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북한 총영사관에서 탈출한 북한 외교관 가족이 우리 정부의 보호를 받다가 러시아 정부에 다시 연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20일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북한 총영사관에서 탈출한 김금순(43)씨와 아들 박권주(15)군이 우리 측 시설에서 보호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을 한국으로 보내려 우리 관계자와 동행해 택시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으로 가던 중 러시아 경찰 검문에서 잡혔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극동지역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북한총영사관에서 지난 6월 4일 도망쳐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김금순, 박권주 모자의 실종전단. 세계일보 자료사진© 제공: 세계일보 김씨 모자가 망명의사를 밝혔다면 국제법상 난민에 해당할 수 있다. 유엔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에 따라 가입국들은 난민을 본인 의사에 반해 국적국으로 추방해선 안 된다.
우리 관계자 보호 아래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정부가 연행한 것이 사실인지, 적법한 것인지 등에 대해 세계일보는 주한 러시아 대사관 측에 이달 4일과 13일 서면질의했으나 대사관은 답변하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공항에 가 항공편으로 귀순하는 계획이 적절했는지 등을 놓고선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사정을 잘 아는 한 러시아 전문가는 “우리 외교관 차량이었다면 그 차량 내부도 외교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검문에 응하지 않아도 러시아 경찰은 어찌하지 못한다”며 “택시를 탔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북한 전문가는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는 징집이 될까 도망치는 자국민을 통제하느라 공항 주변을 매우 삼엄하게 통제하고 있다”며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간 게 사실이라면 너무나 아마추어”라고 지적했다.
사진=뉴스1© 제공: 세계일보
비밀작전의 일환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의 탈북민 입국 관련 업무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다양한 경로와 방법의 조합이 존재한다”며 “러시아와 외교라인을 통해 소통하지 않고 정말 은밀하게 진행하려 했다면 공관 차량을 동원했을 때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종신고가 됐으니 출국금지도 이미 내려졌을 것”이라며 “공항에 가더라도 공항을 빠져나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확인해 드릴 내용이 없다”며 “정부는 탈북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 북송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