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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댕이 미륵불-소박한 솜씨지만 이곳에 살았던 민초들의 염원을 담고 있다. |
보통 서산마애삼존불로 부르는 부처님의 공식 이름은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이다. 강댕이골을 흐르는 물에 가로 걸린 다리를 건너고 몇 단의 계단을 차례로 올라 부처님을 만나러 간다. 그 길가, 관리소를 지나 왼쪽 아래편 바위에는 조그만 석등 받침과 강댕이골 상류 보원사터 금당 뒤에서 옮겨 온 자그마한 비로자나부처님이 한 분 계셨다. 백제의 미소를 만나러 가는 길이면 문안인사를 하듯이 눈을 맞추고 지나다녔는데 2005년 도난을 당한 이후로는 빈자리만 안쓰럽게 바라본다.
서산마애삼존불-한동안은 보호각 안에 답답하게 갇혀 계셨는데 이제 거추장스러움은 사라졌다. |
나머지 계단을 단숨에 올라 부처님 앞에 선다. 환하게 웃고 계신 가운데 본존 부처님과 좌우로 두 분의 협시보살을 하나의 바위 면에 돋을새김 해 놓았다. 가운데의 본존불은 시무외여원인을 한 입상이고 본존불 왼쪽의 협시불은 앉아있는 반가사유상의 모습이며 오른쪽 협시불은 손을 가운데로 모으고 서 있는 입상의 형태다.
세 분 모두 환한 웃음을 짓고 계신데 ‘백제의 미소’는 그래서 붙은 이름이다. |
이 세 분의 불보살을 두고 도상 해석이 갈린다. 가운데의 본존불을 석가여래로 보고 왼쪽의 앉아있는 협시불을 미래에 미륵불로 나타날 도솔천의 미륵보살로 보는 데는 이견이 없으나 손을 가운데로 모으고 보주를 들고 서 있는 봉주보살을 두고는 의견이 나뉜다. 하나는 법화경 교리에 따른 제화갈라보살이라는 견해이고 다른 하나는 관세음보살이라는 견해다.
과거세에 석가모니 부처님이 보살의 신분으로 수행할 때 장차 미래에 부처가 될 것이라는 수기를 내려준 부처가 과거불인 연등불이고 연등불의 보살 시절 이름이 제화갈라보살이라고 한다. 그러니 과거, 현재, 미래 이렇게 삼세의 부처를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 이곳에 이렇게 삼존불이 새겨진 시기에 가장 성행하던 신앙형태가 석가여래를 중심으로 현세에 도움을 주는 관세음보살과 내세에서 도움을 줄 미륵보살을 표현하는 삼존불이라는 것이다.
다시 삼존불 입구로 내려와서 강댕이골 물길을 거슬러 오른다. 1.3km 정도 가면 아라메길 관광안내소가 있다. 아라메길 노선은 안내소 앞에서 오른쪽으로 동선을 유도하고 있지만 그렇게 걸으면 보원사터를 옆에서 들어가서 돼서 동선도 흐트러지고 보원사터의 전경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다. 가던 길로 계속 200m 정도 더 가면 오른쪽으로 당간지주가 보이는 곳이 제대로 된 보원사터의 입구다.
보원사터 전경-너른 터에 석물 몇 점이 전부지만 황량함은 느껴지지는 않는 곳이다. |
절터 입구에 서면 제일 앞에는 당간지주가 자리하고 있고 당간지주 오른쪽 절터 가장자리에 듬직한 석조가 있다. 당간지주 뒤편으로는 오층석탑이 보이고 그 뒤쪽 산기슭에는 법인국사의 승탑이 있다. 그러나 요즈음의 보원사터는 너무 훤해져 버렸다. 절터를 발굴하고 정비하느라 주변에 있던 무너져 내린 폐가들을 치운 것 까지는 좋은 일인데 절터 안의 나무들까지 모두 베어 버려 예전의 아늑함이 상처를 입었다. 나라에서 한 일이니 다 이유가 있어서 그랬겠지만 그것이 조금은 아쉽다.
보원사터를 가로지르는 개울에 징검다리가 놓였다. |
당간지주를 둘러보고 절터 가장자리에 있는 석조를 돌아본다. 절터를 가로질러 흐르는 개울의 징검다리를 건너면 늠름하고 장중한 오층석탑이 있다. 쇠로 만든 찰주까지 꼽혀있어 상승감을 더하고 완만한 경사의 널찍한 지붕돌이 안정감을 주는데 이런 지붕돌의 모습은 백제탑인 부여 정림사탑의 양식을 계승한 것 이라고 한다. 하층기단에는 사자상이, 상층기단에는 팔부신중이 돋을새김 되었는데 고려 초기의 작품이다. 석탑 뒤의 금당터를 지나 몇 걸음 더 가면 법인국사의 승탑과 승탑비가 우리를 반긴다. 큼지막한 팔각원당형의 승탑과 잘 생긴 거북이가 빗돌을 지고 있는 승탑비다.
보원사터 오층석탑, 법인국사 승탑과 승탑비-석탑 뒤로 보이는 산길이 개심사로 넘어가는 길이다. |
법인국사 승탑 옆으로 상왕산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다. 개심사로 가는 길은 상왕산 능선을 따라가게 되는데 능선까지는 계속 오르막이지만 그리 험한 길이 아니라서 쉬엄쉬엄 오르면 크게 힘이 드는 것은 아니다. 일단 능선으로 오르면 이후는 아주 편한 길이다. 오르내리막이 거의 없이 평탄하게 이어지는 길이라서 걷는데 전혀 거칠 것이 없다. 한동안 능선을 따르던 걸음은 널따란 쉼터에서 방향을 바꿔서 내리막길로 내려가서 개심사 경내로 들어간다. 아쉬움이라면 일주문으로 들어서서 개심사 숲길을 차례대로 오르는 것이 아니고 뒷문격인 산신각부터 만나게 되는 것인데 그렇다고 해서 개심사가 주는 감동이 반감되는 것은 아니다. 산신각을 지나면 명부전과 무량수전을 만나게 되고 해탈문 안으로 들어서면 개심사의 중심 법당인 대웅보전이다.
지장보살이 계신 명부전 앞뜰에도 겹벚꽃이 환하게 피었다. |
개심사에서 사람들의 눈이 제일 많이 가는 곳은 아마도 심검당일 것이다. 휘어지고 구부러진 나무를 그냥 사용하고 또 단청을 하지 않아 소박한 느낌을 주는데 이 절집에서는 가장 나이가 든 건물이다. 심검당외에도 개심사에는 휘어진 부재를 그냥 기둥으로 사용한 곳이 몇 곳 더 있다. 종루와 무량수전 등의 기둥도 휜 부재를 그냥 사용했다. 종루 앞은 안양루인데 안양루 처마 밑에는 획이 굵은 글씨로 ‘상왕산개심사’라고 쓴 현판이 걸려있다. 글씨는 근세의 명필인 해강 김규진의 솜씨다. 종루 아래 가로로 길쭉한 네모진 연못이 경지(鏡池)다. 경지-거울못. 마음이 깨끗이 닦였는지 비춰보는 곳이라는 뜻일까? 거울못 가운데 걸린 외나무다리를 건너서 개심사를 내려간다. 개심사 숲길을 따라 내려오면 계단이 시작되는 곳에 세심동(洗心洞) 이라는 표석이 있다. 세심동. 절집에 오르기 전에 마음을 깨끗이 씻으라는 뜻이겠다.
봄날의 개심사는 꽃절이다. |
개심사의 거울 못, 경지-세속의 때가 깨끗하게 닦였는지 돌아보라는 뜻이겠지 |
개심사 입구 표석-마음을 열어야 하는 절 개심사로 오르려면 우선 마음을 깨끗하게 닦아야 한다는 뜻 일까 |
개심사 일주문을 나와서 음식점들이 몇 곳 몰려있는 주차장을 지나면 다시 산으로 오르게 되고 임도 만나면 한동안은 임도를 따라간다. 몇 년 전 화재의 상처가 아직 치유되지 않은 참혹한 현장을 지나 해미읍성으로 향한다.
해미읍성-순천 낙안읍성, 고창 고창읍성과 더불어서 원형이 잘 보존된 읍성으로 꼽는 곳이다. |
해미(海美). 입안에서 나직하게 불러 보면 참 정감이 가는 이름이다. 조선 태종 때 정해현과 여미현을 합하면서 두 현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가져와 지은 이름이다. 이런 예쁜 이름을 가진 마을에 마을 이름에 걸 맞는 아주 예쁜 읍성이 있다. 해미읍성.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읍성 중 보존이 가장 잘 된 곳 중의 하나다. 크고 작은 돌들을 돌의 형태에 맞춰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성벽 아래에는 담쟁이를 심어 철마다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고풍스러운 성벽과 어울린 모습이 그림처럼 곱다.
읍성의 정문격인 남문 진남루로 들어 2층 누각으로 오르면 읍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누각을 내려와 복원한 동헌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오른쪽으로 나이가 600살이 넘는 늙은 나무 한그루를 만나는데 이 나무를 이곳사람들은 ‘호야나무’라고 한다. 정식 이름은 회화나무인데 이곳 사투리로는 그렇게 부른다. 조선말 천주교 박해 때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이 나무에 매달려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동헌과 객사를 두루 살피고 뒤편의 언덕으로 오르면 정자가 하나 있고 더 북쪽으로 가면 성벽이다. 왼쪽으로 성벽을 따라 서문을 거쳐 다시 진남루까지 돌아오는 동선을 잡는 것이 해미읍성을 즐기기에 좋다.
해미읍성의 호야나무(회화나무)-조선말 천주교 신자들의 아픔이 서려있는 나무다. |
해미읍성 북쪽 구역에는 이처럼 예쁜 소나무 숲길이 있다. |
코스요약
- 걷는 거리 : 약 19km (시작지점을 용현계곡 입구로 할 경우 11.2km)
- 걷는 시간 : 6시간 (시작지점을 용현계곡 입구로 할 경우 4시간) (순 걷는 시간이며 답사시간, 간식시간, 쉬는 시간 등은 포함하지 않음)
- 걷는 순서
유기방가옥 ~ 선정묘(0.3㎞) ~ 유상묵가옥(0.8㎞) ~ 미평교(4.7㎞) ~ 고풍저수지(5.5㎞) ~ 용현계곡 입구(고풍저수지 앞 삼거리)(6.8㎞) ~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7.4㎞) ~ 보원사터(8.9㎞) ~ 개심사(11.4㎞) ~ 임도 접경지(13.4㎞) ~ 분기점 공터(14.6㎞) ~ 정자 전망대(14.9㎞) ~ 해미읍성 북문(17.7㎞) ~ 해미읍성 주차장(18.0㎞)
* 서산아라메길 1코스 녹색길은 전체 거리가 18km 이고 답사처가 여러 곳이라서 거리의 부담도 있고 답사시간의 부담도 있다. 걷기여행의 경험이 많지 않다면 하루 코스로는 부담이 된다. 용현계곡 입구부터 걷는 것을 권한다.
용현계곡 입구(고풍저수지 앞 삼거리) ~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0.6㎞) ~ 보원사터(2.1㎞) ~ 개심사(4.6㎞) ~ 임도 접경지(6.6㎞) ~ 분기점 공터(7.8㎞) ~ 정자 전망대(8.1㎞) ~ 해미읍성 북문(10.9㎞) ~ 해미읍성 주차장(11.2㎞)
- 난이도 : 어려움 (시작지점을 용현계곡 입구로 할 경우 : 보통)
교통편
- 찾아가기
- 유기방가옥부터 시작하는 경우
1. 외지에서 가려면 일단 서산시 운산면소재지까지 먼저 가고, 운산 버스정류장에서 시내버스로 환승한 뒤 여미리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서 800m 정도 걷는다.
2. 운산에서 여미리까지 가는 버스가 하루에 3번 밖에 없어 시간 맞추기가 어렵다. 운산에서 유기방가옥까지 걷는다면 2km 정도다. 그러면 전체거리는 20km 가 된다.
3. 운산에 일반 택시는 없지만 승용차가 택시 대신 운행한다. 운산에서 유기방가옥까지 5,000원 정도다. 운산 버스정류장 부근에 있는 대리운전 업소에 문의하면 된다.
- 용현계곡 입구에서 시작하는 경우
1. 외지에서 가려면 일단 서산시 운산면소재지까지 먼저 가고, 운산에서 용현계곡입구 삼거리까지 가는 시내버스로 갈아타야한다. 이 시내버스의 시점은 서산버스터미널이지만 운산을 경유하기 때문에 시간만 맞는다면 꼭 서산까지 갈 필요는 없다.
2. 예를 들어 서울에서 가는 경우에는 남부터미널에서 운산까지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운산에서 내리면 건너편에서 바로 시내버스를 탈 수 있다. 운산정류장 기준으로 09:30 / 11:50 / 14:15 / 16:25 / 19:10
3. 강댕이 미륵불을 보려면 용현계곡 입구 삼거리 용현2리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서 걷는 것이 좋다. 주말이나 휴가철에는 용현계곡이 혼잡하여 버스가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 용현계곡 입구 삼거리에서 내려야 한다.
4.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에서 서산까지 직접 가는 버스를 타고 서산에서 시내버스를 탈 수도 있다. 서산버스터미널에서 서산마애삼존불까지 택시를 타면 대략 30,000원 정도이다.
5. 운산에 일반 택시는 없지만 승용차가 택시 대신 운행한다. 운산에서 용현계곡 입구까지는 7,000원 정도다. 운산 버스정류장 부근에 있는 대리운전 업소에 문의하면 된다.
- 차를 가져가는 경우
용현계곡 입구 삼거리 용현2리 버스정류장 앞에 넓은 주차장이 있다.
- 돌아오기
- 해미 버스터미널에서 운산, 서산, 홍성, 예산, 아산, 천안, 부여, 서대전, 동대전, 인천, 수원, 군산 등지로 가는 버스가 있다.
- 해미 버스터미널에서 서울 남부터미널로 가는 버스가 있다. 해미에서 서산터미널로 먼저 가고 그곳에서 다음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