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특수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우크라 간에 중단되거나 꼬여버린 기존 계약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치열하다. 우크라이나 측은 서방 진영의 중재 재판소에 사건을 회부, 승소했지만, 러시아 측이 이를 거부하고 친(親)러 성향의 카자흐스탄 등 일부 국가들이 러시아편을 들면서 '하나마나 한 법적 공방전'으로 변질되는 양상이다.
우크라이나 국영 나프토가즈/사진출처:나프토가즈 홈페이지
러시아 국영 가스프롬 본사/사진출처:위키피디아
양국의 국영 에너지 기업인 우크라이나의 나프토가즈와 러시아의 가스프롬 간 법정 공방전이 대표적이다. 가스프롬은 지난 2019년 천연가스를 우크라이나 영토를 거쳐 유럽으로 수송하는 대가로 나프토가즈에 운송료를 지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만료는 2025년 1월.
분쟁은 2022년 2월 발발한 전쟁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유럽으로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나프토가즈는 계약상 가스 운송 서비스를 계속 제공했다고 주장했으나, 가스프롬은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며 그해 5월부터 대금 지급을 거부했다. 4개월 뒤(9월) 나프토가즈는 국제 중재를 신청했다.
중재 재판의 결론은 지난해(2025년) 6월에 나왔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세르게이(세르히) 코레츠키 나프토가즈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6월 24일 "이제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며 "스웨덴와 스위스, 이스라엘로 구성된 중재 재판소가 나프토가즈의 손을 전적으로 들어주었다"고 발표했다. 이어 "우리는 '미납 대금과 이자, 법적 비용 등 총 13억 7천만 달러를 지급하라'는 중재재판소의 판결을 집행하기 위해 앞으로 하나씩 실질적인 단계를 밟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프토가즈 측은 가스프롬 측에 13억 7천만 달러의 지급을 거부할 경우, 가스프롬의 자산을 강제로 회수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글나 가스프롬 측은 계속 대금 지급을 거부했고, 나프토가즈는 해외 각국에 존재하는 가스프롬 자산을 대상으로 국제적인 강제집행 절차에 착수했다.
그리고 최근 카자흐스탄에서 첫 집행 결정이 나왔다.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 국제금융센터(AIFC) 법원이 20일 가스프롬 자산에 대한 나프토가즈의 강제 집행을 허가한 것. 카자흐스탄에는 가스프롬 계열의 합작법인과 가스 운송·저장 시설 등이 있으니 나프로가즈는 "이제 됐다"고 환호성을 질렀지만, 그 순간뿐이었다. 카자흐스탄 법무부가 제동을 걸고 나왔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의 국제금융센터 AIFC/사진 출처:홈페이지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옐란 사르셈바예프 카자흐스탄 법무장관은 25일 아스타나 국제금융센터(AIFC) 법원의 관할권을 문제 삼아 나프토가즈의 강제 집행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자흐스탄의 법률 체계는 관할권 밖의 분쟁 심리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AIFC는 영국법에 따라 운영되는 별도의 사법 체계를 갖춘 특별 금융 구역이다.
사르셈바예프 장관은 "이 사건에 대한 AIFC 법원의 관할권을 인정할 근본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며 "△가스프롬은 AIFC 참여 기업이 아니고 △가스프롬-나프토가즈 간 거래가 AIFC의 틀 안에서 체결된 것이 아니며 △사건 당사자들은 분쟁 발생 시 혹은 법적 승인 및 집행 문제를 AIFC 법원에 회부하기로 합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아스타나 국제금융센터에 관한 법률'은 AIFC 법원의 관할권을 센터 활동과 관련된 특정 유형의 분쟁 또는 상호 합의에 의해 회부된 분쟁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번 결정이 러시아 측의 참여 없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나프로가즈가 러시아 측에 승소한 경우는 이전에도 있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빈 지방 법원은 지난해 8월 헤이그국제형사재판소의 결정을 근거로 나프토가즈가 1억 2천만 유로 상당의 자산을 러시아로부터 회수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헤이그국제형사재판소는 크림반도를 합병한 러시아가 압류한 자산을 돌려달라는 나프토가즈의 손을 들어주었다. 총 50억 달러에 달한다.
당시 코레츠키 이사회 의장은 "크림반도에서 불법적으로 압류된 나프토가즈의 자산 50억 달러 이상을 되찾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라고 승소의 의미를 부여했다.