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앞두고 국회도서관에서 에너지정책 전환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한 토론회가 있었다. 오랫만에 이필렬 교수님이 발제를 하신다고 해서 들으러 가 보았다. 강당에 사람들이 꽉 차서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자료집도 다 가져가서 없었다. 민주당 어기구의원이 청중을 상대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에 대한 찬반을 물어보니 놀랍게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체적 분위기가 한수원 노조측에서 대거 조직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보였다. 서울대원자력 정책센터의 주한규 교수,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과 국민의당 감동철 원내대표, 국민의당 조배숙의원은 백지화에 반대하였다.
이필렬교수와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국장, 민주노총 이상진 부위원장은 에너지 전환을 해야 하는 입장으로 나왔다. 그런데 이필렬 교수의 발제 내용에 이제까지 들었던 것과 다른 독특한 입장이 담겨 있었다. 자신은 신고리 5,6호기를 백지화하는 것이 반드시 탈핵과 에너지전환에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하였다. 차라리 노후 원전을 폐쇄하고 새로 건설되는 원전은 가동해도 괜찮으며 다만 가동 연한을 수명보다 단축해서 운영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이 교수는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나는 탈핵을 하려해도 재생에너지 시스템이 확실하게 자리잡지 못하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원전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또 하나는 체르노빌 핵사고를 가억하고 있는 세대가 후대에게 기억을 제대로 전해주지 못하면 원전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높아져서 에너지 전환이 어려워진다고 했다. 스웨덴의 예를 들면서 스웨덴이 그러한 이유로 에너지전환을 포기한 대표적인 나라라고 했다. 반면에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독일은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 빠르게 에너지전환을 이루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문재인 정부가 탈핵을 선언하고 추진한다고 해도 다음 정권이 바뀌면 에너지전환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했다. 적어도 20년 정도를 원전과 화력발전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로 이행하려는 정책이 일관돠어야 하며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나야 가능하다고 했다. 이와 달리 양이원영 국장은 신고리 원전 건설을 강행하면 그 자체가 거대한 원전폐기물이 되기 때문에 백지화에 찬성한다고 했다. 그외 자리에 참석한 상대측 의견들은 대체로 발언의 가치와 신뢰성이 떨어져서 듣기에 괴로웠다. 왜냐하면 그들 중에서 원전 폐기물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하여 대안을 제시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기껏 한다는 이야기가 10만년 후까지 걱정할 것 없이 20-30년 후 자손들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주자는 정도였다. 황당한 주장으로 체르노빌로 죽은 사람이 얼마 안된다. 이제까지 지진으로 원전 사고가 난 경우는 한 번도 없다. 후쿠시마 사고는 2500bq을 가준으로 볼 때 근처 60-80km까지만 오염이 되어 있을 뿐인데 일본 국토의 70%가 오염되었다느니 과장해서 말한다. 수산물이 오염되었다고 하는데 식품에는 자연방사능 물질도 있다는 식이다. 그들에게는 자기들이 설정한 기준치 이하로만 우리나라 국토에 원전 사고가 나서 오염되어도 상관없다는 말인가? 어차피 식품 속에 자연방사능물질도 들어 있으면 우리나라에서 핵사고가 나도 상관없고 그 사고로 인한 방사능 물질들이 수백년동안 계속되어도 괜찮다는 말인가? 원전 밀집도가 세계최고인 나라 부울경 30km 인근에 380만명이 거주하고 있고 우리나라 기간 산업시설이 밀집해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백지화 반대측에서 한 명도 없었다. 뒷간에 앉아 있으면 구린내를 맡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수십년 통제받지 않은 자기들만의 집단 이익에 취해서 바로 이웃나라에서 사고가 나도 그것이 객관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판단력조차 상실한 사람들 같았다.(민승현님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