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첫 신종 코로나 백신 '스푸트니크V'를 생산하기로 한 국내 제약사 지엘라파(GL Rapha)는 이 백신을 국내에 공급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의 주문을 받아 생산(주문 생산)하고, 전체 물량을 해외 시장에 공급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지난 13일 서울발 기사에서 지엘라파의 대외협력(홍보)담당 책임자 김기용 Ким Ги Ён씨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는 러시아 백신의 국내 공급 여부에 대해 관심이 없는 국내 언론은 지엘라파 측과 아예 접촉도 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서는 해외시장용으로만 스푸트니크V 백신을 생산할 것'이라고 쓴 리아노보스티 기사/캡처
러시아 직접투자펀드(RDIF)는 국내 바이오업체 지엘라파가 오는 12월부터 스푸트니크V 백신 생산을 시작해 연간 1억 5천만 도즈(1회 접종분) 분량을 생산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씨는 리아노보스티 측에 "RDIF 측은 백신 생산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이전해줬다"며 "테스트 생산을 시작했으며, 이 과정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백신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계약은 한국 정부와 아무 관련이 없는 CMO(위탁) 생산"이라며 "국내 유통과 한국 정부와의 협상은 계약서에 일체 언급되지 않았으며, RDIF 측도 한국에서 백신을 판매할 의사를 표명하거나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나중에라도 그러한 요청이 오면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
국내 제약업체가 통상 해외 백신(신약) 개발업체로부터 CMO 생산 계약을 따낼 경우, 국내 공급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계약 체결에 함께 참여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정부도 러시아 백신의 국내 공급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엘라파 측은 '국내 관련 당국으로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관한 모든 허가를 받았는지' 여부를 묻는 리아노보스티 측의 질문에는 명확히 답변하지 않았다. 이는 지엘라파 측이 러시아 측과 독자적으로 직접 생산 계약을 체결하고 해외로 물량을 내보내는 만큼, 별도의 허가가 필요하지 않은 탓으로 추정된다.
우리 정부가 백신 생산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도 분명한 것 같다. '스푸트니크V' 백신이 통상적인 백신 개발 절차와 달리 임상 3상(시험)을 건너뛴 채 1상, 2상 시험뒤 곧바로 러시아 정부의 공식 승인을 받아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임상 절차를 거친 글로벌 제약사의 백신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러시아 측은 "1, 2상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됐다"면서 지난 11일에는 "3상 중간평가 결과, 스푸트니크 V 백신의 효과가 92%에 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엘라파 (영문) 홈페이지/캡처
지엘라파는 의약품 생산및 유통 등을 주로 하는 제약사로, 한국코러스를 자회사(지분 33.06%)로 두고 있다. 한국코러스는 충북 제천과 음성에 알약 캡슐 생산공장과 페니실린계 항생 물질인 ‘세팔로스포린’ 생산공장 등을 갖고 있다. 러시아 백신 생산은 강원 춘천에 있는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