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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장소 : 무등산 약사암과 새인봉 능선길
일 시 : 2023.06.29(목)
참 가 : 강공수 김상문 김영부 김재일 나종만 박남용 양수랑 윤상윤 윤정남 이용환 장휘부 정원길 등 12명
불 참 : 0명
회 비 : 0원
희 사 금 : 장휘부의 밥값 계산
식 대 : 장어탕 9, 애호박찌개 2 등 11
금일 잔액 :
이월 잔액 : 602,000원
총 잔액 : 602,000원
부곡정에 모였다가 10시가 되어 산행을 시작하였다. 맨발걷기는 3명(양수랑 윤상윤 이용환 등)만 참여하고, 나머지 5명(강공수 김영부 김재일 나종만 윤정남 등)은 약사암쪽으로, 김상문 박남용 정원길 장휘부 등 4명도 늦게 약사암 쪽으로 다녀왔다.
맨발 걷기를 한 3사람은 새인봉 능선길 1구간으로 가려는데 입구를 테이프로 막아 놓았다. “폭우를 예상하여 통행을 금지하게 되었다.”는 내용이 게시되어 있었다. 우리는 <무등산국립공원관리동단>에서 너무 자신들의 편의만 생각하여 너무 무성의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곳은 사실상 산사태나 폭우로 인명 사고가 날 수 있을 만큼 계곡 물의 양이 많은 곳이 아닌데, 왜 이렇게 비합리적으로 우선 통행로를 막아 놓고 보자는 책임회피성 대비책으로 임시방편적 관리 방식에 의존하여,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국립공원을 이용하고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외면하는지 묻고 싶어졌다. 나중에 내려오면서 입간판을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위반할 경우에는 범칙금 50만원을 부과한다고 되어 있었다. 만약 올라갈 때 이 구절을 읽고 갔더라면 우리는 맨발걷기를 하는 내내 마음 편히 산행을 하지 못하고 규범을 어겼다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인봉 능선길> 제1구간에 들어섰는데, 맨발 밑에서 미끈덕거리는 흙의 감촉이 온몸으로 전율처럼 빨려 들어왔다. 몸서리쳐지게 서늘한 감촉이 온몸으로 빨려 들어올 때의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 없고 ‘느껴보는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계곡의 물이 흘러내리면서 내는 청량한 소리는 어떤 음악으로도 표현할 수 없고, ‘오로지 들어보는 사람만이 그 느낌과 시원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어서 흙길에 박힌 작은 자갈들이 발바닥을 자극할 때, 통각(痛覺)과 희열(喜悅)을 동시에 느끼게 됨은, 아마도 숫처녀가 처음으로 남자를 받아들일 때의 느낌과 같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가파른 경사를 올라 1구간의 끝에 있는 능선 쉼터의 벤치에 앉아서 쉬었다.
제2구간은, 먼저 남쪽 능선을 걸었다. 좁은 오솔길은 비가 온 뒤라 솔잎이 뭉쳐 있는 곳을 밟으면 포근함을 느끼면서 높낮이가 심하지 않는 솔밭 길을 바람소리 새소리를 들으면서 걸었다. 이 나이에 우리가 이런 호사를 어디서 누린단 말인가! 여기는 사람들이 상상했던, 춥지도 덥지도 않으며 누가 간섭하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더 이상의 바랄 것이 없으니, 먹고 마실 것만 갖추었다면 무릉도원(武陵桃源) 그 자체였다.
다시 쉼터1로 되돌아왔다. 11시는 조금 넘었고 11시 반이 되려면 아직 시간이 남아서 이번에는 (북쪽)2구간을 걸었다. 앞서 말했듯이 험란한 산악구간이라 걷는데 더욱 주의하지 않으면 낙상사고가 나기 쉬운 구간이었다. 자연으로 이루어진 가파른 암석길이어서 한시도 길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발을 헛디디면 골짜기로 굴러가기 십상인고로 온 신경을 발을 디디는데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2/3쯤 오르다가 하산하였다.
1구간을 내려오는데 갑자기 검은 구름이 온천지를 덮으면서 천둥이 치더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서둘러서 내려와 계곡에서 발을 씻고 신발을 신었다. 강공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은 음악정자에 비가 들쳐서 금주의 노래 부르기는 생략하고 바로 식당으로 왔으니 그리 알고 어서 오라는 전화였다.
식당에는 12명 전회원이 모여 있을 줄 알았는데 나종만이 없었다. 일이 있어서 먼저 돌아갔다는 것이다.
오늘은 장휘부의 아들이 자랑스러운 아들로 세상이 인정하여 <한겨레 신문>에 난 기사로 점심을 쏘기로 지난주부터 예약이 되어 있었다. 모두 박수로 찬양하면서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다음은 <한겨레 신문>의 기사 내용을 옮겨 왔습니다.
#바다보다 더 넓은 행과 행 사이를 누빈다. [책&생각]
번역가를 찾아서 │ 장성주 번역가(장휘부 회원 장남)
#재미 좇다 영어·일본어·중국어 섭렵
#항해사 되려다 번역의 길로
#‘종이 동물원’으로 유영문학상 수상
#“새로운 메시지와 상상 소개하고파”
장성주 번역가(장휘부의 자랑스런 아들)가 2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소년은 무서운 속도로 책을 읽었다. 집에 있는 책을 다 읽고 새로 사주는 책도 족족 읽어버렸다. 도서관은 너무 멀고 도서대여점은 없던 시절이었다. 어머니는 집 근처 서점 주인과 거래를 했다. 책을 깨끗이 읽고 돌려주는 대신 책값을 할인해주는 걸로. 서점에는 그의 이름으로 된 장부가 생겼고, 어머니는 매달 책값을 치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머니가 숨겨놓은 책까지 발견해서 읽었다. 시드니 셀던의 <내일이 오면>이었다. 셀던은 로맨스와 서스펜스를 버무리는 데 특장을 가진 미국의 1980년대 베스트셀러 작가다.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있다니!”
어렴풋이 알게 됐다. 학교와 어른들이 권하지 않는 것들 중에 훨씬 재밌는 게 많다는 걸. 공상과학(SF),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 호러 등 이른바 ‘장르물’에 대한 ‘덕질’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책에 대한 몰두는 영화와 만화로도 이어졌다. 할리우드 영화를 본 뒤에는 영어로 된 원작을 찾아 읽고, 일본 만화를 보면 일본어로 된 자료들을 찾아봤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스스로 독해해야 했다. 그가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까지 섭렵하게 된 이유다.
고려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 취직했다. 5년 만에 몸도 마음도 지쳐서 그만뒀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다. 배를 타기로 했다. 부산에서 국비 항해사 교육 과정의 면접을 봤다. 나이가 많은 탓인지 떨어졌다. 그때 출판사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배 탔어요?” “아니요.” “그럼 번역 한 권 해보면 어때요?”
번역가 장성주(45)의 첫 번역서 레이 브래드버리의 <일러스트레이티드 맨>은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이 책의 주인공 남자는 온몸에 문신이 가득하다. 밤에 남자가 잠이 들면 이 문신들이 하나씩 살아나서 자신에게 얽힌 사연들을 들려준다. “그때 브래드버리의 책이 아니었다면 번역가로서 인생은 없었을지도 몰라요.”
지난 15년간 총 63권을 번역했다.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티븐 킹부터 한국에 처음 소개된 켄 리우 작품까지 영한 번역뿐만 아니라 일본 만화계의 거장 데즈카 오사무 작품 등 일한 번역도 했다. 많은 책들이 출판 기획자이기도 한 그의 검토와 선택을 통해 번역돼 나왔다. 독자들은 그의 번역을 통해 기발하고 기상천외한 상상의 세계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마치 독자와 작품 사이에 ‘번역’이라는 작업이 없었던 것처럼. “내가 번역하고 있는 책이 내가 쓴 글도 아니고 내가 읽을 글도 아니기에 저자와 독자 사이에 나 자신을 최대한 지우면서 일을 한다”고 그는 말한다.
2019년 <유영 번역상> 수상을 안겨준 <종이 동물원>은 중국계 미국인이 쓴 에스에프 판타지 소설집으로 근 현대 동아시아의 크고 작은 역사적 사건들이 다 녹아져 있다. 심사위원회는 “역자는 동양 민담과 에스에프를 혼합해 역사와 기술의 문제를 다룬 원작의 서정성을 살리면서 마치 한국어로 쓰인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번역했다”고 평했다. 장 번역가는 “동아시아 역사를 배우며 중국어를 공부하고, 나중에는 일본어를 공부해서 일본 책을 번역하고, 영미권의 에스에프 판타지 소설을 편집하고 번역했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해온 공부와 일과 경험, 그 모든 것이 어쩌면 <종이 동물원>을 번역하기 위한 준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에게 번역이란 남들이 아직 모르는 재미를 먼저 발견하고 소개해주는 일이다. 편집자로, 출판 기획자로, 번역가로 살고 있는 지 올해로 딱 20년째.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책이 세상에 나오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앞으로도 “판매가 보장되는 작가와 작품보다는 신인 작가나 우리에게 소개 되지 않은 작가를 소개하고 새로운 메시지 또는 새로운 상상의 공간을 여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을 번역하고 싶다”고 말했다. 뜻이 맞는 번역가들과 함께 동인지 형식으로 새로운 작품들의 흐름과 동향을 소개하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15년 전 항해사가 됐다면 어땠겠냐?’는 마지막 질문에 그는 “바다를 누비는 것도 좋았겠지만, 글의 행과 행 사이도 바다보다 더 넓다. 그 사이를 계속 돌아다닐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한다.”며 “독자들에게 ‘이 사람이 번역했으면 재미있는 책이겠네’ 하는 믿음을 준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이런 책들을 옮겼어요.
종이 동물원
에스에프 및 판타지 문학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휴고 상과 네뷸러 상, 세계환상문학상을 모두 휩쓴 최초의 작가인 켄 리우의 중단편 소설집이다. 중국계 미국인답게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문화와 역사가 녹아 있다. 장 번역가는 “에스에프를 이렇게 쓸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에스에프에 대한 선입견을 깨부수는 책”이라고 평가한다.
켄 리우 지음, 황금가지(2018)
다크 타워 1∼6
젊은 시절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매료된 스티븐 킹이 이후 영화 <석양의 무법자>에서 영감을 얻어 서부를 무대로 쓴 판타지 장편소설이다. ‘총잡이’ 종족 최후의 생존자가 어둠의 탑을 찾기 위해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치는 모험. 장 번역가는 “스티븐 킹 유니버스의 결정판”이라며 “올해 마지막 7부가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킹 지음, 황금가지(2009∼2019)
파워 오브 도그
미국에서 발표됐던 1960년대에는 외면 받았지만 21세기에 각광받으며 영화로 제작돼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 등 많은 상을 휩쓴 원작이다. 장 번역가는 “책을 읽다 보면 어딘 간 황량한 평원에서 바람 소리가 들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서늘하면서 스릴이 넘치는 퀴어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토머스 새비지 지음, 민음사(2021)
은총을 받은 사람의 우화
1998년 책인데 20년이 지나 미국의 모든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석권했다. 백인 우월주의 대통령의 탄생과 노예제 부활 등을 예견하는 미국의 근 미래를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장 번역가는 “너무나 끔찍한 이야기인데 너무나 현실적”이라며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예견하는 점에서 매우 시사적”이라고 추천했다.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비채(2023)
첫댓글 좋은 책은 저자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번역자의 손에서도 탄생한다. 한겨레 신문은 문예 전문 칼럼이 다른 신문보다 더 많다. 한겨레 신문을 자주 보는 이유는 문화면이 다른 신문보다 더 전문적이고 더 많기 대문이다. 장성주 번역가의 글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다만 장휘부의 아들이라는 것을 처음 알고 나니 앞으로 번역하는 책을 구독해서 봐야 할 것 같다. 목요회 12명의 회원들이 건강을 위해 산을 오르고 맨발걷기를하는것이 좋아 보인다 올해도 더 건강한 몸으로 활기차게 등산도 하고 여행도 하며 지내기를 바란다. 양수랑회장의 보이지않는헌신적인 모임을 이끄는 그 저력에 박수를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