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4장 인간세(人間世) 6절
- 텅비게 하는 것이 마음의 재계(齋戒)다 -
[원문]
안회가 말하였다. “저로서는 이 이상 어찌할 방도가 없는 것 같습니다. 감히 다른 방법이 있는지 여쭙고자 합니다.”
공자가 말하였다. “재계를 한다면 내 네게 얘기해 주겠다. 자기 마음을 가지고 행동한다면 어찌 잘 되겠느냐? 잘 된다고 생각하는 자가 있다면 하늘이 마땅치 않게 여기실 것이다.”
안회가 말하였다.
“저희 집은 가난해서 술을 마시지도 않고 매운 것을 먹지 않은 지 여러 달이 됩니다. 이만하면 재계를 한 것이라 할 수가 있겠습니까?”
공자가 말하였다.
“그것은 제사 지낼 때의 재계이지 마음의 재계가 아니다.”
안회가 말하였다.
“감히 마음의 재계에 대하여 여쭙고자 합니다.”
공자가 말하였다.
“그대는 그대의 뜻을 통일하여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듣도록 해야 한다. 다음에는 마음으로도 듣지 않고 기운으로 듣도록 해야 한다. 귀란 듣기만 할 뿐이며 마음이란 느낌을 받아들일 뿐이지만, 기운이 텅 빈 채 사물에 응대하는 것이다. 도란 텅 빈 곳에 모이게 마련이다. 텅 비게 하는 것이 마음의 재계인 것이다.
[문해 도움글]
◼ 재계(齋戒)의 일반적 의미
▪ 재계(齋戒) : 욕심 · 잡념을 비우고, 몸가짐을 정결히 하며, 음식·행동을 절제하고, 마음을 한곳에 모음.
▪ 재(齋) : 깨끗함, 단정함, 고요함.
▪ 계(戒) : 스스로를 경계하여 삼가고 절제함.
◼ 유교에서의 재계
▪ 제사 · 천제(天祭) · 중대한 의례를 앞두고 수행되었음.
▪ 육체적 정결과 정신적 절제가 함께 요구됨.(욕심·노여움·음욕 등 감정을 절제)
▪ 언행을 삼가고 고기를 먹지 않거나 단식함.
▪ 예기(禮記) : ‘재계’ 없는 제사는 정성이 부족하다고 보았음.
◼ 도가(장자)의 재계 — ‘심재(心齋)’
▪ 장자의 ‘심재’ : 자기 마음을 비워 외물(外物)과 분별심을 버리고 순수한 ‘도(道)’에 응하는 상태를 말함.
▪ 자아 중심적 판단 · 지식 · 욕망을 비우는 정신적 수행임.
▪ 공자와 안회의 대화 : 선악 판단 · 도덕적 개입을 비워야 함.
▪ ‘마음을 비워 듣는 마음(以心聽)’으로 발전함.
◼ 불교에서의 재계
▪ 불교에서 재계의 목표 : 번뇌 소멸과 마음의 평정임.
▪ 불교에서 재계의 행위 : 경전 독송, 명상, 법회 참여 전의 청정 행위.
▪ 계열준수가 요구됨 : 육식 금지, 음욕 절제, 말 조심 등.
◼ (재계를 하지 않으면) 하늘이 마땅치 않게 여기실 것
[인간과 하늘의 지위]
▪ 유교 : 하늘 > 인간 (천명순종 ; 天命順從)
▪ 도가 : 하늘 ≡ 인간 (물아일체 ; 物我一體)
▪ 불교 : 하늘 < 인간 (윤회해탈 ; 輪廻解脫)
◼ 제사 지낼 때의 재계와 마음의 재계를 구분함
▪ 안회 : 제사 지낼 때의 재계
▪ 공자 : 마음의 재계
▪ 장자 : 공자를 빌어 자신의 재계인 심재(心齋)를 말하려고 함.
◼ 제사 지낼 때의 재계
▪ 신, 하늘, 조상 등을 대할 때는 고요함과 단정함이 요구됨.
▪ 제사 지낼 때는 술을 마시지도 않고 매운 것을 먹지 않아야 함.
▪ 술은 정신을 흐리게 하고, 매운 음식은 정(靜)을 해침.
▪ 유교, 도가, 불교(오신채[마늘, 파, 부추, 달래, 생강]) 모두 술과 매운 음식 금지
◼ 마음의 재계
▪ 제사 지낼 때의 재계가 외부로 보이는 형식을 중심에 두는데 비해 마음의 재계는 마음가짐이라는 내용을 중심에 둠.
▪ 특히 도가(道家)에 속하는 장자(莊子)에서는 ‘마음의 재계’를 ‘심재(心齋)’라고 함.
◼ 텅 비게 하는 것이 마음의 재계(虛者,心齋也) : 도란 텅 빈 곳에 모이게 마련이기 때문
▪ 귀로 듣기 : 귀란 듣기만 할 뿐(有爲)
▪ 마음으로 듣기 : 마음이란 느낌을 받아들일 뿐(有爲)
▪ 기운으로 듣기 : 기운이 텅 빈 채 사물에 응대할 수 있음(無爲)
◼ 마음의 재계인 심재(心齋)
▪ 귀(耳)로 들음 : 감각(感覺)을 사용해서 인식(오류)
▪ 마음(心)으로 들음 : 이성(理性)을 사용해서 인식(한계)
▪ 기운(氣運)으로 들음 : 있는 그대로 인식함(인과, 내적관계)
▪ 귀 → (찬) 마음 →기운(비운 마음, 心齋)으로 높여감
◼ 도덕경 56장
어떤 대상이든 한정형식으로 구분해서 이름 붙일 수 있어야 그 대상을 비로소 무엇이라 말할 수 있는데, 진실로 있는 것은 이름으로 불리어 분별되기 전의 상태이기 때문에 이것을 아는 사람은 말이 없다. 이름으로 분별해서 말하는 사람은 진실로 있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한 것이다. 진실로 있는 것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사물들을 분별하는 감각기관이라는 구멍을 막고 판단작용이라는 문을 닫아야 한다.
이렇게 하면 분별하는 예리함은 꺾이고, 공통부분을 보게 되어, 다툼의 원인이 되는 분열을 해소하여 통합한다.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한정형식의 두드러진 빛깔을 다른 빛깔과 조화시켜 두드러지지 않게 하고, 티끌처럼 분별되지 않도록 같게 한다. 이것을 ‘현묘한 같음’(현동;玄同)이라고 한다.
그래서 가까이 할 수도 없고, 멀리 할 수도 없다. 이익이라 할 수 없고, 손해라 할 수도 없다. 귀하다 할 수 없고, 천하다 할 수 없다. 따라서 가깝고 멈, 이익과 손해, 귀하고 천함 등의 분별심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면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가 된다.
[질문]
▪ 비운 마음으로 재계(齋戒)하는 것을 장자는 심재(心齋)라고 하는가?
▪ 마음을 어떻게 하면 비울 수 있는가?
▪ 마음 비움이 감각과 이성을 신뢰하지 않는 것과 관계가 있는가?
▪ 감각과 이성을 신뢰하지 않으면 무엇을 신뢰할 수 있는가?
〈이어지는 강의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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