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책무를 충실히 지켜나가는 정중동의 무게감
경남지역에서 활동 중인 1957년생 정유생 9명으로 이루어진 계림시회에서 사화집 『붉은 기호들』을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보조금을 후원받아 창연출판사에서 펴냈다. 특집1에는 ‘기후 위기 시대에’란 주제로 환경생태론을 다룬 시를 김경식 외 8명의 회원의 작품이 실려 있고, 특집2에는 ‘계림시회가 읽은 후배의 이 작품’으로 경남지역의 9명의 후배들의 시 9편을 회원들이 읽고 시에 관한 산문 9편이 실렸다. 3부에는 회원작품으로 김경식 시인의 시 8편, 김일태 시인의 시 8편, 박우담 시인의 시 8편, 우원곤 시인의 시 8편, 이달균 시조시인의 8편의 시조, 이상옥 시인의 시 8편, 이월춘 시인의 시 8편, 정이경 시인의 시 8편, 최영욱 시인 시 8편 등 총 80편의 시와 9편의 산문이 실려 있다.
김경식 시인은 대표 집필 머리말에서 “지금까지 계림은 특집으로 <지역>을 써 왔다. 바다, 섬, 산, 산사… 그 정겨움이 모두를 편안하게 보듬어 왔는데 이번에는 눈을 세계로 넓혀 <특집1>에서 기후 위기를 다룬다. 선각자로서 그 일의 심각성을 알리기는 늦었다. 이미 지구촌 곳곳에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무서운 일들이 일어나고 그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과학이 막지 못하는 공포를 시가 보듬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특집2>는 우리 지역의 문단 후배들 작품을 감상평과 함께 소개하여 서로 격려함으로써 이 길 위에 선 사람들이 외롭지 않도록 함께하는 자리를 펼쳐 내보인다. <계림회원 작품>에는 마르지 않는 샘에서 금방 건져 올린 시어들이 녹슬지 않은 펜 끝에서 윤슬처럼 반짝이고 있다. 이번 사화집을 통해 계림시회는 사회적, 교육적 외연을 확장하는 한편 시인의 책무를 충실히 지켜나가는 정중동의 무게감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월춘 시인은 기후 위기에 관한 시 「그래서 어쩌라고」에서 “머잖아 북극곰이 멸종될 거라고/ 휴양지 몰디브가 가라앉는다고/ 담뱃갑마다 수명 단축을 새겼고/ 소말리아 어린이 돕기 홍보도 한창이다// 브루길과 황소개구리는 지금도 번성 중이어서/ 종이 빨대 커피는 자꾸 텁텁해도/ 이쪽에선 대홍수 저쪽에선 대폭설/ 세상은 재난영화 한 편이 아니다// 봄이면 황사가 밀어닥치고/ 원인불명의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에/ 정수기도 거르지 못한다는 미세플라스틱/ 마실 수 없지만 마셔야 한다(-하략)”라고 노래했다.
계림시회는 경남문인협회를 중심으로 경남지역 문단을 대표하는 시인들로 이루어져 있다. 김경식 시인은 중국 하북외국어대학 교수로 재직, 김일태 시인은 현재 이원수 문학관 관장, 박우담 시인은 현재 이형기기념사업회 회장, 우원곤 경상남도교육종합복지관장을 역임, 이달균 시조시인은 경남문인협회 회장을 역임, 이상옥 시인은 문덕수문학관장, 이월춘 시인은 현재 경남문학관 관장, 정이경 시인은 현재 경남문학관 사무국장, 최영욱 시인은 이병주문학관 관장을 역임했다. 이처럼 경남지역의 주요 요직을 맡아서 현재 활발한 문단 활동을 하고 있다.
계림시회 / 창연출판사 펴냄 / 166쪽 / 국판 변형 / 값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