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다양한 영화를 많이 접하실 텐데요. 최근의 영화 트렌드에 대한 견해가 궁금합니다.
첫째, 남미의 실력파 감독들이 할리우드에서 약진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군요. <시티 오브 갓>(2004)으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오른 브라질 출신의 페르난도 메이렐레스는 브라질 출신이지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포르투갈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눈먼 자들의 도시>를 감독했고, 2008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후보에 지명되는 영예를 안았지요. <헬 보이 2: 골든 아미>를 만든 멕시코 출신의 길레르모 델 토로 감독은 2011년에 개봉할 <호빗>의 감독을 맡았고요. 역시 멕시코 출신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는 2006년에 <바벨>을 발표하여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올랐지요.
둘째, 주제 측면에서 할리우드가 비전공 영화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점을 들 수 있겠군요. 할리우드는 전통적으로 애니메이션 영화와 악을 상대로 선이 승리하는 해피엔드 영화의 제작에 강점을 보여 왔지요. 그런 강점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주제의 영역을 넓히고 있는데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데어 윌 비 블러드>,<다크 나이트> 등의 영화는 해피 엔드 결말의 관습이랄까 공식을 깨뜨린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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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관련된 폭넓은 이야기들을 촘촘히 엮어서 소개해주시는데요. 내공의 깊이가 정말 놀랍습니다. 영화와 관련된 자료 수집이나 지식 습득에 어떤 노력을 기울이시나요?
영화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제가 즐겨 찾는 곳은 imdb.com입니다. 제작 중인 영화들에 관한 발 빠른 정보는 물론 이미 관객들과 조우한 작품들의 정보가 풍부하거든요. 세계적인 영화 비평가와 저널리스트의 옥고를 만날 수 있고, 흥행 성적과 수상 기록, 영화 포스터에 앉혀진 카피(tag-line)를 비롯해 옥에 티(goofs)랄까, 미주알고주알 정보(trivia)랄까 영화의 속살을 속속 다 들여다볼 수 있는 정보 또한 풍부하지요. imdb.com가 제공하는 것보다 더 발 빠른 정보가 필요할 땐 aintitcool.com을 방문해요. 마치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듯 막 볶아낸 커피의 원두 향을 닮은 정보를 콸콸 쏟아내거든요. 한 예로 박찬욱 감독이 <친절한 금자 씨 Sympathy For Miss Vengeance>의 맛보기 예고편(teaser trailer)을 막 공개했을 무렵 aintitcool.com은 해외 네티즌들을 위한 이야기의 난장을 단박에 마련했을 정도이니까요.
지식과 정보 습득을 위해서는 신문을 읽습니다. 신문은 한옥의 대문과도 같다고 생각해요. 대문을 밀치듯 신문을 펼치면 정보와 지식의 안방에 들어가게 되고, 안방의 사면에서 무수한 창을 발견할 수 있지요. 그 창을 통해 지구촌 바깥의 세상을 볼 수 있는데, 글로벌 세계로 이어주는 문인 창까지 안내해주는 것이 신문이라고 생각해요. 어린이들을 위한 백과사전인 시리즈와 어느 일간지의 주말 섹션 제목인 처럼, 지식과 창의적 상상력의 원천은 정보(Information)에 대한 호기심과 놀이(Fun)에 대한 호기심이라고 생각해요. Information과 Fun의 머리글자만 결합하면 ‘IF’가 되는 것도 흥미롭지요. 저는 바로 이 If가 호기심을 상징하는 키워드라고 생각해요. “다크서클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캐릭터 판다, 그러나 느려터지고, 굼뜨고, 먹보에다가 하루의 대부분을 잠만 자는 곰 판다가 ‘만약(IF)’ 쿵푸를 할 줄 안다면?” 이런 호기심(IF) 하나에서 기획이 시작된 <쿵푸 팬더>는 세계적인 블록버스터가 됐지요. 북미에서만 흥행 총수입이 2억 달러를 넘겼고, 세계 흥행에선 그 두 배가 넘는 수입을 벌어들였다고 해요. 국내에서도 약 500만 명의 관객을 동원, 애니메이션 영화의 흥행 기록을 갈아 치웠고요. 참고로 1위 자리를 내준 <슈렉2>의 국내 관객수는 331만 명입니다. 판다의 아버지가 어째서 ‘베이징 덕’ 오리인지, 혹시 악역(antagonist) 타이렁이 살아있는 것은 아닌지, 어릴 때 타이렁이 어떤 입양절차를 거친 것인지 등, 많은 부분이 궁금해지지요. 그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려는지 <쿵푸 팬더>는 6편까지 제작될 것이라는 미확인 정보도 흘러나오는군요.
마지막으로 상상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소설을 즐겨 읽습니다. 모든 신문의 주말 판엔 북 섹션(Book Section)이 있기 때문에 주말이면 신간 소설을 만나기 위해 서점을 찾는답니다.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인데요. 훌륭한 영화는 훌륭한 각본(Story)에서 출발하듯이, 훌륭한 Story가 없고는 훌륭한 소설이 탄생하기 힘들지요. 또박또박 정답을 제시하는 실용서보다 소설이 더 위대할 수 있는 이유는, 소설이야말로 창의적인 상상력을 길러주기 때문 아닐까요? 그렇기에 세계적인 경영학 석학인 톰 피터스(Tom Peters)가 <미래를 경영하라 Re-Imagine>에서 한 말에 공감한답니다.
“Most management books provide 'answers.' Great fiction raises 'great questions.' That's why I read fiction for instru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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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영어 대사의 미묘한 뉘앙스를 우리말로 100% 정확하게, 그것도 한정된 글자 수 내에서 전달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 같아요. 이미도 님만의 '비장의 솔루션'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번역은 물리적 변환과 화학적 변환 사이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라고 생각해요. 물리적 변환은 word-to-word translation 즉 ‘직역’을 뜻하며, 화학적 변환은 1차 언의가 가진 의미와 멋과 맛, 그리고 문화적 정서를 우리 정서와 교감(chemistry)하게끔 2차 언어(한국어)로 번역하는 ‘의역’을 뜻하지요. 관객은 한 편의 영화를 보면서 평균 약 1,200번이나 자막을 읽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영상을 따라잡으랴, 자막을 통해 내용을 따라잡으랴, 이들 두 가지 행위 사이에서 무수한 충돌을 경험하게 되지요. 충돌을 불편이란 표현으로 바꾸어도 무방하겠군요. 그 불편을 덜어드리기 위한 목적일 텐데요. 미국에서 공수돼오는 번역가용 대본에는 전체 대사(dialogue) 중 약 85%만 자막(subtitle)용으로 압축돼 있습니다. 어차피 100%의 대사를 화면에 다 집어넣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없애도 괜찮은 부분을 추려낸 것이지요. 스크린의 화면 비율 때문에 화면에 집어넣을 수 있는 글자 수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고, 토막토막 끊어지는 대사의 시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의 제작사에서 그런 대본을 번역가에게 제공하는 것이랍니다. 결국 85% 정도로 압축된 대본 만으로도 영화의 스토리와 내용과 재미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제1 관건은 우리말 창작 실력인 것 같아요. 외국어를 더 잘 하기 위해서도 우리말 실력이 필수인 것처럼, 더 좋은 번역을 위해서도 우리말 표현력과 문장력은 필수이지요.
한 예로 <쿵푸 팬더>에는 주인공(protagonist) 포가 5인방의 일원인 크레인(Crane)에게 “너도 처음 쿵푸 훈련을 받을 때 무척 힘들었지?”라며 묻는 장면이 있지요. 저는 그걸 “너도 처음 훈련 받을 때 학을 뗐지?”라고 번역했습니다. crane이 학이고, 우리말 학은 말라리아 즉, 학질의 준말이니까요.
또 한 가지 솔루션! 관객은 자막을 통해 시각적으로도 대사의 의미를 섭취하지요.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해주면서 대사의 의미를 즐겁게 섭취하게끔 도우려면 언어의 유희(pun)와 운율(rhyme), 그리고 패러디(parody)를 잘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벅스 라이프>에서 서커스단 단장님인 벼룩이 흥얼거리는 노랫말 “벼락부자 물러가라~, 벼룩부자 나가신다~”처럼!(pun) “It's tough to be a bug”을 “곤충의 고충 너흰 모른다.”로 번역한 것처럼!(rhyme) 툭 떨어진 나뭇가지(twig)가 개미들의 가을걷이 행렬을 가로막고, 그 바람에 기겁을 하며 호들갑을 떠는 한 개미에게 감독관이 다가와 하는 대사 “It's nothing compared to the Twig of 1993”을 “1993년 단풍참사도 잘 이겨냈잖아. 이딴 정도로 뭘!”이라고 번역한 것처럼!(par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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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번역을 위해 신조어를 적극 사용하시는 경향도 있는데, 이미도 님의 손을 거쳐 유행이 된 표현이 있다면요?
자막은, 예를 들어 영화 속 멜 깁슨이 마치 한글자막의 도움을 받아 대사를 립싱크 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게끔, 우리말 표현이 적절하고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저는 개그 프로그램이 유행시킨 표현이라든가 특정 계층에서만 통용되는 인터넷 용어 등은 가급적 피하고 있지요. 번역의 격이나 급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이런 가정을 해보면 어떨까요? 코미디 전문 배우 아담 샌들러의 대사를 “우즈 아부지, 멋져부러~”라고 번역했을 때 그게 특정 장면의 상황이나 내용과 얼마나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느냐 하는 점도 중요하겠지만 그걸 보며 좋아할 관객은 그 수가 한정될 것이라는 뜻이지요.
결국 번역가는, 소설가이자 번역문학가인 이윤기 님께서 “소설 쓰기(창작)는 안 밴 아이를 낳는 것이고, 번역은 밴 아이를 낳는 것이다. 그렇지만 번역도 안 밴 아이를 낳는 행위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창작하는 번역’을 위해 노력해야 하겠지요. 제가 한 번역 중에서는 <슈렉 2>에 나오는 표현인 “far, far away kingdom”을 “겁나먼 왕국”으로 옮겼던 것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스타 워즈> 시리즈에서 도입부에 나오는 자막 “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를 패러디한 것이기 때문에 “far, far away kingdom”이라는 표현을 보거나 듣자마자 미국 관객이 재미있어하듯이 우리 관객도 재미있어해야 할 신조어가 필요했던 것이지요. 제작사인 드림웍스 본사에서 ‘멀고 먼 왕국’으로 직역하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을 때 우리나라의 수입/배급사에서 ‘겁나먼 왕국’에 대한 관객의 반응이 ‘겁나게’ 좋다고 설득하여 관철시킨 사례이기도 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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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함께 소개해주세요.
제가 좋아하는 단어들 중 하나는 FISH입니다. FISH는, 대중문화의 트렌드를 상징하는 Fashion, 아이디어의 영어 단어인 Idea, 디즈니 패밀리인 로이 디즈니가 훌륭한 애니메이션의 3대 요소로 꼽은 ‘첫째도 스토리, 둘째도 스토리, 셋째도 스토리’의 Story, 그리고 감동을 상징하는 Heart의 두문자어(acronym)입니다. 이 네 가지를 잘 갖춘 영화는 작품성에서나 흥행성에서 모두 성공작이라 평가받잖아요. 물론 이 네 가지 조건에 모두 완벽하게 부합하는 영화를 만나기란 쉽지 않겠지만요. 번역가에게 가장 반가운 선물은 스토리가 좋은 각본을 만나는 행운이지 않을까 싶어요. 영화가 미완성인 상태에서 번역에 착수하거나, 완성됐다고 해도 불법 해적판이 나돌 수 있는 걸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번역가에게도 영상자료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번역단계 초기엔 영화를 안 본 상태로 번역해야 한답니다. 그렇기에 각본의 스토리가 좋으면 좋을수록 번역가는 더 즐겁게 일에 몰입할 수 있지요.
가장 기억에 남은 작품으로 <식스 센스> 를 꼽고 싶어요. 호러 영화도 이토록 재미있고 감동적일 수 있다는 걸 보란 듯이 증명한 작품이니까요. 우리나라에선 제가 최초의 관객이었습니다. 필름이 세관에서 통관되면 영화사 임직원이 다 모여 첫 시사회를 가지는 게 통례인데 그 날만큼은 영화사가 사내 일로 무척 바쁜 때여서 저만 먼저 보게 됐던 것이지요. 영화가 끝났을 때 저의 심정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에 등장하는 이발사의 심정, 딱 그것이었습니다.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였던 것처럼, 저는 귀신을 목격하고도 귀신을 봤다고 발설할 수 없었거든요. <식스 센스>에선 브루스 윌리스가 ‘죽어도 죽지 않는’ 민소매 차림의 액션 스타도 아니었겠다, 혹시라도 영화가 실망스러우니까 영화를 본 소감을 회피하는 걸 거라고 추측한 영화사에서는 어떤 얘기여도 좋으니 다 말해보라고 하더군요. 몇 번을 돌려 말하다가 결국 저는 그 분들의 성화에 못 이겨 궁금증을 뻥 뚫어드리고 말았지요. 그랬더니 글쎄, ‘무슨 귀신 신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느냐?’면서 저의 천기누설을 우회화술로 해석해 버리더군요. 그날 오후엔가 그분들도 영화를 봤고, 저는 그 자리에서 맞아 죽을 뻔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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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도 님이 생각하시는 영어를 잘하는 비법은 무엇인가요? 또, 장르를 막론하여, 영어 공부하기에 가장 좋은 영화를 한 편 꼽으신다면 무엇인가요?
우리는 어려운 단어를 많이 알고, 문법 실력도 뛰어납니다. 그런 관점에서라면 한국인은 당연 영어를 잘 합니다. 그렇지만 어려운 단어는 많이 알고 있어도 쉬운 단어로 완성할 수 있는 쉬운 문장을 잘 구사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단어를 외울 때 그 단어가 쓰인 문장과 함께 통으로 외우지 않고 단어의 기본 뜻만 또닥또닥 외우고 ‘통과, 통과!’ 해버리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grave와 tomb이 ‘무덤’인 줄은 알아도 둘의 차이가 무엇인지는 쉽게 구별 못 하지요. 문법을 아무리 잘 알아도 문장을 만들지 못하면 문법을 뗐다고 할 수 없지 않을까요? 단어를 아무리 많이 알아도 그걸 완전한 문장으로 엮지 못하면 단어를 뗐다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처럼!
제가 제안하는 영어공부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미국의 초등학생용 영영사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필사하십시오. 초등학생용 사전에 든 단어는 영어 사용자가 평생 쓰게 될, 활용빈도가 가장 높은 필수단어들입니다. 매일 한 페이지씩 사전을 필사하면서 자기만의 사전을 만들어보세요. 뜻풀이와 예문으로 소개된 문장은 반드시 통으로 암기하십시오. 그래야 단어들의 쓰임과 차이를 정확하게 꿰뚫을 수 있거든요. 둘째, 동화를 필사하십시오. 즉, 완전한 문장을 잘 만들기 위해 재미있고 쉬운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자는 뜻이지요. 예를 들어 <그림 형제 동화>는 어떨까요? 동화가 문장력 향상 공부에 좋은 점 중 하나는 수많은 문장들이 대화체로 돼 있다는 점입니다. 말하기에 필요한 표현력 공부가 덤으로 완성되는 것이지요. 그런 다음엔 <샘에게 보내는 편지> 등으로 스토리의 수준을 높여볼 수 있겠지요. 그런 기쁨, 꼭 실천을 통해 만끽해보시기 바랍니다. <연을 쫓는 아이>와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쓴 할레드 호세이니가 소개한 영어표현 'chain-reader'처럼 영어 산문집이나 소설을 다독하시기 바랍니다.
영어를 공부하기에 좋은 영화로는 <라따뚜이>를 추천합니다. 이 영화의 키워드는 discover, create, uniqueness인데요, 스토리와 메시지가 너무나도 훌륭하지요. 무수한 명대사들도 많이 섭취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다음 대사는 꼭! “You are what you eat.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이다” 즉,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의 존재를 결정한다’로 그 함의를 헤아려볼 수 있겠는데요, “You are what you read”로 바꾸어보면 어떨까요? ‘당신이 읽는 책이 당신이다’ 또는 ‘당신이 읽는 책이 당신의 존재를 결정한다’이니까 또 한 번 독서와 스토리의 중요성을 되새겨보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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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꼭 한 번 번역해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어떤 영화인가요?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앵무새 죽이기>처럼 훌륭한 원작 소설을 각색한 영화를 번역해보고 싶어요. ‘세상을 바꾼 영화와 책과 영어’라는 콘셉트로 책을 쓰고 있기 때문에 집필에도 큰 도움이 되겠지만, 영화 덕분에 원작 소설도 함께 읽어볼 수 있는 즐거움을 덤으로 누릴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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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들은 자신의 관심사를 글로 남김으로써 감수성 및 정체성을 표출합니다. 이미도 님이 최근 관심을 가지게 된 아이템을 세 가지만 소개해주세요.
앞에서 소개한 FISH와 더불어 제가 특히 좋아하는 단어는 LIFE예요. Life(인생), Imagination(상상력), Film(영화), English(영어)의 두문자어(acronym)인 LIFE 말이지요. 제가 글쓰기를 위해 일관되게 염두에 두는 네 가지 콘셉트가 FISH 즉, Fashion, Idea, Story, Heart라면 네 가지 아이템은 인생, 영화, 상상력, 영어이거든요. 저의 산문집 <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됐다>의 큰 목차가 영화예찬, 영어예찬, 인생예찬인 이유이기도 하지요. 저의 블로그 <이미도의 메이드 인 할리우드>의 ‘예찬’ 카테고리와도 일치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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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미도님에게 블로그는 무엇인가요?
첫째, 저에게 블로그는 ‘위도, 경도, 등대’입니다. 물리적 의미로서가 아닌, 우리들 마음 속 지도를 채워주는 위도, 경도, 등대 말이지요. 수평의 위도는 친구와 연인의 관계를 상징하고, 수직의 경도는 스승이나 절대자와의 관계를, 그리고 등대는 가족과 형제 사이의 관계를 상징한다고 믿어요. 블로그는 우리가 세상 어느 곳에 존재하더라도 나와 누군가가 정감과 지혜와 지식을 나눌 수 있기에 위도, 경도, 등대의 공간임이 분명하지요. 참 흥미로운 점은 위도, 경도, 등대의 latitude, longitude, lighthouse가 모두 L로 시작하는 단어라는 점이지요. 미국 작가 랄프 왈도 에머슨이 “먼 곳의 친구보다 더 값진 것은 없다. 그들은 나에게 경도이자 위도이기에! There is nothing more precious as to have friends at a far distance. They are longitudes and latitudes”라고 했지요. 이 명문장을 접하면서 등대가 포함됐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답니다. 그러다가 이런 문장을 만들게 됐지요. 접속사 and만 제외하곤 일곱 개의 단어가 L로 시작하는 문장입니다. “Like lighthouses, latitudes and longitudes love lonely lives. 등대가 그러하듯이 위도와 경도는 외로운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외로운 행성,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가 외로운 사람들이니까요.
둘째, 저에게 블로그는 ‘창의적 디지털 유목민의 오아시스’입니다. 오아시스란 즐겁고 재미있는 휴식공간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군요. 스코틀랜드의 철학자 토마스 칼라일은 “세계의 역사는 오직 위대한 사람들의 전기이다. 소수의, 영향력을 가진, 유명인이 우리의 집단적 운명의 틀을 결정짓는다”라고 했지요. 그런데 해마다 연말이면 ‘올해의 인물’로 위대한 사람을 뽑던 시사주간지 TIME이 토마스 칼라일의 생각을 신선하게 뒤집는 발표를 하였습니다. 2006년 올해의 인물로 ‘당신 YOU’를 뽑았거든요. UCC를 통해 누구나 ‘창조적인 상상력’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TIME이 YOU를 선정한 것이겠지요. 저는 UCC를 종종 Ucc로 소개하곤 한답니다. UCC의 U는 User를 뜻하지만 당신(You: U)의 독특함(Uniqueness)을 상징한다고도 믿고 싶기 때문이지요. Ucc로 소개하는 이유는, ‘당신의 Uniqueness는 몇 cc입니까?’라고 묻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서 착안한 것이지요. 인간은 누구나 창의력을 잉태하고 태어나며, 그것이 디지털 데모크라시(digital democracy) 공간인 웹의 세계에서 UCC와 더불어 You Tube 등을 통해 활발하게 구현되고 있기 때문에 TIME이 올해의 인물로 YOU를 성정한 것이지요. 저는 각자의 블로그 또한 그런 독창성과 창의력을 발휘하는 공간이며, 블로그 방문자 개개인의 창의력을 자극하는 즐겁고 유익한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창의적 디지털 유목민의 오아시스’라고 소개하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