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778) - 영원히 기억하리
며칠째 장맛비가 오락가락한다. 제주도는 48일째 지속되는 장마라는 보도, 동해안에도 큰비가 예보되었다. 아무쪼록 여름철 건강과 안전에 유의하시라.
어제(7월 27일)는 3년간 이어진 6‧25전쟁의 총성이 멎은 정전 70주년 기념일, 아침 기도에서 수많은 인명과 재산을 앗아간 전쟁의 참화를 되새기며 이 땅의 온전한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였다. 어제 아침에 배달된 신문을 뒤적이다 찾은 정전관련 기사는 ‘트럼프, 올해 7월 27일 한국전쟁 참전용사 정전기념일로 선포’라는 제하의 다음 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7월 27일을 한국전쟁 참전용사 정전기념일로 선포했다고 미국의 소리(VOA)가 25일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의 정전협정이 체결된 7월 27일을 한국전쟁 참전용사 정전기념일로 지정하면서 미군 3만6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사실 등을 강조하며 적절한 기념식과 행사를 통해 이날을 기릴 것을 당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문에서 “67년 전 그날 한반도 공산주의 확산을 막기 위해 3년 넘게 이어진 잔혹한 전투 끝에 비무장지대(DMZ)를 따라서 총성이 멈췄다”며 “자유를 수호하고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지키려고 싸운 평범한 미국인들의 흔치 않은 용기와 희생을 기억하기 위해 잠시 멈추자”고 밝혔다. 이어 “올해는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는 해”라며 “한반도에서 자유와 민주주의가 위협받았을 때 200만 미국인은 그들의 고향을 떠나 우리 조국의 군복을 입고 나라의 부름에 응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군 참전용사들은 경기도 연천 일대인 폭찹힐과 단장의 능선, 지평리, 부산, 장진호를 비롯해 좌표나 언덕의 고도만으로 알려진 곳에서 그들의 결의를 시험하고 평가받았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역설했다.’(동아일보 2020. 7. 27)
정전기념일과 관련한 국내의 반응이 별무한 터에 국가보훈처 이름으로 게재된 일간지의 전면광고가 눈길을 끈다. ‘7월 27일은 유엔군 참전의 날, 우리의 현재는 6‧25 참전용사들이 준 선물입니다. 그 선물에 대한 보답은 기억입니다.’
국가보훈처가 일간지에 낸 '유엔군 참전의 날' 광고
그러던 중 이날 오전 10시부터 ‘6‧25전쟁 70주년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식’ 실황중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언론의 보도, 2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영광의 날들, Days of Glory'란 주제로 열린 6·25전쟁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식에서 '22개국 참전국의 모든 유엔참전용사를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은 미디어파사드(건물 외벽에 LED 조명 등을 비춰 영상을 상영)가 펼쳐지고 있다.(아래 사진 참조)
유엔기와 태극기를 필두로 참전 22개 국가의 국기 입장으로 시작된 기념식을 TV로 지켜보며 메모한 내용은 이렇다.
사회자의 멘트, ‘3년간 지속된 6‧25전쟁 중 22개국에서 195만 여명의 용사들이 참전하여 생명과 열정을 바친 고귀한 뜻을 기리는 자리이다.’
로버트 에이브람스 유엔군 사령관의 인사말, ‘100 여만 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거나 실종되고 나라와 민족의 분열을 가져온 전쟁의 참화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염원하며 지속적인 평화와 안전을 위해 온 힘을 경주하겠다. 자유와 평화는 거저 얻는 것이 아니다. 전쟁의 폐허에서 민주, 문화국가를 이룬 대한민국의 업적에 박수를 보낸다. 함께 갑시다.’
1950년 12월 10만 여명의 흥남부두 민간인 탈출작전(세칭 크리스마스 기적)의 주인공 에드워드 포니 대령의 손자, ‘할아버지는 내가 두 살 때 돌아가셨지만 나는 할아버지와 함께 한국을 사랑합니다.’
흥남 탈출작전 중 배 안에서 태어난 이경필 씨, ‘나는 피란 중 1950년 12월 25일 큰 배에서 태어난 5명 중 하나로 70세가 되었습니다. 이는 기적이 아니라 희생, 당신의 희생으로 태어난 그 아이가 당신이 꿈꾸는 소박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세균 국무총리의 기념사, ‘70년 전 UN의 결의로 창설된 UN군 참전용사 중 3만 7천여 명이 전사 또는 사망하였다. 코로나 여파로 참전용사들을 직접모시지 못해 유감, 한국에 나와 있는 후손 9명이 이 자리에 함께 하였다. 그 희생 위에 일어선 우리도 세계 13개국에 도움을 펼치는 등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지구촌의 평화와 인류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금년 3월에 UN 참전용사 명예선양 법률을 제정하여 참전용사들의 공훈과 명예를 드높이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TV화면에 잡힌 UN기와 태극기를 필두로 한 국기입장장면
방송 화면에 비친 어느 묘역의 글귀가 가슴에 닿는다.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이를 보노라니 십 수 년 전 뉴질랜드 여행 때 오클랜드에서 살핀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기념비에 새긴 묘비명(墓碑銘), ‘영원히 기억하리’가 떠오른다. 그때의 기록과 5년 전 부산 유엔공원을 방문했을 때의 노트를 덧붙인다.
‘7월 2일, 오클랜드 시내를 관광하던 중 한국전쟁(1950년~1953년)에 참전하였다가 희생당한 용사들을 비롯한 뉴질랜드 군인들의 공을 기리는 비석이 세워져 있는 로즈가든을 둘러보았다. 부산에서 직접 실어온 돌에 박정희 대통령이 썼다는 영원히 기억하리의 묘비명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새겨져 있다. “유엔헌장의 숭고한 정신을 수호하기 위하여 한국에서 싸운(1950~1953) 모든 뉴질랜드 용사들의 공로를 여기에 새긴다.”
6‧25전쟁 중 가평전투 지역에 영국‧호주‧뉴질랜드연합군으로 참전하여 43명이 전사하고 104명이 부상당한 혈맹의 고마움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우리 민족의 다짐 앞에 일행 모두 숙연하게 머리를 숙였다. 지난 2월 터키에 갔을 때 수도 앙카라의 한국공원에 있는 700여명의 6‧25참전 희생자들의 이름과 공적을 기린 참전기념비를 돌아보았다. 15,000여 명의 터키 참전용사들과 가족들이 한국을 형제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우리나라를 위하여 피 흘리고 생명을 바친 애국선열들과 해외 참전용사들의 공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가평전투에 참전한 관련자들은 지금도 한국‧뉴질랜드 친선에 기여하고 있으며 매년 3명의 가평중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오고 있다고 한다.’(2003년 7월, 뉴질랜드 여행기에서)
오클랜드 로즈가든에 세워진 참전기념비
‘봄날같이 따뜻한 월요일(11월 30일) 오전, 시골처럼 한산한 광주효천역에서 부산행 기차에 올랐다. 도착 다음날, 일정을 논의한 결과 유엔공원과 국제시장을 돌아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지하철에서 옆자리의 청년에게 유엔공원 가는 길을 물으니 스마트폰을 짚어가며 친절하게 안내해 주어 감사, 아름다운 꽃과 품위 있는 나무들로 잘 가꾸어진 공원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하였다 산화한 4만 여명의 전사자 중 2300위의 유해가 봉안 되어 있다. 해마다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아 겨레와 나라 위해 순절한 영령들을 추모하다가 불현듯 이역만리 먼 나라의 전쟁에 참여하여 귀한 생명을 바친 용사들의 고마움을 소홀히 여긴 것이 미안하고 죄송하였는데 함께 한 일행 모두 같은 마음인 듯. 추모명비에 새긴 이해인 수녀의 헌시가 이를 대변해 준다. “우리의 가슴에 님들의 이름을 사랑으로 새깁니다. 우리의 조국에 님들의 이름을 감사로 새깁니다.”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는 성경말씀으로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바친다. 유엔공원은 유엔에서 지정한 세계유일의 성지, 1951년 유엔군 전사자 매장을 위해 유엔군사령부가 조성한 것을 1955년 유엔이 영구히 관리하기로 총회에서 결의하였고 1974년부터 11개국으로 구성된 재한유엔기념공원국제관리위원회에서 관리하고 있음도 비로소 알게 되었다.’(2015년 11월, 친지들과 부산여행 후에 쓴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