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레기는 경기도 서북지역(파주)에서 민물매운탕을 일컫는 명칭입니다. 고기를 잡을 때 망을 털어 잡는데서 털레기고, 또 재료를 탈탈 털어 넣는데서 털레기입니다. 털레기 중 제일은 여럿이 어울려 직접 천렵과 추렴을 해서 끓여먹는 것입니다. 피라미, 퉁가리, 모래무지, 꺽지, 메기, 참마자, 누치, 버들치, 쏘가리, 미꾸리 등 어종을 불물하고 잡은 것은 한꺼번에 털어 넣고 고추장을 풀어 끓인 것에 감자, 호박, 깻잎, 미나리 등으로 맛을 더하고 수제비까지 탈탈 털어 넣은 털레기 한 냄비면 끼니는 물론이고 안주로도 일품입니다.

민물매운탕
털레기든 민물매운탕이든 서울하고도 금천구 가산동 주민인 갑판장이 만만하게 먹으러 다니는 곳은 서울과 인천의 경계에 있는 벌말매운탕입니다. 이제 성인이 된 딸아이의 첫돌 무렵부터 드나들기 시작했으니 갑판장도 나름 이 집의 20년 단골입니다. 그래봤자 한 해에 한 두어 번꼴이나 다녔나 싶지만 말입니다. 시외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라 술동무들과의 회동보다는 가족들과의 오붓한 식사모임 때 주로 가게 되는데 아내가 육해공을 불문하고 물에 담긴 고기요리, 특히 흙내가 거슬리는 민물매운탕을 싫어하기에 자주 갈 수 없는 처지입니다. 그나마 아내가 김포공항 뒤편에 있는 이 집(벌말매운탕)과 경기도 파주에 있는 대성동매운탕에는 비교적 거부감을 덜 표현하기에 가뭄에 콩 나듯 출입을 하는 겁니다.

벌말매운탕
민물매운탕을 몹시 좋아하는 남편을 둔 덕(?)에 아내는 이미 20년도 더 전부터 민물매운탕에 입문했으면서도 여태 매운탕에 담긴 물고기는 건들지 않습니다. 그저 덤으로 넣은 민물새우와 참게에서 우러나오는 단맛이 밴 칼칼한 육수에 수제비를 떠 넣어 먹을 뿐입니다. 벌말매운탕은 수제비반죽과 라면사리를 양껏 셀프로 가져다 먹을 수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순무김치 등 기본으로 깔리는 반찬이 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소박하니 제법 먹을 만합니다.

순무김치(맨 앞)
갑판장네는 민물매운탕집에서 기본으로 떠 넣어주는 수제비보단 스스로 반죽을 떠 넣은 수제비를 선호합니다. 기본으로 들어간 수제비는 주방에서 대량으로 조리를 해내기에 아무래도 성의 없이 뭉툭하게 떠 넣어진 경우가 흔합니다. 이런 건 식감이 영 꽝이라 그닥 손이 안 갑니다. 손끝에 힘을 빼고 나풀나풀하게 떠 넣은 수제비가 달큰하면서도 칼칼한 육수를 머금고 입안에서 하늘하늘 씹히는 맛이야말로 부러 민물매운탕을 챙겨 먹는 즐거움입니다.

수제비
민물매운탕을 좋아하시는 어머니는 연로하시고 아내와 딸아이는 물에 담긴 물고기를 안 좋아하니 매운탕 속의 고기는 거의 갑판장의 차지가 됩니다. 갑판장은 피라미나 버들치, 모래무지, 미꾸리처럼 통으로 한입거리인 민물고기는 우작우작 씹어 먹기를 즐기지만 메기 따위의 체형이 큰 물고기는 살코기를 발라 먹는 것을 그다지 안 즐깁니다. 그래서 주로 (갑판장이 좋아하는)잡어+(아내와 딸아이가 좋아하는)참게 매운탕을 주문하는데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잡어 대신 빠가사리(동자개)+참게 매운탕을 주문합니다.

참게딱지
민물고기의 살코기를 발라먹고 싶을 땐 매운탕보단 조림이 더 낫습니다. 어머니댁에서 멀지 않은 동네인 경기도 화전에 제법 그럴 듯 해 보이는 민물매운탕집이 있어 가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그 집이 강구막회와 마찬가지로 일요일 휴무라 수년째 하릴없이 기회만 엿볼 뿐입니다. 그 집에 가게 된다면 매운탕보다는 우선 조림을 맛보고 싶습니다. 모래무지조림이 일 순위이고, 잡어조림이 이 순위, 강한 흙내 때문에 아내가 특히 싫어하는 민물어종인 붕어조림은 삼 순위입니다.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세상은 넓고 맛난 것도 참 많다.
첫댓글 천렵은 내 전공인데...
그래도 나보단 상황이 낫구만 반쪽은 민물은 입에도 안대니 원 ㅠ.ㅜ
제목도 텔에서 털로 ㅎㅎ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의 기운이 도와준다는데....
민물 매운탕하면 홍천에 국수집 하시는 분이 늘 생각납니다 ^^
난 야밤에 등산도 하고 천렵도 해 먹던 털레기가 생각납니다.
투망도 족대도 꽝손이지만 어항은 금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