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100세를 향한 도전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는 2012년 4월 7일 제40회 ‘세계 보건의 날(World Health Day)’ 주제를 ‘Aging and Health(老化와 健康)’으로 정하고 암(癌), 당뇨병(糖尿病), 심뇌혈관질환(心腦血管疾患), 만성폐질환(慢性肺疾患) 등 만성질환이 노인에게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하였다. WHO는 194개 가맹국에게 정부와 사회가 국민이 건강한 삶을 누리면서 나이가 들 수 있도록 만성질환의 예방과 관리를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각국에서 ‘보건(保健)의 날’ 기념행사가 거행되었다.
한편 국제연합(UN)은 지난해 2011년을 ‘만성질환(慢性疾患)의 해(Year of Chronic Disease)’로 정하고 만성질환의 예방과 관리를 위한 국가역량 강화 및 국제협력 증진 방안에 대해 논의하였다. 우리나라는 UN총회 고위급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만성질환 예방과 관리에 관한 정부의 정책의지와 현황을 설명하고, 만성질환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에 적극 동참할 뜻을 밝혔다.
또 지난해 3월 서울에서 개최된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회의에서 채택된 ‘서울 선언문’을 통해 흡연(吸煙), 과도한 음주(飮酒), 불균형 식생활(食生活), 운동(運動) 부족 등 만성질환의 주요 위험요소에 대해 국가적 차원의 대책과 일차 의료를 기반으로 한 보건의료체계 강화를 언급하였다.
만성질환이란 특별한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아 현대 의술로 완치(完治)가 어렵고 자주 재발하여 장기간 고통을 받으며 지내야 하는 질환으로 흔히 ‘고질병(痼疾病)’이라고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앓고 있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에는 고혈압, 당뇨병 등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연합(UN: United Nations) 전문기구로 1948년에 설립되었다. WHO는 세계의 모든 사람이 가능한 한 최고의 건강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검역(檢疫) 업무와 연구자료 제공, 유행성 질병 및 전염병(傳染病) 대책, 가맹국가의 공중보건(公衆保健) 관련 행정 강화와 확장 지원 등의 일을 한다.
WHO 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으며, 가맹국(Member State)은 현재 194개국이며 대한민국은 1949년 제2차 총회에서, 북한은 1973년에 가입하였다. 이종욱(李鍾郁ㆍDr. Lee Jong-wook, 1945년 서울 출생)님이 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국제기구의 수장(首長)인 WHO 제6대 사무총장(Director-General)으로 2003년 1월 선출되었다. 애석하게도 이종욱 사무총장은 2006년 5월 21일 WHO 본부에서 집무 도중 갑자기 쓰러져 급히 뇌혈전(腦血栓) 제거 수술을 받았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다음날(5월 22일) 별세했다.
고(故) 이종욱님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하와이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전염병학)를 취득하였다. WHO에서 23년간 활동한 고인은 ‘아시아의 슈바이처’, ‘왁친(vaccine)의 황제’로 존경을 받았으며, 2005년에는 서울대학교에서 ‘자랑스러운 서울대인(人)’으로 선정되었다. 이종욱은 “옳다고 생각하면 행동해야 한다. 행동은 그만큼의 변화를 가져오니까.”라고 항상 말했다. 이에 사람들은 그를 ‘행동하는 사람(Man of action)’이라고 불렀다.
우리나라는 ‘보건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保健福祉部)가 기념식을 지난 4월 6일(금) 코엑스에서 보건의료 유공자 등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했다. 보건복지부 임채민 장관은 기념사를 통해 제40회 보건의 날 슬로건을 ‘건강한 국민! 건강한 대한민국!’으로 정했으며, 이는 국민들이 건강해야 국가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보건의 날’은 제4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서 전 국민이 건강생활(健康生活)에 참여하는 축제(祝祭)의 장(場)으로 만들기 위해 4월 16일부터 22일까지를 ‘보건의 날 기념 건강주간’으로 지정하고 건강 체험(體驗)터, 종합학술대회(대한보건협회 주최), 걷기대회 및 달리기 대회 등 국민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우리나라는 인구 고령화(高齡化)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어 2000년에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인구의 7%를 차지하여 고령화사회(aging society)에 진입하였다. 그리고 2017년에는 노인인구 비율이 14%에 도달하여 고령사회(aged cociety)로, 2026년에는 20%가 되는 초고령사회(超高齡社會)가 될 전망이다.
노인 인구의 급속한 증가로 인하여 노인의 건강문제, 특히 만성질환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만성질환은 노년기(老年期)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며, 노인 사망원인의 90% 정도를 차지한다. 즉 심근경색 등 허혈성 심장질환, 뇌졸중, 고혈압, 당뇨병, 암 등 만성질환이 주요 사망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노인 의료비(醫療費)는 건강보험(健康保險) 재정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인구의 약 10%를 차지하는 노인이 전제 진료비의 약 33%를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고령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유병(有病)기간도 길어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만성질환에 대한 국가적인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우리나라는 만성질환의 주요 위험요소에 대해 국가적 차원의 대응으로 2004년부터 흡연율(吸煙率) 감소를 위해 담배 가격 인상 등 적극적인 금연정책(禁煙政策)을 추진한 결과 2010년 성인 남성흡연율이 2004년 대비 약 18% 포인트 감소하였다. 또 2005년에 가입한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Framework Convention on Tobacco Control) 이행을 위한 법률 개정 작업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였으며, WHO FCTC 당사국 총회를 한국에서 2012년에 개최하여 담배 규제(規制)에 대한 국제사회 협조체계 강화에 기여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의 주요 사망원인이 되고 사회경제적 부담이 큰 질환, 공중보건학적 측면에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질환 등을 우선적으로 선정하여 국가적 차원의 대책을 수립하여 관리하고 있다. 이에 심뇌혈관질환(心腦血管疾患)이 우선적으로 선정되어 지난 2006년 제1기(2006-2010년) ‘심뇌혈관질환 종합대책’을 수립한 이래 5년간 사업을 수행하였다. 제1기 종합대책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제2기(2011-2015년) 종합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다.
심근경색증, 뇌졸중 등 중증(重症)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고혈압, 당뇨병 등 선행(先行)질환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만성질환관리제’, ‘고혈압ㆍ당뇨병 등록관리사업’ 등을 통해 국민들이 꾸준하게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건강교육(健康敎育) 서비스를 통해 환자 스스로 질환을 정확히 인지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만성질환관리제’는 의원(醫院)급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고혈압 및 당뇨병 환자에게 본인 부담금을 10% 감면해 주는 제도이며 2012년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의료계(醫療界)가 ‘만성질환관리제’에 대한 재논의 주장과 함께 제도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만성질환의 적정성 평가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해 만성질환관리제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에는 별도의 인센티브가 부여될 예정이다.
뇌졸중, 심근경색증 등 중증질환의 관리 수준 향상으로 사망, 후유장애(後遺障碍), 재발 등을 최소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전국민 대상 심폐소생술(心肺蘇生術) 교육을 진행하고, 공공장소에 자동제세동기(自動除細動機) 설치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또 중증질환 응급상황에 대한 병원의 진료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국 9개 권역별 대표 병원을 ‘권역(圈域)심뇌혈관질환센터’로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원인 1위인 암(癌)의 예방과 관리를 위해 ‘국민 암 예방 10대 생활수칙’을 제정하여 교육과 홍보를 실시하고 있다.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주요 암에 대해 암검진(癌檢診)을 무료로 실시하여 암의 조기 발견과 치료를 유도하고 있다.
치매, 뇌졸중 환자의 요양(療養)문제를 가정 및 국가와 사회가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시작하였다. 노인 환자들에게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요양서비스를 제공하여 노인의 삶의 질이 향상되었고, 가족들은 장기간의 요양에 따른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부담은 크게 덜게 되었다. 60세 이상 대상자에게 치매 조기검진사업을 시행하여 조기 발견과 치료를 돕고 있다.
국민의 올바른 질환 인식과 건강생활 실천을 위해 주요 만성질환의 예방과 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다. 또한 만성질환의 체계적 예방 시스템 구축을 위해 건강관리 서비스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건강한 노년기 삶을 위해 노인 일자리 확대, 자원봉사 활성화 등 노인의 사회참여(社會參與)가 확산되어야 한다.
글/ 靑松 朴明潤(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