.4. 김주희
첫댓글 퇴임은 다른 길로 가는 처음입니다. 좋은 길로 가시면 됩니다. 응원합니다. 좋은 글 많이 쓰시어 훌륭한 작가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