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편의 단편소설이 담긴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어요.
장애와 가난, 낙태와 죽음 그리고 폭력에 대항해 두 주먹 불끈 쥐고 있는 주인공들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편치 않았지요.
이상권 작가, 제가 참 좋아하는 작가예요.
한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요.
그 사람의 글을 읽으면, 그 사람을 거의 안다고도 할 수 있지요.(물론 틀린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데 그의 청소년 소설을 읽으면 한편 시원하기도 하면서 또한편 가슴이 답답합니다.
그가 책 속으로 불러오는 아이들은 왜 그렇게 하나같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으며, 불편한 학교 생활을 하였으며, 불리한 입장에 놓였는지요.
읽다가 문득 생각했지요.
아, 어둡지만 밝은 아이들의 얘기를 읽고 싶다...그런 생각....
읽고나면 우리의 현실에 대해, 교육에 대해 너무 암울하거든요.
그런데 우리의 현실이, 우리의 교육이 그렇게 암울하기만 한 건 아니거든요.
(제가 교사라서 그런가요?)
어두운 곳에서 캐내는 주제가 좋은 소설의 조건일까요?
밝은 곳에서 캐내는 주제는 좋은 소설이 되기 어려운 것일까요?
다섯 편 중에서 표제작인 '사랑니'가 가장 좋았습니다.
중학생의 임신과 낙태, 그리고 주인공의 사랑니 때문에 생긴 고통...
낙태와 사랑니를 빼는 과정을 비교하며 쓴 것이 기발하고 독특하단 생각을 했습니다.
장애를 가진 아이의 출산을 앞둔 작은 이모, 그들 가족의 논쟁을 그린'매운 떡볶이'
학교 내 폭력과 그것 때문에 생긴 변화를 다룬 '그들이 다시 만났을 때'
폭력을 치유하는 공간인 집으로 소재로 한 '신이 내린 안마사가 사는 집'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에 대한 어른들의 기우를 보여주는 '개 대신 남친'
읽고나니...
작가가 경계해야할 점에 대해 생각하게 되네요.
내가 겪었던 옛날의 경험이 지금의 아이들에게 먹히는 걸까?하는...
결국, 이 소설이 어른인 나는 충분히 공감하는데
과연 이 책의 주요 독자가 될 중고등학생은 어떻게 읽을지요.
공감하며 읽을지요. 전, 그게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