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을 거쳐 간 노인 암환자의 경우 임종 직전 1년 동안 투입된 총 의료비가 약 4천만 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여기서 총 의료비는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 비용과 암환자가 낸 본인부담금 5% 등이 포함된 비용입니다.
■ 노인 암 환자, 생애 말기 의료비 '평균 4천 45만 원'
가톨릭대 간호대 조민정 교수팀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중환자실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65세 이상 암환자 6천여 명을 대상으로 생애 마지막 1년 동안 들어간 총 의료비를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 임종을 앞둔 노인 암환자에게 1년 동안 투입된 '생애 말기 1년' 의료비는 평균 4천 45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임종 직전 1달 동안 생애 말기 의료비의 최대 42% 소진
특히 임종 직전 1달 동안 들어간 의료비는 평균 1천 366만 원으로 '생애 말기 1년 의료비'의 33.8%를 차지했습니다. 더욱이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같은 고강도 치료를 받다 돌아가신 경우, 임종 직전 1달 동안 쓰인 의료비의 비중은 42.4%까지 증가했습니다. 임종이 가까워질수록 집중적인 치료가 이뤄진 탓에 임종 직전 한 달 동안 의료비용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 임종 직전 '의료비 급증'은 고강도 의료처치↑, 환자에겐 고통일 수도…
세부적인 의료비 내역을 살펴보면 중환자실 병실료를 포함해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인공심폐기, 혈액투석 등의 집중치료가 이뤄졌기 때문에 의료비용이 상승한 것으로 보입니다. 환자 입장에서 보면 임종을 앞두고 다수의 침습적인 의료행위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집중 치료는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처치이지만 동시에 환자에게 고통스러운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굵은 관을 환자의 기도에 삽입해 강제로 기계 호흡을 시키는 인공호흡기를 생각해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조민정 교수는 "임종을 앞둔 노인 암환자에게 중환자실과 같은 적극적인 치료가 환자와 가족이 생각하는 생애 말기 돌봄인지는 심도 있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 '생애 말기 의료비 급증, 건강보험 재정 악화 요인'
한편 국가 차원에서 생애 말기 의료비의 급증은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임종이 임박한 시점에서 행해지는 고강도 치료는 불필요하거나 의미 없는 행위일 수 있어 한정된 의료자원만 소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중환자실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신 의료기술과 자원을 한데 모아 놓은 곳이지만, 중환자실 병상의 절반 이상이 노인 암환자가 차지하고 있다는 일부 통계 자료도 있습니다. 이는 핵심 의료 자원이 노인 암환자에게 상당 부분 할당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조 교수는 "고령화로 노인 암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의료비용 역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생애 말기 의료비용이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노인 암환자의 생애 말기 치료를 결정하는 것은 돌봄의 질과 비용 측면에서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며 "생애 말기 돌봄에 대한 대중의 인식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캠페인이 동시에 진행될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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