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은퇴보고서
노년에 일.봉사로 삶의 의미 찾기
네덜란드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 천국이다. 3년 전 조기 은퇴한 헤르만 브레데로 씨 (61세)는 매월 우리 돈으로 350만 원 가량인 연금소득을 바탕으로 인생 이모작을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생산공장에서 일했던 그는 요즘 일주일에 세 번 정도 근처 고등학교로 간다. 금속엔지니어로서 경험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그는 "실무는 교사보다 내가 더 많이 안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교사 자격증은 없지만 실습시간에 교사를 도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헤르만 브레데 씨 부부. 부부는 매달 350만 원 가량의 연금소득으로 생활하면서도 고등학교에서 직업훈련을 가르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간병하는 봉사활동으로 제 2의 삶을 살고 있다. [송성훈 기자]
네덜란드는 다른 유럽 국가들처럼 정년이 만 65세다. 연금을 받기 시작할 때까지는 정년을 보장해준다. 또 나이가 들수록 교육훈련 유급휴가 기간을 늘려주면서 제2 인생을 준비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은퇴를 앞둔 사람에게 한 달가량 장기 훈련기간을 유급으로 실시하는 기업도 많다. 그만큼 기업들이 준비를거처 은퇴하게 배려해준다는 얘기다. 미국은 50세 이상 회원만 4,000만명에 달하는 은퇴자협회(AARP)에서 퇴직 후 자산관리부터 각종 할인 서비스, 일자리 정보, 봉사활동 알선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정부와 직원, 사용협의회가 공동으로 만든 3자 협의회의회에서 각 기업에 정년을 현재 62세에서 67세로 늘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각 기업은 정년 가까이 되는 나이 많은 직원들에게 재훈련 기회를 주고, 고용하면 40만달러까지 지원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직장인들이 대부분 56~57세에 정년퇴직을 해 유럽 선진국보다 훨씬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액티브시니어를 찾기 힘들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한 정년퇴직 제도
구분 |
정년 |
정년 관련 규정 |
연금 지급 개시 연령 |
미국 |
없음 |
연령 이유로 해고 금지 |
65세 |
영국 |
65세 |
연령 이유로 해고 금지 |
65세(남성), 60세(여성) |
프랑스 |
60세 |
연금수급 연령 밑도는 정년 설정 금지 |
60세 |
일본 |
65세 |
기업은 정년연장, 재고용, 정년폐지 중 선택 |
63세(2013년 65세로 상향 예정) |
싱가포르 |
62세 |
노인고용 기업에 40만달러 지원 |
63세(2012년 65세로 상향 예정) |
67세로 자율조정 유도 |
한국 |
56세 |
강제 정년퇴직제도가 보편적 |
60세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은퇴를 앞둔 50~56세 직업훈련 참가율이 한국은 9.6%에 그쳐 주요 선진국 1/4 수준이었다. 44.5%에 달하는 덴마크를 비롯해 노르웨이(40.4%), 미국(39.9%) 등에 비해 크게 낮았다.
은퇴를 앞둔 50~56세 직업훈련 참가율
9.6 39.9 40.4 44.5
전문가들은 노인이 주도하는 시니어 네트워크가 자발적으로 구축되고 확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은퇴 후 재취업을 위한 직업훈련부터 봉사활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구를 방영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도 정년을 연금 수급 연도 에 맞추라는 주장이 많다. 현재 한국 민간기업 정년은 평균 56~57세로 당장 국민연금 수급연령인 60세와도 차이가 있다.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진국은 강제퇴직제도 자체가 없는 곳이 많고, 정년이 있어도 공적연금 수급 연령과 연계돼 있다"며 "정년도 현재 65세에서 67세로 늘리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짧고 굵은 정년제도가 아닌, 길고 가늘게 바꿔가고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